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높이·점자·음성 다 가능…장벽 허문 ‘K키오스크’ 나왔다

조미덥 기자

정부·업체 손잡고 개발·보급 나서

시각·청각·지체 장애인은 물론 어린이, 노인도 사용하기 쉬운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위한 키오스크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들은 여전히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와 키오스크 전문업체가 손을 잡은 결과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키오스크 개발·공급 업체 엘토브는 배리어프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무는 작업) 키오스크를 가격 합리화 작업 등을 거쳐 공공영역에 우선 보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후 해당 제품은 민간영역으로도 확대할 방침인데,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엘토브 사무실에서 이 기기를 직접 체험해봤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휠체어, 시각, 청각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장애 유형별로 따로따로 구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장애인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휠체어를 선택하면 사용자 키를 인지해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수동으로 높이를 추가로 조절할 수도 있다. 시각을 선택하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가 나온다. 이어폰을 꽂고 음성을 듣는 기능도 있다. 점자 디스플레이가 있어 손가락을 대면 키오스크의 정보가 바로 점자로 표시됐다. 저시력자를 위해 화면과 키패드는 하얀 바탕에 검정 글씨(혹은 검정 바탕에 하얀 글씨)로 만들어 명도 대비를 높였다. 키패드는 손으로 만져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돌출돼 있고, 버튼마다 아래에 점자를 넣었다. 청각을 선택하면 화면에 아바타가 나와 수어로 안내한다.

같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사용해본 시각장애인 박인범씨(27)는 “시각장애인용 제품이 있어도 음성만 제공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점자와 음성을 선택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빨리 시중에 보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키오스크 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2020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개발 및 실증 사업자로 엘토브를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엘토브는 유통 분야에 키오스크를 공급 중인 업체로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과 스타필드, 타임스퀘어 등 대형몰의 안내 키오스크를 제작한 바 있다. 싱가포르에는 지체장애인용 높이 조절 키오스크를 납품했다.

사회적 약자 위한 키오스크
얼마나 보급되느냐가 관건

김지훈 엘토브 부사장은 “아무도 가지 않던 길이라 가이드가 없다 보니 (개발에) 시행착오도 많았다”면서 “여러 장애 유형에 맞춘 기능이 한꺼번에 들어간 제품은 우리가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음이 많은 현장에서 음성인식을 가능케 하는 작업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고 한다. 한 기기에 많은 기능이 들어가다 보니 기존 제품과는 다른 컨트롤보드도 제작해야 했다.

엘토브는 이번 제품을 제작하면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라면 갖춰야 할 조건을 명시한 기술 표준도 함께 만들었다. 표준을 만들고, 그 표준을 구현한 제품을 동시에 내놓은 것이다. 향후 다른 제작사에 이 키오스크 기판을 공급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엘토브가 만든 표준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뽑은 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우수표준에 선정되기도 했다.

관건은 현장에 얼마나 많이 보급될 수 있느냐다. 이 키오스크는 현재 독립기념관, 전남대병원, 수원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보급돼 호평받고 있다. 전북대병원과 서울역사박물관, 세종문화회관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향후 프랜차이즈 매장 주문, KTX·극장 발권, 쇼핑몰 안내 서비스 등으로 키오스크 보급을 확대할 계획도 있다.

김 부사장은 “지금은 시장가가 2000만원 정도인데 앞으로는 1000만원대로 낮춰 보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NIA 스마트의료복지팀 선임연구원은 “조달청의 혁신조달제도를 이용해 공공기관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토록 하고, 정부가 바우처 등 지원사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민간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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