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 전쟁 (3)

구석기 시대에도 층간소음이 있었다?

유명종 PD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유명종 PD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유명종 PD

📽 [스튜디오 그루] 데시벨 전쟁 ep.3

무리 생활을 했던 원시시대 구석기인들은 동굴에 모여 살았다. 벽화로 유명한 구석기 시대 알타미라 동굴은 현대의 공동주택과 비슷한 주거 방식이다. 소리가 공명하며 울림이 크게 확장되는 동굴 안. 원시 인류도 현대인이 층간 소음으로 고통받는 것처럼 울림을 소음으로 생각하며 살았을까.

“동굴에 살던 사람들은 오히려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불편한 상황이었습니다. 동굴에 울림이 없다는 것은 맹수가 들어와 부족의 사람들이 다 잡아먹었거나 자기만 두고 도망갔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지요. 동굴 안의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안전’의 표시였던 것이죠.”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장의 설명이다. 원시 인류와 비교하면 지금의 주거 환경은 물리적으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하지만 이웃과 단절되면서 다른 사람이 내는 소리는 안전함이 아니라 나의 삶을 방해하는 원인이 됐다. 공동주택에서의 ‘소리’는 밖으로 내서는 안 되는 것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음이 심리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소리의 존재보다도 소리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소리를 내는 사람과의 관계가 영향을 미친다. 소음은 이웃 관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데시벨 전쟁 ③] 구석기 시대에도 층간소음이 있었다?

첫 번째, 이웃과 교류가 없어 전혀 모르는 경우다. 이때는 소리를 누가 내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소리와 연관된 불쾌한 상황을 연상하게 되고 분노로 이어진다. 두 번째, 왕래는 없지만 누가 이웃에 사는지 알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는 “지금 시간에 뭘 하는 거야. 다음에 만나면 조심해 달라고 해야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노보다는 짜증이 나는 것이다. 세 번째, 서로 인사를 하고 음식도 주고받는 사이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결혼한 아이들이 온다고 하더니 자녀들이 왔나 보네”라며 이해하려 하는 식이다.

같은 소리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귀인 이론’을 바탕으로 보면 현상과 사건의 원인을 어디에 귀속시키느냐에 따라 사람의 감정과 행동이 달라진다. ‘위층에 손주가 놀러 왔나 보네.’ ‘성격이 좋지 않아 보이더니 행동도 저렇게 한다.’ 층간소음의 원인을 상황에 두느냐 사람을 내부성향에 귀속시키느냐에 따라 반응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일어난 사건과 관련된 사람의 특성에서 원인을 찾는 오류를 저지릅니다. 이렇게 되면 (현상이 아니라) 사람을 비난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층간소음에 분노하게 되는 원인을 이같이 설명하며 “상황을 이해하기보다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람에게서 원인을 찾는 행동은 ‘친밀도’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상대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상황을 고려하는 여유가 생기면서 ‘나를 힘들게 하려고’ 또는 ‘의도적’으로 소음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옆집, 윗집과 아랫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는 아파트 생활에서 층간소음 갈등은 필연적인 현상이 아닐까.

표승범 소장은 현실적으로 “당장 고칠 수 없는 건축적인 문제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이웃에게 항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은 “소음에 대한 심리적 면역력을 높이거나 친밀한 이웃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웃과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주택에서 층간소음을 줄이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셈이다.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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