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지법 위반’ 의혹 정호영, 구미 농지 넘겨받은 친인척도 ‘회사원’

이홍근 기자

도개면 논 대리 경작 중인 6촌 집안 큰며느리
인근 6억대 산동면 논밭은 매입자 찾기 어려울듯
정호영 “인근에 부모님 묘지…처분 간단치 않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 584-1에 보유한 논. 이홍근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 584-1에 보유한 논. 이홍근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 구미시에 보유한 논밭 3필지를 두고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자 대리 경작 중인 친인척에게 일부 농지를 서둘러 넘긴 정황이 포착됐다. 또 논밭 3필지 가운데 가격이 가장 싼 1필지만 매매 절차를 밟고 있어 장관 후보자 임용 과정에서 면피하기 위한 ‘눈가림용 매매’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사흘 전 정 후보자의 구미시 도개면 논 1필지에 대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은 A씨는 정 후보자의 인척으로 확인됐다. A씨는 정 후보자의 도개면 논을 수십년간 경작해온 정모씨의 큰며느리로, 정씨의 부인은 정 후보자와 그의 남편이 “6촌 지간”이라고 했다.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는데, A씨의 직업은 ‘농업인’이 아닌 ‘회사원’이며 시부모와도 따로 살고 있다. 정씨 부부는 기자와 만나 “며느리는 회사를 다녀서 내가 이 땅에서 계속 농사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도개면 논 매매대금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유권 이전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 부부는 “며느리가 돈을 빌려달라고 전화를 했길래 ‘손이 되면 내가 빌려보든지, (며느리네가) 먼저 돈을 낼 수 있어서 낸다면 (그 돈을) 갚아주든지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도개면 논의 면적은 1572㎡로 지난해 공시지가 기준으로 3613만원 수준이다. 정씨 부부는 “시골에서 3000만원은 큰 돈”이라며 “갑자기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A씨가 급박하게 농지 매수에 나선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정 후보자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도개면 논에 대한 농지취득자격신청서를 제출한 시점은 정 후보자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지난 12일이었다. 정 후보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도개면 땅은 친척에게 팔겠다”고 했는데, 그 직후 A씨가 관련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정 후보자와 직접 통화한 적이 없다”며 “후보자를 돕기 위해 땅을 매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 구미시 산동면 적립리 214-1번지에 보유한 논. 이홍근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 구미시 산동면 적립리 214-1번지에 보유한 논. 이홍근 기자

정 후보자가 구미시에 보유한 또다른 논·밭 2필지의 처분은 더 어려워 보인다. 정 후보자는 산동면에 562㎡의 밭과 3117㎡의 논을 가지고 있다. 이 땅을 대리 경작 중인 B씨 역시 정 후보자의 친인척으로 자신의 할아버지 때부터 이 땅을 소작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 기자가 산동면 논을 찾았을 때 이곳은 모내기 준비를 위해 지난해 수확한 벼 밑동이 제거돼 있었다. 인근의 밭 역시 토양의 수분 보호를 위한 비닐 멀칭(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 작업이 완료된 상태였다. 농지 소유주가 아닌 타인이 경작하려면 한국농어촌공사에 계약을 위탁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산동면 논밭도 농지법 위반 소지가 크다.

산동면 논밭 2필지의 합계 금액은 지난해 공시지가 기준으로 6억3585만원에 달하는데 B씨는 이 땅을 매입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 그렇다고 정 후보자가 농지법 위반 혐의를 벗기 위해 산동면 논밭을 외지인에게 매매하면 정작 논밭을 3대에 걸쳐 경작해온 B씨는 일터를 잃게 된다. B씨는 “매년 정 후보자 가족에게 쌀 4가마니를 보낸 게 다지 그 외에는 모른다”고 말했다. 함께 사는 B씨의 어머니는 “떠나라면 농사를 못 짓는 거지 어쩔 수 있겠냐”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산동면 논밭 2필지 처분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사실 문중의 실질적 종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인근에 저희 부모님과 친척 묘지가 있어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 구미시 산동면 적립리 215번지에 보유한 밭. 이홍근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 구미시 산동면 적립리 215번지에 보유한 밭. 이홍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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