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행정통합, 핵심만 보자

이하늬 기자
9월 21일 오후 대구시청 별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21일 오후 대구시청 별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의 행정통합이 이슈다. 하지만 ‘행정통합’이라는 단어만 들어서는 잘 와닿지 않는다. 행정통합으로 인해 예상되는 효과와 부작용 등 알아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

너도나도 통합에 나서는 이유

현재 통합에 나서거나 언급한 곳은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세종 등 3곳이다. 경남도가 추진하는 ‘부울경 메가시티’는 행정통합이 아니라 광역경제권에 각 지자체 협의체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지자체가 통합에 나서는 이유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기 위해서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에 맞서기 위해서 규모의 경제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인프라, 기업, 공공기관 유치를 두고 대구와 경북이, 광주와 전남이 경쟁을 해야 하는 구도다. 통합을 하면 유치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통합 이후 완화될 것이라 본다. 나중규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구와 경북은 2006년부터 협력은 굉장히 많이 했고 성과도 거뒀다. 문제는 사업의 본질을 두고서는 두 지역 간의 갈등이 봉합이 안 됐다는 것이다. 공동으로 추진하면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국제공항·그린벨트 등이 대표적인 갈등 사례다.

또 몸집이 커지면 중앙정부의 권한 일부를 넘겨받을 수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혜수 경북대 교수는 “기초자치단체가 통합을 해도 특례가 있다. 큰 시·도의 통합은 더 많은 권한을 넘겨받을 것”이라며 “지방정부가 스스로 지방에 맞는 행정·복지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외, 통합에 따른 부작용

통합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통합 이후 쏠림과 소외 현상은 불가피하다. 권력과 자원이 있는 곳이 다른 곳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가령 대구경북이 통합했을 때, 대다수의 자원이 대구에 쏠릴 확률이 높다. 광주전남 역시 광주에 쏠릴 확률이 높다.

지역의 소외는 공공서비스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임석회 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 연구팀은 올해 6월 발표한 ‘마산 창원 진해의 행정구역 통합 효과’에서 “공공서비스 유형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달라진다. 단순히 규모를 확대하는 통합은 규모의 불경제와 행정의 비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며 “다양한 공공서비스 공급에는 세분화된 구역이 효율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시는 대체로 30~40만명, 군은 7만5000명 전후에서 주민 1인당 재정지출이 가장 낮은 지점에 도달한다고 밝혔다.

통합에 찬성하는 이들도 이런 지적에 동의한다. 하혜수 교수는 “그래서 광역의 권한이 강화되는 동시에 읍면동 단위의 자치 역량도 강화되어야 한다. 특별법에 의해서 읍면동 자치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통합 이후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합 이후, 그리는 구도

지자체가 성공적으로 통합을 이뤄낸다면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광역행정의 다극체제로 국토가 재편될 수 있다. 이들 지자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의 행정통합, 부울경과 영서권의 메가시티로 거점 지역들을 만들어서 잇겠다는 구상이다.

조재성 서울시립대 겸임교수·원광대 명예교수는 “500만명 단위의 4개 메가시티와 3000만명 규모의 중부수도권(수도권과 강원)으로 국토를 재편하고 중심지별로 광역교통망과 성장산업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지역의 한 전문가는 “통합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통합을 해야 하는 건 이렇게 있다가는 몇개 지역이 아니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이 다 죽겠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각 지역의 통합을 통해 국토가 재편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Today`s HOT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해리슨 튤립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