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연예인의 전유물?…4만원이면 필로폰 1회분 살 수 있고 ‘맛보기용’까지 등장

신주영 기자

마약 유통책들, 처음엔 싸게 팔아

중독자 생기면 가격 올리며 유인

[마약 0.03g의 굴레] 재벌·연예인의 전유물?…4만원이면 필로폰 1회분 살 수 있고 ‘맛보기용’까지 등장

해마다 마약사범이 늘고 투약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은 ‘가격 하락’과 떼어놓을 수 없다. 과거 재벌가 등 부유층이나 벌이가 좋은 연예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마약을 이제 일반인도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약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른다. 마약 유통책들은 고정 수요를 만들기 위해 실거래가보다 싼 가격으로 유인한다. 이렇게 생긴 수요는 마약 밀반입 증가로 이어진다. 공급이 늘어나면 마약 가격은 내려간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관은 18일 “요즘 마약사범의 특징은 ‘잡고 보면 다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라며 “돈이 없는 사람이 마약을 하는 경우도 많고, 돈을 빌려서 마약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의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필로폰 1회 투약분 가격은 1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검찰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추징금을 물리기 위해 마약 종류별로 시세를 정리한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암거래 시세표를 보면 검찰은 지난 5월 기준 필로폰 1g당 도매가를 10만원, 소매가를 30만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된 방송인 돈스파이크는 최대 1000명이 투약 가능한 필로폰 30g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소매가로 계산하면 900만원에 불과하다.

거래 현장에선 마약 가격이 더 낮다는 진단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8일 “지금은 필로폰 1회 투약분이 3만5000원선까지 내려가 피자 한 판 가격 정도밖에 안 된다고 본다”며 “아직 해외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지만 중요한 건 가격이 예전보다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공급이 많아졌고 가격 하락이 그 증거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선고된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 판결만 봐도 마약 가격이 검찰이 책정한 시세에 비해 낮게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6월 필로폰 0.3g을 40만원, 대마 1g을 25만원에 사서 투약한 남성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필로폰 1회분(0.03g)당 4만원꼴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필로폰 2g을 40만원에 지인에게서 구매한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1g당 20만원, 1회분당 1만원 아래에서 거래된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마약류와 관련한 은어를 검색하면 ‘맛보기용’을 싸게 팔겠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샘플 20만원, 0.5g 40만원, 1g 70만원”과 같은 문구를 올려놓는 식이다. 승 연구위원은 “처음엔 1회분을 2만원가량에 부담 없이 구매했던 사람도 중독되면 10만원, 100만원을 기꺼이 지불하게 된다”며 “마약산업은 결과적으로 이득을 남기게 된다”고 했다. 박진실 변호사는 “가격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더 많은 투약자가 유입되고, 중독자들에게는 같은 값에 더 많은 양을 투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중독자들이 더 많이 투약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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