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 전쟁

② 아파트의 배신

유명종 PD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유명종 PD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유명종 PD

📽 [스튜디오 그루] 데시벨 전쟁 ep.2

“층간소음은 소리에 대한 피해입니다. 소리가 줄어들어야 해결되는 문제인 거예요. (우리가 요구하는 건) 건물을 제대로 지으라는 것뿐이죠. 당연한 거잖아요.”

오랫동안 층간소음 피해를 겪은 강규수씨는 ‘소음진동 피해 예방 시민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층간소음에 대한 민원이 처음 들어왔을 때는 건물의 설계이나 시공 탓인지, 시끄러운 세입자 탓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는 사람의 문제인 경우도 있다. 조용한 세입자가 들어오면 민원이 줄어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건물의 노후화에 따라 소음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윗집에서 평범하게 걸어다는 소리만으로도 아랫집에서는 층간소음을 호소했다. 건축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바닥은 기능을 상실했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정부는 2003년 바닥 충격음의 최소성능 기준을 만들었다. 중량 충격음 50㏈, 경량충격음 58㏈이라는 기술적 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어 이듬해 사전인정제도를 도입해 건설사가 사전에 인증된 바닥자재와 바닥구조대로 시공하면 완공 후 별다른 확인없이 층간소음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한다. 강 대표는 “건물 바닥에 들어가는 완충재의 가장 낮은 품질의 최소 기준만 정해놓은 것”이라며 “시험하는 환경에서 정밀시공하면 (방음의)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건설현장은 그렇게 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성적서를 통과하기만 하면 될 뿐 이후 건설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사전인정제도를 통과한 바닥자재와 바닥구조라도 실제 시공된 후에는 제대로 된 차음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 내용 중 바닥충격음 측정결과. 2019년 4월 감사원 감사보고서 갈무리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 내용 중 바닥충격음 측정결과. 2019년 4월 감사원 감사보고서 갈무리

사전인정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난 2019년 층간소음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자 감사원은 ‘아파트 층감소음 저감제도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결과에 따르면 표본 아파트 191세대 중 184세대(96%)는 사전에 인정받은 바닥 충격음 차단성능 등급보다 실제 등급이 하락했고, 114세대(60%)는 최소 성능 기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닥 충격음 차단구조 성능을 인정받고 아직 유효 기간(5년)이 남아 있는 바닥구조 154개의 발급 적정성 검사를 한 결과 95%가 소음 차단 성능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나타났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으로 인한 소음 피해 비용은 주민들이 지게 된다. 층간소음 갈등으로 윗집과 고성이 오갔던 A씨는 자신은 아랫집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바닥에 소음방지 매트를 시공했다. 설치비용만 300만~400만원 가까이 들었다. 아랫집에서 층간소음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B씨는 “우리는 걷기만 해도 죄가 된다”고 했다. B씨는 바닥 매트를 깔기 위해 업체의 견적을 받아보니 380만원 나왔다고 했다.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재료를 사서 직접 시공했고 총 50만원 정도 들었다.

[데시벨 전쟁]② 아파트의 배신

사전인증제도가 층간소음을 줄이는 해결법으로 작동하지 않자 정부는 2022년부터 완공 이후 바닥충격음을 측정해 인증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음의 측정이 7.5㎏ 타이어로 내려치는 ‘뱅머신’ 방식에서 배구공 크기의 고무공(2.5㎏)을 떨어뜨리는 ‘임팩트볼’ 방식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충격이 덜한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건설사 등 업계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각 테스트를 해봤을 때 ‘임팩트볼’이 실제 소음하고 유사하다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충격력은 ‘임팩트볼’이 ‘뱅머신’보다 작아지는 것은 맞지만 충격음 기준이 현행 기준과 동일하게 할지는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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