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이날'

5월25일 층간소음은 언제쯤…

탁지영 기자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오래 전 '이날'] 5월25일 층간소음은 언제쯤…

■1981년 5월25일 층간소음은 언제쯤

‘쿵쾅쿵쾅’ 뛰어가는 소리, ‘쏴아아아’ 변기 물 내리는 소리, ‘흥얼흥얼’ 노래까지….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 등 공동주택에 살면서 층간소음에 시달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이웃 간 시비·폭행 등으로까지 이어지는 층간소음, 40년 전에도 사회문제였나 봅니다. 1981년 오늘자 경향신문에는 아파트 층간소음을 다룬 논문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소개된 논문은 반호용 당시 청주대 교수가 건축학회지에 발표한 ‘아파트먼트하우스의 내부 소음에 대한 조사 연구’입니다. 반 교수는 충북 청주 사직동 주택공사아파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조사에 응한 아파트 주민 415가구는 여러 유형의 층간소음 피해를 토로했습니다. 현관문·창문 여닫는 소리, 계단 오르내리는 소리, 화장실에서 물을 틀거나 물이 내려가는 소리, 쓰레기 버리는 소리, 아이들이 떠들거나 우는 소리, 부엌에서 물을 쓰거나 조리하는 소리, 뛰노는 소리, 거친 말이나 싸우는 소리 등입니다.

응답자들은 ‘위층’으로부터 소음이 가장 많이 들린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으로 이웃, 아래층, 집안, 이웃 동을 꼽았습니다.

1981년 5월25일 경향신문

1981년 5월25일 경향신문

층수별 소음 피해 유형이 다르기도 했습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변기 물 소리, 쓰레기 버리는 소리, 부엌에서 물 쓰는 소리가 심하고 위층으로 갈수록 창문 여닫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고 밝혔습니다. 발 소리는 모든 층에서 지적됐죠.

아파트 주민들은 ‘콘크리트는 소리를 잘 전달하는 건축자재임을 염두에 두고 창이나 문을 쾅쾅 닫지 말 것’ ‘세탁기, 냉장고, 피아노 등은 바닥에 푹신한 깔개를 깔 것’ ‘목욕은 밤 9시쯤 끝낼 것’ ‘수돗물을 너무 세게 틀지 말고 꽉 잠글 것’ ‘텔레비전, 라디오는 고음으로 틀지 말고 이웃에 피해가 없도록 놓는 장소를 잘 택할 것’ 등을 지켜야 할 사항으로 꼽았습니다.

반 교수는 논문에 당시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이나 창의 충격을 줄이고 공기전파음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 개발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아파트 각 동의 배치가 평행이 되거나 ㄷ자형이 될 경우 소음이 반사돼 아파트 깊숙이 들린다”며 “아파트 동 배치는 평행을 피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층간소음은 50년이 흘러도 여전합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탓에 층간소음으로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졌는데요. 지난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민원(4만2250건)이 전년도(2만6257건)보다 60.9%나 늘 정도였습니다.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이웃의 배려만 강조해선 안 됩니다. 바닥 충격음 등 층간소음 기준에 들어맞는 건축 자재를 사용해 정밀 시공하고, 완공 후에도 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층간소음이 사라질 날은 언제쯤 올까요.

▶관련기사 : [데시벨 전쟁]② 아파트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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