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이예람 사망 1년…“그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윤호우 논설위원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이 지난 7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 팀장은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의 관련자 처벌과 징계가 어떻게 내려지는지가 군 성범죄 사건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이 지난 7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 팀장은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의 관련자 처벌과 징계가 어떻게 내려지는지가 군 성범죄 사건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1989년생. 2008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2012년 66기로 졸업했다. 당시 여성 졸업생 중 해병대 지원자가 세 명이었는데, 그중 한 명이었다. 해병대 제2사단 1연대 소대장과 인사장교, 작전보좌관을 역임했다. 2017년 5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대위로 전역했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중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권유로 상담지원 간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상담지원팀장을 맡고 있다. 2017년 육군 성소수자 장병 색출 사건을 비롯해 2018년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의 기무사 위수령 선포 계획, 2020년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 2021년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성폭력 피해 사건 등을 조사했다.

고 이예람 관련자 처벌이 군 성범죄 사건의 중요한 계기
이 중사 유족, 특검법안에 ‘외부 시각서 문제점 확인’ 희망
변 하사, 군에 대한 기대 너무 커 강제전역 조치에 더 충격
병영문화 개선 반짝하다 2019년 이후 성폭력·구타 급증
국가안보란 단어 절대성 깨져야 군문제로 넘어갈 수 있어

2021년 3월은 군 인권사에서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시간이다. 성전환 수술 후 강제전역 당한 고 변희수 하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로 발견됐다. 또 공군의 이예람 중사가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2개월 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군 인권 상황을 폭로하는 사건들이 봇물 터지듯 뒤를 이었다. 1년이 흐른 지금,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32)은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느냐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방 팀장은 고 변 하사를 ‘희수’라고 불렀다. 2년 동안 상담을 하던 사이여서다. 방 팀장은 “군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컸기에 (변 하사에게는) 강제전역 조치가 더욱 충격으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인권과 변 하사에 공감하는 정서가 느껴졌다. 방 팀장의 이력에서 나오는 느낌일까.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방 팀장은 대위로 전역한 뒤 군인권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생도 때부터 총 9년 동안 군인으로 복무한 그는 군내 인권을 실증적으로 접한 사람이다. 방 팀장은 “강한 군대는 어떤 불합리적 구조나 가혹행위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방식으로는 결코 건강한 군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부모가 지난해 11월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국방부의 특검을 요청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부모가 지난해 11월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국방부의 특검을 요청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 4일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특검법안을 발의했는데.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마지막 대선 TV토론에서 1분을 사용해 특검을 요청했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화답을 하면서 급진전됐다. 성범죄는 시간이 지나면 그 증거가 상당히 오염된다. 늦게 이뤄진 것이 아쉽다.”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지난해 12월 보통군사법원의 1심 판결에서 9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중사의 피해 신고를 무마하는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모 준위는 징역 7년이 구형됐다.

- 특검에서 어떤 부분이 더 규명되어야 하나.

“장 중사 외에 다른 관계자들은 거의 다 불기소됐다. 유족들은 이것을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징계도 어떻게 결정됐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결정은 군 검찰에 의해 이루어졌다. 군은 선후배 관계로 단단히 얽혀 있다. 특검이라는 군대 바깥의 시각으로 이 사건을 보면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으로 유족들이 살고 있다.”

- 아직도 이 중사의 장례가 치러지지 못하고 있는데.

“부모님 모두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온통 진상규명에 매달려 있다. 유족들은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장례를 치를 의사가 유족에게는 없다.”

- 고 이 중사 사건 이전에도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있지 않을까.

“여군이 성폭력 피해로 사망한 사건이 오혜란 대위 사건(2013년) 이후 4년 주기로 나왔다. 그런데 작년에는 이 중사를 비롯해 세 건의 사건이 한꺼번에 터졌다. 이 중사 사건에 대한 처벌과 징계 수위가 향후 사건 처리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고 이 중사 사건 후 군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6월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런데 민간 위원들이 국방부에 항의의 뜻을 밝히며 줄사퇴하더니 6개월 만에 활동을 마쳤다. 결국 합동위가 권고한 국장급 성폭력전담 조직은 과장급 자리로 낮춰졌다. 오는 7월부터 군내 사망 사건과 성범죄는 민간 법원이 관할하게 된다. 고등군사법원도 폐지해 민간법원에서 항소심을 담당하게 된다. 군 인권보호관도 신설됐다. 고 이 중사 사건이 가져온 군 사법 체계의 변화이다. 하지만 방 팀장은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것이다.

