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없이 사각지대 놓인 아이들··· 국회서 방치된 ‘출생통보제’

김태훈 기자
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 신생아용 침상이 준비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 신생아용 침상이 준비돼 있다. 연합뉴스

2021년 2월 경북 구미시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지 수개월이 지나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이 아동은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사망진단서에서도 ‘무명녀’로 기록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출생 미등록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정부가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1년이 다 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여전히 미등록 아동은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4일 정부가 제출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은 1년간 법안 심사조차 이뤄지지 못한 해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의 골자는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출생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아이의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출생 미등록 아동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경우 등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법과 행정의 테두리 밖에 놓인 아동의 실태를 짐작할 따름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2021년 아동학대 신고가 집계된 출생 미등록 아동은 332명으로 연평균 83명 수준이었다. 시민단체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가 2019~2020년 전국 251개 아동복지시설을 조사한 결과에선 출생 미등록 아동이 146명 확인됐다. 파악되지 않은 경우까지 더하면 실제로는 훨씬 큰 규모일 것으로 추정됐다.

출생신고 의무가 있는 부모가 신고하지 않으면 정부나 지역사회가 아동의 출생을 확인해 교육·복지·의료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에 친족이나 의사·조산사 등이 대신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부모가 의도적으로 신고를 회피하면 아동의 존재 여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의료기관 등이 대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박영의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선임매니저는 “현재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위해 국회의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며 “의료기관 바깥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나 미등록 외국인 부모를 둔 아이들처럼 출생통보제의 예외가 되는 아동이 없도록 후속 보완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