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란만 못할 것” 예측 깨고 ‘활활’…“행안장관 ‘치안 지휘’ 막자” 확산

유경선·강연주 기자

경찰 반발 왜 커졌나

“검란만 못할 것” 예측 깨고 ‘활활’…“행안장관 ‘치안 지휘’ 막자” 확산

치안업무까지 장관 개입 우려…‘제정안 위법’ 기저에 깔려
입법예고 기간 단축 논란 증폭…인사번복 조직 차원 모욕감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방침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전 계급에 걸쳐 조직화, 장기화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안팎의 비아냥을 듣던 경찰 직장협의회(직협)의 불복종 움직임은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와 경찰 지휘부의 ‘진압’을 계기로 삽시간에 경찰 조직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당초 경찰 안팎에서는 일선 반발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발해 고검장 전원이 사표를 던진 검찰 조직과 비교해 ‘경찰이 검찰처럼 맷집 있게 대응하진 못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파출소장·지구대장인 전국의 경감·경위들까지 회의를 열겠다고 나서는 등 경찰의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기저에는 행안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신설 및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안’이 위법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행안부 제정안에는 장관이 치안 사무를 지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다수 담겼는데, 상위 법령인 정부조직법 및 경찰법에는 행안부 장관의 사무 범위에 ‘치안’이 명시되지 않아 시행령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경찰법상 지휘규칙을 제정할 권한은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에 있는데 행안부가 이를 거치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 일선에서는 이 제정안이 시행될 경우 치안 업무에까지 장관의 개입 여지가 상당하다고 우려한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25일 “경찰청장은 위법한 지휘규칙 제정에 대해 법적 절차 등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휘규칙 제정안은 직접적으로 법령에 반하는 사안”이라며 “행안부가 현행 법을 확장 해석해서 시행령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40일에서 4일로 단축한 것이 논란을 키웠다. 졸속·강행 입법이라는 것이다. 행안부는 법제처에 입법예고 기간의 대폭적인 감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단 4일간만 입법예고를 했는데, 주말을 제외하면 사실상 입법예고 기간이 이틀에 불과하다”며 “입법예고 취지도, 절차와도 맞지 않은 위법한 사안”이라고 했다.

경찰국 설치를 둘러싼 법적 타당성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로서는 전체 조직 차원에서 모욕감을 느낄 법한 일들이 쌓여갔다.

발단은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였다. 지난달 21일 밤 치안감 인사가 난 지 2시간 만에 새로운 인사명령이 발표됐다. 부임지가 달라진 인사 대상자들은 짐을 제대로 꾸리지도 못한 채 근무지를 옮겨야 했다.

총경 회의 직후 전광석화와 같은 징계 조치는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촉매제나 다름없다. 여기에다 정부·여당이 앞장서 ‘하나회’까지 거론하며 ‘출신 성분별 갈라치기’로 몰아간 것도 경찰 조직 전체의 분노를 돋우는 요인이 됐다.

“언론에 언급되는 분들은 특정 출신(경찰대)이더라. 이게 우연의 일치일까 합리적 의심이 든다”(이상민 행안부 장관)는 식의 ‘경찰대·비경찰대 갈라치기’도 경찰들의 반감을 키웠다. 오히려 일선 경찰들은 입직 경로와 무관하게 ‘류(삼영) 총경을 지켜야 한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한 경찰 직협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총경들을 인재개발원으로 모이게 한 데는 우리 책임도 있다”며 “그들이 허무하게 징계받지 않게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경찰이 친야 성향으로 정치세력화하고 있다”는 여권의 공세도 일선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경찰 간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한 경찰들이 적지 않을 텐데 이들은 ‘등에 칼을 맞은 꼴’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검찰과 경찰을 향한 정부의 차별적 대우도 문제를 장기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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