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마약 쏟아지는데…국과수, 올 마약류 감정 7만여건 전망 ‘7년 새 2배’

유선희 기자

비대면 유통망 다각화로
조직범죄서 개인화 추세
“신종 마약류 계속 느는데
현실이 못 쫓아가는 실정”

나홀로 마약 쏟아지는데…국과수, 올 마약류 감정 7만여건 전망 ‘7년 새 2배’

지난 9일 오전 4시30분쯤 서울 서초구의 한 모텔. 투숙객인 30대 남성 A씨가 객실 안에서 물건을 부수고 난동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횡설수설하는 A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겨 객실을 수색했고, 마약 투약에 쓰인 것으로 의심되는 주사기를 발견했다. 간이 시약검사 결과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모텔에서 40대 여성 B씨가 대낮부터 모텔 로비와 주차장 등을 뛰어다니며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B씨 역시 신체에서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다.

개인 차원의 제조·반입·유통이 어려워 ‘조직범죄’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마약범죄가 이처럼 ‘개인범죄’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비대면 소통 채널이 더욱 활성화되고, 암호화폐 등 대금 지급수단이 다양해지면서 개인적으로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진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개인 마약사범의 증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연간 마약류 감정 건수도 7년 새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경향신문이 국과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과수가 경찰 등에서 의뢰받아 실시한 마약류 감정 건수는 최근 7년(2014~2020년)간 약 2.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2만8633건에서 2017년 5만7149건으로 늘어나다가 2018년 한 차례 4만4687건으로 줄었다. 2019년에는 6만3949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6만8106건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1~6월 감정 건수가 이미 3만7000여건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돼 올해 전체로는 역대 최대치인 7만2000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감정 건수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는 비율은 50~60%에 이른다.

단발성 투약이 아닌 마약 남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모발 마약류 검출’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숫자가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단기 투약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소변검사와 달리 모발검사는 마약의 신체 누적 정도를 파악할 수 있어 남용 여부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국과수에 따르면 마약류 검출 파악을 위한 모발검사 의뢰 중 양성 건수는 2016년 1213건, 2017년 1534건, 2018년 1286건, 2019년 1922건, 2020년 2217건으로 집계됐다.

신종 마약류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펜타닐’ 마약은 2016년 의뢰 건수가 0건이었지만, 지난해 55건이 의뢰돼 17건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법령 규정에 따라 마약류 지정범위도 갈수록 확대돼 왔는데, 2009년 6월 기준 292종에 불과했던 감정대상 마약류는 올해 2599종으로 9배 가까이 증가했다.

날이 갈수록 유통망이 다양해지고 신종 마약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 같은 속도를 행정력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과수 관계자는 “신종 마약류는 기존 마약에서 조금씩 구조가 변형돼 빠르면 3개월 안에 국내로 들어오고 있는데 정작 인력난으로 밀려오는 마약 감정의뢰를 처리하기에 급급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마약 수사와 단속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중단기 예방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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