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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마을, 이유없이 아픈 사람들

이하늬·박병률 기자
[윅픽] 원전 마을, 이유없이 아픈 사람들

월성 3호기 삼중수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한동안 원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양쪽에서 모두 “원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정말로 하고 싶은 사람은 월성 원전 인근에 사는 주민들입니다.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는 월성 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입니다. 발전소에서 직선거리로 1km 남짓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30년 이상 원전과 함께 살아온 주민들은 원전 관련 사고가 날 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원전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건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 이후에 절감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건강입니다. 동네에 암 환자가 많은데 방사능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합니다. 가족력도 없는 마을 중학생 2명이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전국의 원전 마을 주민들 중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618명이 한국수자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실시한 소변 검사에서 원전 인근 주민들의 상태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5세 아이의 몸에서 리터당 17.3 베크렐(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습니다. 반감기가 짧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방사능에 계속 노출되기 때문에 반감기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재산권도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민들은 사실상 재산권 행사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집이나 가게를 내놔도 팔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마을에서는 비어있는 상가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방사능 피폭을 우려하면서도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돈 많이 받지 않았냐”고 반박합니다. 지원금을 많이 받아놓고 불평을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본 지원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으로 사용돼 주민들이 받는 혜택은 거의 없습니다. 건강을 우려하는 주민들에게 도로를 새로 깔아주는 게 무슨 소용일까요.

그래서 주민들은 이주를 요구합니다. 건강이 우려되고 재산권도 행사할 수 없으니 한수원과 정부에서 책임지고 인근 주민들을 내보내달라는 겁니다. 원전을 두고 정치적 공방이 오가는 사이, ‘월성원전인접주민이주대책위’ 농성은 2400일을 넘겼습니다. 얼마나 더 지나야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다루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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