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진료’ 원인은 최저 수준 진찰료… 과잉 검사·투약으로도 이어져

김태훈 기자
‘3분 진료’ 원인은 최저 수준 진찰료… 과잉 검사·투약으로도 이어져

한국 의료기관의 짧은 진료 시간은 낮은 진찰료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낮은 진찰료가 과잉 검사와 투약으로도 이어진다고 봤다.

15일 한림대 성심병원 김현아 교수 연구팀이 영국의학저널 자매지인 ‘BMJ Open’에 게재한 ‘최저임금 대비 기본 진찰료 비율과 진료 시간 간의 상관관계’ 논문을 보면 한국의 평균 진료 시간은 6.3분으로 짧고, 기본 진찰료는 최저임금의 1.37배로 매우 낮은 축에 속했다. 연구진은 한국을 비롯한 호주, 벨기에, 프랑스, 일본, 독일, 미국, 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8개국과 대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진료 시간과 최저임금 대비 진찰료 수준이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한국은 진료 시간이 짧으면서 최저임금 대비 진찰료 수준도 낮은 국가군에 포함됐다. 한국의 평균 진료 시간(6.3분)보다 짧게 진료를 끝내는 나라는 대만(5분)과 일본(6.1분)뿐이었다. 전체 연구 대상국들의 평균 진료 시간은 12.9분이었고, 진료 시간이 가장 긴 미국은 21.1분이었다. 한국은 최저임금 대비 진찰료 비율 역시 모든 연구 대상국들의 평균인 4.02배보다 크게 낮았다. 한국보다 진찰료 수준이 낮은 나라도 일본(0.8배), 독일(0.99배) 2개국뿐이었다. 최저임금 대비 진찰료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역시 미국(10.34배)이었다.

최저임금 대비 진찰료가 낮은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최저임금 대비 검사료 수준이 올라갔다. 연구진은 낮은 진찰료를 보상받기 위해 검사 수를 늘리거나 비싼 검사를 시행하고, 불필요한 투약까지 늘리는 행태가 일반화된 것으로 봤다. 김현아 교수는 “한국처럼 최저임금 대비 진찰료가 낮은 나라에서는 그 밖에도 연간 진료 횟수나 의사 1인당 진료 횟수가 많고, 입원 환자의 경우 입원 기간이 길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수행한 다른 조사에서는 “짧은 진료 시간 문제를 경험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현장 의료진의 토로가 나왔다. 연구진은 2020년 대한류머티스학회지에 발표한 류머티즘 내과 전문의 대상 설문 연구에서 “80% 이상의 전문의들이 진료 시간이 적정 진료를 하기에는 매우 짧다고 답했다”며 “그럼에도 자율적으로 환자 수를 조절할 재량이 없으며, 짧은 진료 시간이 더 많은 검사와 불필요한 투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선 의사가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만들 수 있게 충분한 진료 시간을 확보하고 진찰료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교수는 “한국의 고질적인 단시간 진료 문제는 의사의 진찰에 대한 낮은 보상에 더해, 환자 쏠림 현상 등으로 단시간에 많은 진료와 검사를 시행해 이윤 최대화를 추구하게 된 의료행태 등이 복합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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