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서, ‘가해자는 공수처장 후보’ 초반부터 알아…담당 수사관은 블랙박스 영상 보고도 “못 봤다”

박채영 기자

진상조사단이 밝힌 내용

경찰이 택시기사 폭행 혐의로 입건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자신의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청탁하거나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린 것은 사건 관계인들의 PC와 휴대전화 등을 모두 조사했지만 불법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폭행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1월6일부터 12월31일까지 이 전 차관과 서울 서초경찰서 서장·과장·팀장·수사관의 통화내역 8000여건을 분석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전 차관은 경찰 출석 문제로 서초서 수사관과 연락한 것 외에 전·현직 경찰관들과 통화한 사실이 없었다. 서장·과장·팀장·수사관은 휴대전화에 설치된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진상조사 이전에 일부 자료를 삭제한 정황이 있었지만 삭제 패턴이나 분량을 봤을 때 이 사건과 관련된 특이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전 차관이 서초서의 내사종결 처분 뒤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에도 청탁이나 외압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2일 한 경찰 간부가 이 전 차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당시 언론에 폭행사건이 보도돼 곤란한 처지에 놓인 이 전 차관을 위로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관계자 등과도 연락한 사실은 있었지만 이 역시 사건과는 무관한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전 차관의 통화 상대방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며 “이 전 차관에게도 통화 이유를 물어보는 방식으로 19시간 동안 크로스체크를 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서초서는 이 전 차관이 법무부 법무실장 출신 변호사라는 신분을 택시기사가 1차 조사를 받은 11월9일부터 알고 있었다. 서초서장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생활안전계장으로부터 “택시기사 폭행사건 가해자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변호사”라는 보고를 받았다. 형사과장도 같은 날 오전 7시51분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형사과장은 이 같은 내용을 오전 8시56분쯤 담당 수사관에게 전달했고, 수사관은 9시14분쯤 형사팀장에게 알렸다. 전날 이 전 차관으로부터 합의금 1000만원을 송금받은 택시기사는 1차 조사에서 “블랙박스 영상 복원을 시도했지만 폭행 영상이 없다”고 진술했다.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 보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택시기사를 2차 조사한 지난해 11월11일이었다. 하지만 수사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적용이 명백해 보이는 영상을 본 뒤에 상급자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수사관은 11월12일 이 전 차관에게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해 이 사건 내사를 종결했다. 수사관은 12월19일 언론 보도로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뒤 이뤄진 경찰 진상 파악 과정에서도 영상을 본 사실이 없다고 둘러댔다.

한때 유력한 공수처장 후보였던 이 전 차관은 이 사건 때문에 검증 과정에서 발목이 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후보 추천권과 검증 기능을 행사하는 청와대나 법무부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관을 잘 아는 인사는 “폭행 시비로 조사 중인 상황에서 본인 스스로 공수처장을 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