허위정보·혐오 콘텐츠 방치, 유튜브 책임은 없을까

정용인 기자
극우 유튜버 ‘왕자’ 배인규씨가 자신의 5.18 허위주장을 비판한 가짜뉴스 팩트체크팀 헬마우스 진행자 개인 주소지를 확성기 단 차량을 타고 방문해 협박 방송을 하다 동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저지를 받고 있다. 유튜브 측은 이 불법·협박 영상을 보름 넘게 방치하다 기자의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6월 18일 오후 삭제했다. /유튜브 캡처

극우 유튜버 ‘왕자’ 배인규씨가 자신의 5.18 허위주장을 비판한 가짜뉴스 팩트체크팀 헬마우스 진행자 개인 주소지를 확성기 단 차량을 타고 방문해 협박 방송을 하다 동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저지를 받고 있다. 유튜브 측은 이 불법·협박 영상을 보름 넘게 방치하다 기자의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6월 18일 오후 삭제했다. /유튜브 캡처

“우리는 인종이나 성, 종교나 성적지향에서 다수그룹이 차별과 배제,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올린 비디오를 지속적으로 차단해왔다.”

유튜브의 최고경영자(CEO) 수전 워치츠키가 지난 6월 11일 유튜브 공식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미국 전역에 번지고 있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과 관련한 언급이다.

그는 글에서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 1분기(2020년 1~3월)만 하더라도 증오·차별 범주의 콘텐츠 영상은 10만 개, 댓글은 100만 개 이상을 삭제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 없다”며 영어·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권 출신의 모니터 요원을 동원해 콘텐츠들을 검토해 품질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보수 우파 유튜버들의 ‘선 넘은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 ‘왕자’ 배인규씨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이라는 이름의 영상이 등록된 것은 지난 3월이다.

실제 5·18기념재단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왜곡제보’코너에 가면 지난 3월부터 배씨의 영상을 허위왜곡정보 사례로 신고하는 제보가 수십 건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N번방 사건 피해자를 ‘창녀’로 매도하는 영상 등 배씨가 올린 다른 영상들도 명백한 허위·혐오정보지만 기자가 문제 제기한 6월 18일까지 그 영상들은 노출되어 있었다. (기사를 마감한 직후인 6월 18일 오후 유튜브 측은 기자가 문의했던 배씨의 5·18 관련 영상들을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 규정을 들어 삭제했다)

“검토 인력 자세한 공개는 곤란”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명백한 허위·혐오정보를 왜 방치하는가’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한국 유튜브시장이 미국이나 유럽시장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한 이유다. 한국에서는 유튜브가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에서 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지위에 걸맞은, 보다 많은 책임을 요구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관련된 지적이나 문제 제기도 온라인상의 메일로만 하게 하는 등 구글 측이 개설한 창구도 충분치 않은 것도 문제다.”

<유튜브 트렌드 2020> 저자인 김경달 네오캡 대표는 일부 극우 유튜버의 선 넘는 행태와 관련해 “유튜브 방송 브랜드가 주목을 받으면 수익 때문이라도 일정한 선을 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수익창출 구조가 콘텐츠 생산자가 ‘어그로(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 동영상을 올리는 것)’를 끌도록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지만 모든 어그로가 다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유튜브가 가진 영향력만큼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여 플랫폼이 건강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운영책임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짜·허위정보에 대한 구글 측의 책임을 보여주는 지표도 발표됐다. 6월 17일 발표된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0’에 실린 ‘가짜·허위 정보로 가장 우려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전세계 40개국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유튜브가 31%로 1위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페이스북·왓츠앱 등이 1위를 차지한 데 비해,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우려되는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가장 많이 꼽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그림 참조).

허위정보·혐오 콘텐츠 방치, 유튜브 책임은 없을까

수전 워치츠키 대표의 글과 관련, 삭제된 증오·차별 콘텐츠 중 한국어 콘텐츠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대해 유튜브 측은 6월 18일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대신 유튜브 측은 지난해 4분기에 삭제된 전체 580만 건의 동영상 중 한국 영상은 6만2450건이었다고 밝혔다. 콘텐츠 모니터링 요원 중 한국 콘텐츠를 검수할 수 있는 한국어 구사자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질문엔 “검토 인력은 한국어를 포함해 다양한 언어 능력 및 전문성을 보유한 1만 명 이상의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모니터 요원의 거주 국가 등) 관련 상세 정보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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