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발생 2년6개월...국가에 책임 묻기로 한 유가족

유선희 기자
2019년 4월17일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방화 살인 사건 현장. 연합뉴스

2019년 4월17일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방화 살인 사건 현장. 연합뉴스

“아픈 사람이 사람을 죽일 때까지 왜 아무도 막지 못하고 내버려뒀나, 제때 병원에서 치료만 받게 해줬더라면 가족들이 지금도 살아있을텐데, 왜 그걸 못해줬나, 그런 생각만 했습니다.”

2019년 4월17일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안인득의 방화 살인사건으로 어머니와 딸을 잃은 유가족 A씨(40대)는 7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A씨 부부는 “2년이 넘게 그날 새벽에 갇혀 살았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사건 발생 이후 아파트를 떠났다. 이웃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조현병이 있는 안인득은 아파트에 불을 내고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주민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A씨의 어머니와 초등학생 4학년 딸이 숨졌고, 아내가 크게 다쳤다. A씨의 아내는 가까스로 건강을 회복했다. 안현득은 대법원에서 지난해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2년6개월이 흐른 지금 A씨는 “또다시 누군가의 가족이 희생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불의의 사건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유가족은 국가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A씨 측은 이번주 초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A씨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누구든 도와서 막아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소송을 시작하게 됐다. 소송을 한다고 해서 숨진 가족들이 돌아오지 않겠지만, 이 나라가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아무 이유 없이 죽을 때까지 도대체 뭘 했는지 따져물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과 한 공동체에서 살려면 최소한 안전장치는 있어야 하고, 여기에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가족과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등은 안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전 8차례 경찰 신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고위험정신질환자 대응 매뉴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또 안씨의 형이 동생의 입원과 치료를 위해 시청, 주민센터 등을 전전했는데도 이웃 주민들이 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A씨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안하고 도망간 사이 제 삶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국가가 전 재산을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내 아이와 어머니를 잃었다. 저와 같은 일을 당하는 아비가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조현병에 대한 치료와 관리가 가족 단위에서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사회 이슈들이 불거졌다”며 “정신장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재활, 회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응급한 상황의 경우 적극 개입하는 등 국가의 사회적 책임을 높여야 한다.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소송을 돕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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