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10년... 일본인 4명 중 3명 "원전 모두 폐쇄해야"

김기범 기자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이후 탈원전 정책에 찬성하는 여론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들은 4명 중 3명꼴로 자국 내 원전을 모두 폐쇄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7일 교도통신과 교도통신 가맹사로 구성된 일본세론(여론)조사회가 후쿠시마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일본 전국의 18세 이상 유권자 1970명(유효 답변 기준)을 대상으로 우편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원전의 장래를 묻는 항목에서 ‘단계적으로 줄여 제로화(전폐)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8%로 나타났다. 당장 전폐해야 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8%로 전체 응답자의 76%가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오는 11일을 앞두고 실시됐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전 사고 발생 10년을 앞둔 3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폐로(廢爐)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전 사고 발생 10년을 앞둔 3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폐로(廢爐)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과거 같은 조사에서 탈원전을 희망한 응답자 비율은 2014년 69%, 2016년 62%, 2018년 75%였다. 해에 따라 탈원전 지지 비율이 달라지긴 했지만 원전 전체 폐쇄를 원하는 일본인은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지역을 강타한 규모 9.0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 6기의 원자로 중 오쿠마 마을 쪽의 1~4호기가 침수로 냉각장치 작동이 중단됐다. 이 영향으로 1~3호기의 노심용융이 일어나면서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해양으로 대량 누출된 것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이 사고는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1986년의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고 레벨(7)에 해당했다.

산사태에 끊긴 도로 일본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의 한 도로가 14일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흙에 뒤덮여 있다. 일본 기상청은 전날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니혼마쓰 | AP연합뉴스

산사태에 끊긴 도로 일본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의 한 도로가 14일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흙에 뒤덮여 있다. 일본 기상청은 전날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니혼마쓰 | AP연합뉴스

지난달에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강진이 발생하면서 일본인들에게 동일본대지진의 악몽을 떠오르게 했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달 13일 오후 11시8분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으로 추정되는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진원의 위치는 북위 37.7도 동경 141.8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약 60㎞로 추정됐다. 아사히신문은 “진원의 위치로 보아 이번 지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지진으로 적어도 150명이 부상을 입었고, 후쿠시마 원전의 사용 후 연료 수조에서도 물이 넘친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 시민들은 ‘쓰나미 발생 가능성은 없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에도 긴급히 피난길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22일에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은 우럭(조피볼락)에서 기준치의 5배가 넘는 세슘이 검출됐다는 일본 NHK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3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소재 오나하마어시장 검사소에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이 양동이에 담겨 있다. 최근 일본 정부 기준치의 5배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조피볼락에서 나오면서 이 어종의 출하가 중단됐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소재 오나하마어시장 검사소에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이 양동이에 담겨 있다. 최근 일본 정부 기준치의 5배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조피볼락에서 나오면서 이 어종의 출하가 중단됐다. 연합뉴스.

원전 전폐를 바라는 응답자의 60%는 후쿠시마 제1원전 같은 사고가 재발할 우려가 있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일정 수준의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19%)’거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3%)’라고 응답한 이들의 58%는 원전을 없앨 경우 전기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 중 19%는 기후변화 대책으로 원전 유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삼중수소(트리튬) 등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오염수가 계속 나오는 문제에 대해선 모른다는 응답자 비율이 43%로 나타났다. ‘알고 있다’는 답변자 비율은 53%로 일본인의 상당수는 오염수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염수 처분 방법과 관련해선 충분한 ‘풍평피해(오염수 배출 결정에 따른 이미지 악화로 주변 지역 주민 등이 볼 피해)’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방출해선 안 된다는 답변이 39%로 가장 많았다. 조속히 해양이나 대기로 방출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3%였다. 이밖에 저장탱크를 증설해 계속 지상 보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0%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3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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