지난 2월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 2월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1년 사이 군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군 내부 구성원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가지고 와도 소용이 없다. 이 중사 사건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오히려 ‘무엇이 바뀌었느냐’라고 반문할 수밖에 없다. 큰 사고가 터지면 어떻게 잘 봉합해서 마무리할 것인지에만 집중할 뿐, 군 조직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는다. 성폭력 사건뿐 아니라 병영 악습이나 구타·가혹 행위, 사망 사건도 마찬가지다.”

- 구타나 가혹 행위도 덩달아 늘고 있는 건 아닌가.

“군에서 통계를 안 내니까 자세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군인권센터에 접수되는 상담 상황을 보면 구타·가혹 행위가 점점 줄어들다가 2019년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성폭력은 훨씬 더 크게 증가했다. 뭔가 시그널이 있다는 것이다.”

-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2014년에는 윤 일병 가혹행위 사망사건과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도 있어서 사회 전체가 병영문화와 안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때 병영문화 개선 방안이 나왔고 한동안 반짝하는 결과를 냈다. 군에서는 흔히 ‘병영문화개선 100일 작전’ 또는 ‘1000일 작전’을 벌인다. 일부 효과를 내 사고가 줄면 그것으로 작전이 끝난다. 사고는 바로 그 틈을 노린다. 성폭력과 가혹 행위가 늘고, 이것이 작년에 잇따른 사망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다.”

- 군내 폭력이 증가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나.

“전반적으로 인권 감수성이 무뎌졌다. 혐오나 차별에 둔감해지고 이를 부추기는 요소들이 많아졌다. 새로 들어온 병사들이든 간부들이든 무감각해져 있다.”

- 군내의 성범죄는 군 밖의 성범죄와 어떻게 다르나.

“성범죄에 대한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반 사건은 밖에서 수사하는데, 군대는 지휘관 의도대로 사건을 훨씬 잘 숨길 수 있고 잘 무마할 수도 있다. 피해자도 똑같이 조직 내에 갇혀 있는 사람이다. 밖에서 얻을 수 있는 조력이나 정보가 차단돼 있다. 훨씬 더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상황이 악화된다.”

- 여군 성폭력과 남군 성폭력을 놓고 비교하면.

“실제로 남군 성폭력이 더 많다. 또 남군 성폭력은 구타·가혹행위와 결합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피해자를 괴롭히면서 여러 명이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 남군 성폭력을 동성애로 해석하려고 하는데 집단폭력의 좋지 않은 신호이다.”

- 상담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대처하라고 조언하나.

“상담지원 기관으로서 우리가 당신과 함께 싸우고 있고 이 사건에 관심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신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우리가 대응해 줄 수 있다는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군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군대 안에 있기 때문이다.”

- 변희수 하사가 사망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0월 행정법원은 군이 성전환 수술을 한 변 하사에게 강제전역을 처분한 결정이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국방부가 패소한 뒤 항소하려다 법무부에서 포기하게 했다.

“법무부의 결정은 우리로서는 무척 감사한 일이다. 그의 죽음에 대해 국방부도, 그리고 사회도 책임이 있다는 얘기를 대신 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당시 변 하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나.

“변 하사는 여러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지만 군대를 굉장히 사랑했다. 그래서 설마 (성전환) 수술할 수 있도록 휴가까지 보내줘놓고 자신을 군에서 내칠까 하고 생각했다. 군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다. 그런데 이후 전역조치되고, (강제전역 처분 취소) 소송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간은 흐르는데 상황은 악화되어갔다. 과연 자신이 군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우려했던 것 같다. 또 하루아침에 직업이 날아가버리면서 생계문제가 대두됐다. 실직자가 돼 버린 거다.”

