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 전쟁

① ‘층간소음’, 고통의 목소리

유명종 PD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유명종 PD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유명종 PD

📽 [스튜디오 그루] 데시벨 전쟁 ep.1


“그럼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삽니까?”

윗집과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A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고성과 함께 돌아온 윗집 주민의 답변이었다. 시끄러운 음악과 아이들이 뛰는 소리. A씨에게 고통이었던 이 ‘소음’은 윗집 주민이 생각하는 ‘소음’의 기준과 달랐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밤 10시에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를 하는 게 무엇이 이상하냐는 듯 말한다”며 “차분히 이야기도 해봤지만 제가 소음으로 느껴도 윗집은 소음으로 인지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경남 양산시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에 고통받던 주민이 자해한 후 윗집을 찾아가 위협한 사건이 있었다. 층간소음이 이웃을 살인하는 사건으로 번지거나 가스통을 폭발시키는 폭력적인 사건의 단초가 되는 경우는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2012년 층간소음 갈등 완화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를 만들었고 2014년 층간소음의 최저기준을 정해 환경분쟁조정위원회와 중앙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소음’인지 판단할 수 있게 했지만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B씨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통해 이웃집의 소음을 측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실제로 소리는 발생하고 있지만 층간소음의 기준에는 부합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 2019년 이웃사이센터 민원 통계현황을 보면 층간소음 민원 가운데 실제 ‘소음’의 기준에 부합되는 비율은 7.6%밖에 되지 않았다. A씨 역시 소리로 인해 심리적 고통이 극심한데도 측정 결과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소장은 “소음은 객관화시켜주는 것이 중요한데 측정 결과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소리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더 큰 피해를 주게 된다”고 설명한다. 표 소장은 “정확하게 기준만 가지고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더 큰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층간소음의 기준(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층간소음의 기준(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C씨는 이사 온 다음 날 아랫집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쪽지에는 ‘먼저 살던 주민들 때문에 귀가 트였는데 더는 참을 수 있는 힘이 부족한 상태니 소음에 조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바닥에는 매트를 깔고 생활하고 빨래와 청소는 저녁 시간을 피하며 살았다. 가구 바닥에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부직포도 씌웠다. 그런데 한 달 뒤부터 어디선가 ‘쿵쿵쿵’ 하는 노래가 들렸다. 다음 날에는 비트 소리와 드릴 소리, ‘탕탕탕’ 망치를 치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새벽에는 낮은 진동 소리도 이어졌다. 소리가 나는 위치를 찾아보니 바닥이었다.

“이런 것이 보복 스피커구나 했어요.”

‘층간소음 보복 스피커’로 불리는 우퍼 스피커는 아랫집의 천장에 설치해 윗집에 소음과 진동을 전달하는 장치다. 최근 층간소음 문제가 증가하면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아이가 아랫집에 괴물이 산다고 말해요. 엄연한 불법인 ‘보복 스피커’를 확인하려면 그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확인하기도 전에 집주인이 주거침입죄를 들먹여요. 그러면 누가 판명을 하나요. 누가 잘못하고, 누가 잘한 건지, 정말 답이 없죠.”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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