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원 0명’ 65개 상장사에 의결권 행사하면서…‘성비 불균형’ 한마디도 안 한 국민연금

오경민 기자

기금 내 4개 위원회에도 ‘0명’

성평등 평가지표도 없어

“ESG 책임투자와 배치” 비판

국내 주요 상장회사의 지분을 1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등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한 차례도 임원 성비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1명도 없는 67개 상장회사의 주식을 총 23조693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보유액은 기업당 평균 3443억원이며, 평균 지분율은 7.6%에 이른다. 이들 기업 가운데 2곳을 제외한 65곳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갖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지분 보유 비중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해당 기업들의 경영진·이사회 구성에서의 성비 불균형 문제는 언급조차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은 정 의원의 질의에 대해 “(여성 임원이 전무한) 67개 기업의 주주총회 등에서 여성 대표성 확대와 관련한 문제를 지적한 바 없다”고 답했다.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논의 테이블에서도 여성은 ‘실종’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투자전략을 논의하는 5개 위원회 중 4개 위원회(국민연금기금운용위·투자정책전문위·수탁자책임전문위·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의 위촉 위원 가운데 여성은 ‘0명’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에만 여성 위원이 4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위촉 위원 46명 중 42명(91.3%)이 남성이었다.

이는 국민연금이 강조해온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책임투자와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5월 발간한 <국민연금이 함께하는 ESG의 새로운 길>이란 저서에서 “ESG 관점에서 단순히 법에서 요구하는 여성 임원의 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성적 평등을 지향하는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지난해 연차보고서에서 밝힌 국내주식 ESG 평가체계에 여성 임원 비율 등 성평등을 고려한 평가지표는 없다. 특히 내년부터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기업 이사회에는 특정 성별로만 이사 구성을 할 수 없는데도, 국민연금의 ‘이사회 구성과 활동’ 평가지표에서 여성 이사 비율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기금을 투자하는 기업이 이사회 구성 시 성별 다양성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운영을 위한 안내서’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