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생 사망' 피해자 신상 추적글 수두룩...도 넘은 ‘2차 가해’

강연주 기자
인하대생  사망 사건 이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피해자 신상을 묻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인하대생 사망 사건 이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피해자 신상을 묻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인하대생 사망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망자인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신상을 캐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동급생의 성폭행으로 사망에 이른 피해자를 향해 “왜 새벽까지 술을 마셨느냐”고 따져묻는 글도 보였다. ‘2차 피해’를 불러 일으키는 이 같은 혐오글들을 방치하며 사회적 책무를 게을리하고 있는 인터넷사업자들을 향한 따가운 목소리도 나온다.

인하대생 사망 사건 이후 다수의 누리꾼들이 특정 포털사이트에서 인하대 피해자 키워드와 함께 ‘피해자 얼굴’ ‘여성신상’, ‘사망 사진’ 등을 함께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생 사망 사건 이후 다수의 누리꾼들이 특정 포털사이트에서 인하대 피해자 키워드와 함께 ‘피해자 얼굴’ ‘여성신상’, ‘사망 사진’ 등을 함께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구글과 네이버 등에는 인하대생 사망 사건 피해자의 신상을 묻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주소를 문의하는 글들이 여러 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라는 키워드와 함께 ‘얼굴’ ‘사진’ ‘학과’ 등의 단어를 함께 검색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의 신상을 묻거나 알려준다는 식의 제목으로 누리꾼의 클릭을 유도하는 글도 발견됐다. 들어가보면 제목과 무관한 내용이 담겨 있는 전형적인 ‘낚시질’이 대부분이었다.

피해자를 향한 모욕적 언사도 예사로 이뤄졌다. 이 사건을 다룬 기사나 영상에는 “그러게 왜 새벽까지 술을 마셨느냐” “뭔가를 유발할 만한 옷차림은 아니었느냐”는 댓글이 달렸다. 또 “(여성들이) 대한민국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확정적 혐오를 한다”는 댓글도 여러 개 확인됐다. 표현은 각양각색이었지만 하나같이 사망에까지 이른 성폭행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인 여성에게 돌리는 내용들이었다.

황모씨(28)는 “기사 댓글마다 사건 발생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댓글들이 있었는데, 분노를 넘어 허탈감까지 들었다”며 “익명성에 숨어 피해자를 모욕하는 사람들도, 이들의 표현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사실상 ‘잠재적 범죄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의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의 언론 보도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5일자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상당수 언론이 사건 현장을 선정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조회 수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보이는 ‘여대생’ ‘나체’와 같은 표현의 제목을 붙인 기사들이 많았으며, 피해자 혈흔 자국이 담긴 사진을 내건 기사도 많았다. 이는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의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에 명시된 보도윤리에 어긋나는 것들이다.

권예원씨(24)는 “상당수 언론사가 제목에 ‘나체’ ‘여대생’ 등의 표현을 썼다”며 “이 사안을 20대 여성과 남성의 프레임으로 나누고서 가해자를 두둔한 기사 댓글도 있었는데, 젠더 갈등으로 비화시키는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여러모로 답답했다”고 말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사건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선정적인 보도가 대중들의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고 본다”며 “포털사업자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문제되는 게시글이나 댓글을 신속히 차단해야 한다. 이게 포털사업자의 사회적 책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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