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벽배송, 안녕하신가요(2)

쿠팡 화재 잊었나···새벽배송 물류센터 소방시설 불량 ‘수두룩’

조해람 기자
2021년 6월18일 오전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2021년 6월18일 오전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2021년 6월17일,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 대형 화재가 일어나 총넓이 12만7000m²(3만8000평, 지하 2층·지상 4층) 대형 건물이 전소됐다. 피해액만 약 4000억~6000억원에 달했다. 직원 248명은 대피했지만 불을 끄던 소방관 1명이 순직했다. 조사 결과 최초 화재 이후 8분 동안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화재경보기가 울렸지만 관리업체 직원들은 ‘평소 같은 오작동’이라 생각하고 비상벨을 6번이나 정지시켰다. 경찰은 이들을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화재 발생 당시 현장 관리자가 신고를 무시했다는 직원들의 증언도 나왔다.

물류센터는 화재에 취약하다. 기계장치가 많고, 불에 타기 쉬운 수많은 상품은 여기저기 높게 쌓여 길을 막고 있다. 쿠팡 덕평물류센터에는 1620만개의 상품들이 있었다. 직원이 많다 보니 화재 발생 시 대피로가 엉킬 우려도 크다. 물류센터가 화재 예방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형 화재가 일어난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벽배송을 주력으로 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후발주자 업체들의 대형 물류센터도 소방시설 점검에서 ‘불량’이 다수 적발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맞은 이들 업체가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비교해 노동자들의 안전에는 신경을 덜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점검에서 불량 ‘수두룩’···2년간 ‘73건’ 잡힌 곳도

17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새벽배송 3사(마켓컬리·SSG닷컴·오아시스마켓) 소방시설 등 종합정밀점검 현황’을 보면, 3사 모두에서 소화·경보설비를 중심으로 꾸준히 불량이 적발됐다.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은 자격을 갖춘 전문기관이 소방시설을 점검하는 제도이다. 현장에서 간단한 조치로 해결되는 가벼운 불량은 조치하되, 현장에서 해결되지 않는 불량은 별도 건수로 집계해 소방청에 보고한다. 시설 관리자는 불량에 대한 소방청의 시정 명령을 따라야 한다.

[단독]쿠팡 화재 잊었나···새벽배송 물류센터 소방시설 불량 ‘수두룩’[새벽배송, 안녕하신가요②]

3사 중 가장 많은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마켓컬리에서 불량 건수도 가장 많았다. 마켓컬리 서울 송파구 장지물류센터의 마켓컬리 원청 센터(D동)에서 2016~2021년 6년간 125건,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 센터(B·D·F동 일부 층)에서 같은 기간 96건이 불량 판정을 받았다. 경기 남양주 화도물류센터에서는 2021~2022년 17건이, 컬리의 물류센터 중 가장 큰 경기 김포 물류센터에서는 같은 기간 73건의 불량이 적발됐다. 경기 용인 죽전물류센터 점검에서는 3년간 불량이 나오지 않았다. 용인에서만 불량이 보고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마켓컬리는 “소방점검은 임대인이 전담기관과 실시하는 것인데 마켓컬리는 죽전센터의 임차인이라 답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SSG닷컴은 경기 김포 물류센터와 용인 보정물류센터 2곳에서 2019~2022년 4년간 102건의 불량이 나왔다. 김포센터가 84건, 보정물류센터가 18건이었다. 오아시스마켓은 경기 성남 물류센터 1곳에서 2020~2022년 3년간 69건의 불량이 적발됐는데 2020년 45건에서 2021년 16건, 2022년 8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대부분이 소화·경보설비···“대형화재는 순식간, 경각심 가져야”

불량 대부분은 소화설비와 경보설비에서 발생했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의 불량 건수 합계 311건 가운데 소화 관련 설비 불량은 90건, 경보설비는 107건이었다. 피난장비·유도등 등 피난설비 불량도 49건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의 불량 102건에서도 소화설비가 42건, 경보설비가 26건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오아시스닷컴 물류센터는 69건의 불량 가운데 소화설비 불량이 52건, 경보설비 불량이 11건, 피난설비 불량이 3건으로 나타났다.

화재 초기진압 및 대피와 큰 관련이 있는 설비가 고장 나거나 잘못 관리된 경우도 적지 않다. SSG닷컴의 한 센터에 대한 점검보고서를 보면, 화재경보 즉시 소화수를 분사하는 장치인 프리액션밸브의 드레인 밸브(배수밸브)가 헛돌아 밸브를 개방·폐쇄할 수 없었다. 마켓컬리의 한 센터에서는 옥내 소화전 여러 곳이 적치물로 막혀 사용 불가능한 상태라고 꾸준히 지적됐다. 피난유도등 점등 불량, 감지기 미작동 등 문제도 곳곳에서 지속해서 발견됐다.

2020년 7월22일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이 합동 감식에 나서고 있다. 불은 7월21일 오전 8시 29분쯤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소재 지상 4층/지하 5층 규모의 물류센터 지하 4층에서 시작됐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준헌 기자

2020년 7월22일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이 합동 감식에 나서고 있다. 불은 7월21일 오전 8시 29분쯤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소재 지상 4층/지하 5층 규모의 물류센터 지하 4층에서 시작됐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준헌 기자

기업들은 화재 예방을 위해 나름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마켓컬리는 “회사는 센터 시설의 임차인이며, 건물의 소방시설물에 대한 관리 책임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있다”면서도 “비상대피로 확보, 소방시설물 앞 장애물 두지 않기 등의 점검을 수시로 하며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SSG닷컴은 “전담 안전보건관리팀 내에 기술지원 파트를 신설하고 소방전문가를 영입해 점검 활동을 강화해가고, 반복적으로 불량이 보고되는 건은 관리기준을 강화하고 설비투자를 통해 기본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아시스마켓은 “화재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센터를 지하 시설 없이 지상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공간활용을 포기하고 노동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2020년 물류센터를 이전해 구축하는 과정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발견됐을 수 있지만, 해를 더하면서 안전 부분을 더욱 강화해 현재 매우 적은 수치로 불량 건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매번 점검에서 불량이 다수 보고되고 있어 더욱 더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화재는 작은 이유로도 일어나는 데다 물류센터 특성상 언제든지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류호정 의원은 “소방 시설 점검 결과 드러난 피난로 유도등 점등 불량, 감지기 미작동 등은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쿠팡 덕평물류센터와 같은 대형화재 발생 시 인명 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와 각 업체는 더 적극적으로 현장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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