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기자 향한 공격 빌미 제공”···MBC 기자 ‘살해 위협’에 쏟아진 비판

김송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MBC 출입 기자가 언쟁을 벌인 이후 온라인에 해당 기자를 향한 협박글이 게시되자 경찰이 신변보호에 착수했다. 대통령실이 MBC를 향해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압박하자 기자 개인을 위협하는 흐름이 조성된 것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살해 협박을 받은 MBC 기자에게 스마트 워치를 지급해 신변보호에 나섰다고 22일 밝혔다.

전날 오전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는 ‘내가 총대 메고 MBC 기자 죽인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을 본 시민의 신고를 접수한 부산경찰청은 21일 오후 MBC 본사를 관할하는 마포경찰서에 MBC 기자의 신변 보호를 위한 공조를 요청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협박글 작성자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추적하는 등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지워진 이 게시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이 끝난 뒤 대통령실 관계자와 언쟁을 벌인 MBC 기자를 협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출근길문답에서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데 대해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 때문”이라고 말했고, 해당 기자는 “무엇이 악의적이냐”고 물었다. 윤 대통령이 답하지 않고 이동한 뒤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은 “그렇게 얘기하는 것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기자와 언쟁을 벌였다.

대통령실의 공격적 언사는 ‘비속어 보도’ 논란으로 촉발됐다. MBC가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뉴욕 방문 중 비속어 논란을 보도하자 대통령실은 악의적 보도로 규정하고 이달 윤 대통령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동행 취재하려는 MBC 대통령실 출입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다.

대통령실의 이런 태도가 특정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공격적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금 대통령실과 언론 간 갈등은 언론 탄압에 대한 대통령실의 책임에서 비롯된 건데, 대통령실이 계속 반박하며 MBC의 악의성을 공격하는 것이 현 정부를 지지하는 특정 사람들에게는 비난과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권력자가 나서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언론이나 특정 언론인을 지목하고, 기자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촉발시키는 행위는 대통령이 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같은 공간에서 취재하는 언론인들도 본인이 속한 언론사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거나 대통령 지지자에게 공격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겠다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공격적 태도가 비단 MBC뿐만 아니라 전체 언론의 취재 및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대통령실은) 기자에게 다른 자세로 질문하거나 뒤에서 소리치지 말아달라는 의사 전달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고성까지 벌이면서 논쟁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실이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잘못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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