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환자들은 어디로 가나요”…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에 쫓겨나는 입원 환자들

박채영 기자

코로나 환자 병상 수 늘리느라

입원 환자 전원 대책 마련 안 해

보호자들 “사실상 강제 퇴원 통보

억울한 마음···더 일찍 알려줬으면”

박장일씨(35)는 지난 24일 아버지가 입원한 A재활병원으로부터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오는 30일까지 병상을 비워달라’는 공지를 받았다. 뇌질환으로 오른쪽 편마비가 있는 그의 아버지는 지난해 6월부터 경기도에 있는 이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아왔다. 갑작스런 통보에 가족들은 다른 병원을 알아보려고 50통 넘게 전화를 걸었다. 박씨는 29일 “병원에서 다른 병원을 소개해줬지만 막상 전화해보면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하거나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요양병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환자들은 어디로 가나요”…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에 쫓겨나는 입원 환자들

정부가 새로 지정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입원 환자와 보호자들이 “강제 퇴원에 가까운 통보를 받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자 부랴부랴 거점전담병원 수를 늘리면서 기존 환자들의 전원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재활병원은 200여개 병상을 전부 코로나19 환자 전용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퇴원하게 된 환자 47명과 보호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박씨는 “아버지가 원래 앉아 계시지도 못했는데 최근 보조기구를 잡고 걷는 연습도 하시고 의욕을 보이셨다. 병원을 옮기게 돼 속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도 제대로 못하고 겨우 병원을 찾아서 시흥시에 있는 재활요양병원으로 아버지를 옮기기로 했는데, 이 병원도 나중에 거점전담병원으로 전환한다면서 나가라고 할까봐 불안하다”고 했다.

주모씨(42)도 지난 27일 아버지가 입원한 경기도의 B종합병원에서 “30일까지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이틀 안에 나가라고 해서 다른 병원을 정말 부랴부랴 알아봤다”며 “‘이미 환자가 다 찼다’는 곳이 많아서 병원을 찾느라고 27일은 반차를 쓰고, 28일은 아예 출근하지 못했다”고 했다.

주씨가 아버지를 데리러 간 28일 B종합병원은 코로나19 병상을 만들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B종합병원은 지금까지 63개 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전용으로 전환했고 내년 1월 중순까지 280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주씨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시간 여유를 두고 좋은 병원을 찾아보고 싶은데, 거동이 안 되는 환자를 이틀 안에 바로 나가라고 하니 정말 힘들었다”며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조금 더 일찍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B종합병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거점전담병원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저희도 국가적 재난을 헤쳐나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면서 “기존 입원 환자들은 의료진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지 남아있는 일반 병상으로 전실할 지 판단하고 환자 동의를 구하고 있다. 다만 평상 시에는 환자가 원할 경우 입원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지난 27일 ‘갑작스런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으로 갈곳없는 중증 환자들을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뇌경색으로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지난 23일 연락이 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으니 31일까지 다른 원으로 옮기라고 통보를 받았다.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4일 기준 병상 전체가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전환된 병원은 14곳이다. 대부분 수도권에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아니라 통상적인 상황에서도 정부가 전원 조치되는 환자 개개인이 어느 병원으로 가는지는 관리하지 않는다”면서 “병원에서 조치가 늦어진다고 해도 정부가 재촉하거나 강제하지는 않는다. 전원 문제로 일정이 늦어진다고 하면 당연히 기다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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