이 대목에서부터 방 팀장이 ‘변 하사’를 ‘희수’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희수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였다. 우리 사회가 트랜스젠더에 대해 관용적이었다면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었을 것이다.”

- 언제부터 변 하사를 상담했나.

“2019년 처음 상담할 때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담이 아니었다. 독신자 숙소 검열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상담했는데, 이것이 만족스럽게 끝나자 트랜스젠더 문제를 가지고 왔다. 복무 중 수술이 문제가 되지 않겠는지, 또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상담했다.”

- 변 하사에게는 예비역 대위인 방 팀장이 많은 의지가 됐을 것 같다.

“군 경력이 있다보니 내가 자꾸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군에서는) 이래서 안 될 것이고 저래서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쨌든 변 하사는 (해결 방안을) 만들어왔다. (성전환 수술을 위한) 휴가를 승인받아 온 것도, 여단장에게 얘기를 한 것도 변 하사였다.

- 변 하사의 선택에 남달리 안타까운 마음이 있을 것 같다.

“굉장히 안타깝다. 변 하사에 대한 광고를 실으려고 했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가 계속 반대해 7개월 만에 (광고 게재가) 받아들여졌다. 트랜스젠더 문제를 놓고 다퉈야 하는 상황이 희수에게 끔찍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희수가 판결문을 봤으면 좋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외에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판결문 밖 세상은 아직도 너무 가혹하다. 희수한테 감사한 부분이 있다. 행정소송도 승소하고 광고도 걸리고, 이것은 모두 다 희수가 한 일이다.”

- 왜 전역했나.

“군 생활을 그렇게 오래 하고 싶지 않았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 해병대를 선택한 이유는.

“4학년 때 순항 훈련을 하는데 해군 문화도 맞지 않았고 땅을 밟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해사에서는 해병대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몰라서 간 것이다. 해병대는 모든 것이 열악했다. 그래도 재미있게 생활했다. 좋은 경험을 했다.”

- 군인권센터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전역하기 전 대학원을 준비했다. 그때가 2016년이라 사회적 이슈가 많이 분출되고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왔을 때다. 그래서 사회단체 활동도 괜찮겠다 생각했는데 군인권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임 소장과는 이전에 알고 있는 관계였다.”

- 어떻게.

“군대와 관련돼 성소수자 이슈나 여성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군 인권센터에서 행사가 있을 때 가서 인사도 하고 그랬다.

- 군대에서 그런 것을 허락해줬나.

“방문 정도는 상관없다. 그런데 (군에 있을 때)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하니까, 위에서 그런 글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관학교 출신 장교니까, 그래도 많이 봐준 거다. 아니었으면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 상담팀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몇 명이 되지 않지만 팀원들이 1차 상담을 하면 검토해 문제가 되는 점을 선별한다. 상담에서 나오는 정책 의제나 입법 과제도 챙긴다.”

- 군인권센터가 군의 현실을 잘 모른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방 팀장은 예비역 대위이니 예외이겠다.

“소장(임태훈)이 군대를 안 갔던 것은 양심적 병역 거부로 평화적 신념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군대를 갔다 왔다. 우리는 이미 군대에 순응을 한 편이고 임 소장은 그런 질서에 순응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다. 군 조직을 잘 안다고 해서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임 소장이 군대를 안 가봤기 때문에 훨씬 더 정확하게 본다. 특히 군대가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숨겨왔던 것을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안보라는 단어의 그런 절대성이나 신성함이 깨져야 그다음에 군대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래도 군의 가장 큰 목표는 국가안보 아닌가.

“우리나라는 군사독재 시기를 거치고 여기에 북한 이슈가 겹치면서 국가안보를 의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만연돼 있다. 이게 징병제를 통해서 완성됐다. 사실 강한 군대와 사기가 충만한 군대는 어떤 불합리 구조나 가혹행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동기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혼을 내서 동기부여를 만든다. 그것은 건강한 군대가 아니다.”

윤호우 논설위원

윤호우 논설위원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