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동규, 성남시설공단 '개발 사업 가능' 정관 개정...이재명 '승인'

경기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 권도현 기자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신인 성남시설관리공단 시절 유동규 당시 기획본부장이 자신의 직속으로 공단 내 ‘시설관리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고 주요 업무에 ‘신규 개발사업 인수 준비’를 끼워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 전 본부장은 개발사업이 가능한 본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공단 정관 개정에 근거해 TF팀의 업무 분야에 해당 조항을 포함시켰고, 시설물 유지·관리가 주무인 시설관리 TF팀은 이 조항에 따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 민관 공동개발을 공식화(2012년 6월)하기 11개월 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정관 개정의 최종 결재권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성남시설관리공단은 2011년 7월26일 ‘시설관리 TF팀 운영계획안’을 공단 이사장 결재로 확정했다. 19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이 문서를 보면, 공단 업무 중 하나로 ‘신규사업 인수준비(개발사업분야)’가 포함됐다. 노후한 시설물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창설된 이 조직의 본래 업무는 ‘수탁시설물 관리’, ‘시설물 유지관리 지도 및 조언’, ‘분야별 시설물 매뉴얼 관리 및 제작’, ‘시설물 유지관리 프로세스 개선 및 추진’ 등이었는데, 시설물 유지·관리와 무관한 업무가 추가된 것이다.

팀 명칭도 시설관리 TF팀에서 ‘기술지원 TF팀’으로 변경됐다. 최종결재안에는 시설관리 TF팀이란 최초 명칭 옆에 수기로 ‘기술지원’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결재 과정에서 명칭이 변경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지원 TF팀 출범 전 채용 인력을 사전에 점찍었다는 의혹도 있다. 성남시설관리공단은 2011년 6월21일 인력 채용을 공고하면서 ‘토목건축 분야’ 근무를 자격 조건으로 제시했다. 같은 해 7월1일과 4일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5일 합격자를 발표했는데, TF팀을 이끄는 2급 단장에 건설사 현장소장 출신인 유한기씨가 채용됐다. 유씨가 공단에 입사한 시기는 재개발 조합장 출신인 유 전 본부장이 인사규정 개정 작업을 통해 인사권을 마음껏 휘두른 시기와 맞물린다.

유 전 본부장이 조직 장악을 위해 TF팀을 활용한 건 처음이 아니었다. 2010년 10월 공단에 입성한 그는 그 해 11월 경영기획 TF팀을 만들고 직원 인사권을 기획본부장 전결로 바꾸는 인사규정 개정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직원들 불만이 커지자 성남시의회가 반발했고, 2011년 7월7일 공단 이사회를 거쳐 같은 달 14일 종전처럼 인사권이 공단 이사장에게 환원됐다.

유 전 본부장이 주도한 공단 정관과 인사규정 개정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최종 승인했다. 2011년 7월15일 성남시의회 본회의에서 유근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성남시장의 지시나 의중이 실리지 않고서는 공단 정관이나 규정 개정 시도는 있을 수가 없다”고 발언했다. 유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유동규씨가 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된 이후 이사장을 바지사장으로 만들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 측은 “수많은 업무보고를 다 기억할 수도 없거니와 단순히 보고를 받았는지 아닌지를 묻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보고를 받은 것은 ‘개발이익 공공환수’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 측과 유한기씨는 기자가 수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