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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치 의혹 김순호, “녹화공작 피해자” 주장하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

이홍근 기자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이 지난달 2일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경찰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찰국은 총괄지원과·인사지원과·자치경찰지원과 등 3과 16명으로 구성된 가운데 이 중 12명은 경찰 출신이다. 이준헌 기자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이 지난달 2일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경찰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찰국은 총괄지원과·인사지원과·자치경찰지원과 등 3과 16명으로 구성된 가운데 이 중 12명은 경찰 출신이다. 이준헌 기자

운동권 동료를 밀고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자신도 신군부 녹화공작 사업 피해자라며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신청서를 제출했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 국장은 지난달 29일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신청서를 제출했다. 같은 달 23일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단체들은 김 국장의 ‘프락치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김 국장이 녹화공작 사업의 피해자임을 호소하며 직접 진실규명을 신청한 것이다. 녹화공작 사업이란 신군부가 민주화운동을 하던 학생들을 군에 징집한 뒤 교내 동향 등의 첩보를 수집하도록 강요한 일을 말한다.

상황을 잘 아는 다른 녹화공작 사업 피해자는 “김 국장이 직접 진실규명 신청을 한다는 소문이 며칠 전부터 피해자들 사이에 돌았다”면서 “직접 국가기록원에 존안자료를 신청해 확보한 뒤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국장에 대한 조사 여부는 올해 안으로 결정된다. 현행법상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신청이 들어오면 90일 이내에 조사개시 또는 각하를 결정해야 한다. 사전 조사가 필요한 경우 30일 연장할 수 있다.

김 국장은 성균관대에 재학하던 1983년 학생운동을 하다 녹화공작 대상자로 분류돼 군에 입대했다. 이후 정보원으로 활동하며 성균관대 주요 이념 서클의 동향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이 담당한 서클은 농촌문제연구회, 동양사상연구회, 휴머니스트, 심산연구회, 고전연구회 등 5개였다고 한다. 동양사상연구회와 심산연구회는 인노회 활동으로 구속된 뒤 고문 후유증 끝에 분신 사망한 최동 열사가 속했던 곳이다.

당시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기록한 김 국장의 ‘존안자료’에는 김 국장의 활동 내용은 물론 전역 후 정보원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각서와 최 열사에 대한 보고 등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추모단체 연대회의’ 주최로 ‘의문사 진상규명 외면하는 진실화해위원회 규탄 및 김순호 경찰국장의 밀정의혹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추모단체 연대회의’ 주최로 ‘의문사 진상규명 외면하는 진실화해위원회 규탄 및 김순호 경찰국장의 밀정의혹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성균관대민주동문회 등 6개 단체는 지난 2일 오후 6시30분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 퇴진과 경찰국 해체를 위한 시민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에서 박제호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원회 대표는 “김순호는 우리와 같은 강제징집, 녹화공작 피해자지만 동시에 보안대와 경찰의 밀정으로 활동하며 우리를 밀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정부조직법을 위반,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고 밀정 의혹을 받고 있는 김순호를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하며 경찰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우리는 김순호 사퇴를 관철시켜 공안 통치와 공작정치의 부활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진실규명 신청 경위와 심경을 묻는 경향신문의 문자에 “미안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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