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달라는 시민, 돈 없다는 지자체’···지역화폐 인기 높아도 걱정

박용근 기자
‘더 달라는 시민, 돈 없다는 지자체’···지역화폐 인기 높아도 걱정

전북 전주시에 거주하는 정인지씨(58)는 3일 오전 8시50분 지역화폐인 전주사랑상품권(돼지카드) 충전을 위해 모바일 앱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충전개시 시간인 오전 9시 이전이었는데도 벌써 대기 안내창이 떴다. 안내문에는 ‘현재 동시접속자가 많아 잠시 대기중입니다. 대기자 6305명, 예상 대기시간 1817초’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오전 9시15분이 되자 대기자는 2만9600명으로 늘었고, 대기시간도 3237초로 길어졌다. 정씨는 “눈이 빠지게 대기창만 쳐다보고 있기를 1시간쯤 반복하다 간신히 충전을 할 수 있었다”면서 “수만명의 시민이 매달 초 이런일을 반복해서 겪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전주사랑상품권 인기가 치솟으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전주시가 자체예산으로 사용금액의 10%를 캐시백으로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빠듯한 시민들의 살림살이가 지역화폐에 관심을 촉발시켰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카드발행취지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를 이루면서 나오고 있는 시민불만이다.

전주시는 올해부터 전주사랑상품권 충전한도를 1인당 연 120만원으로 축소했다. 그간 매월 30만원을 1회 충전(연 360만원)할 수 있었으니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전주시는 ‘안정적인 상품권 운영’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2020년 11월 출시된 지역화폐카드는 지난해 2월 월 100만원씩 충전되던 1인당 한도를 50만원으로 줄였다가 7월에는 30만원으로 축소했다. 모바일 충전 앱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인기를 끈 반면, 전주시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충전금액이 수 차례 축소된 데다 올해부터는 충전횟수까지 줄어들자 시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시민 하동호씨는 “카드 충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 이번에는 9시이전부터 앱에 접속해 기다렸는데 대기자가 많아 결국 포기했다”면서 “한두 사람도 아니고, 수만명의 시민이 애를 태우는데 뭔가 대책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최미정씨도 “캐시백 10% 때문에 매달 초 충전을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스스로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면서 “행정에서 돈이 없다면 제도를 중단하는 게 옳지 시민들끼리 아귀다툼을 하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주사랑상품권 가입자는 17만9000여명이다. 올해 예산은 2400억원이다. 지난해 예산은 1·2차 추경까지 합쳐 2500억원 규모였다. 예산을 늘리지 않는 한 지역화폐 발행취지를 온전히 달성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역화폐 가입자가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충전금액을 불가피하게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올해도 추경을 통해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더 많은 편익이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불타는 해리포터 성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