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위조 여권에 ‘11개월 도피’ 덜미…국내 송환 미지수

이홍근 기자

몬테네그로서 체포

한창준 대표도 같이 붙잡혀…테라·루나 폭락 사태 처벌 ‘실마리’
현지서 문서위조 혐의 기소…미·싱가포르 등 ‘송환 경쟁’ 가능성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가 도주 11개월 만에 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인터폴 적색수배, 여권 무효화 조치에도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수사망을 피해 다니던 권 대표는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붙잡혔다. 검찰은 권 대표를 국내로 송환해 수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당국도 권 대표를 수사하고 있어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경합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경찰청은 24일 “몬테네그로 인터폴에서 송부받은 지문자료 정보를 경찰청 보유 자료와 대조해 현지에서 검거된 인물이 루나 사건 피의자 권도형씨라는 점을 최종 확인했다”며 “서울남부지검과 몬테네그로 인터폴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경찰은 전날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권 대표와 한창준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를 붙잡았다. 이들은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으로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체포됐다. 수화물에선 코스타리카 여권 말고도 한국 여권과 벨기에 여권이 발견됐으며, 벨기에 여권에 적힌 이름은 ‘왕(Wang)’ ‘응우옌(Nguyen)’ 등 가명이었다. 경찰청은 인터폴로부터 지문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도주 중인 권 대표와 한 대표인 것을 이날 최종 확인했다.

권 대표의 도주극은 11개월 전인 지난해 4월 말 시작됐다. 이때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으로 권 대표는 가족들과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수사를 의식한 도주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권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테라 2.0을 개발 중”이라며 도주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현지 사무실은 운영되지 않고 있었고 한국 법인은 이미 해산된 상태였다.

검찰은 권 대표가 도주 중인 것으로 보고 지난해 9월 권 대표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11월2일 여권을 무효화해 귀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권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두바이로, 두바이에서 제3국으로 거처를 옮겨다니며 수사망을 피했다. 권 대표가 체포 직전 마지막으로 발견된 도피지는 세르비아로,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나라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권 대표 검거 가능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날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혔으나 국내 송환이 조기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싱가포르도 권 대표를 자국에서 수사하겠다며 송환 경쟁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검찰은 전날 권 대표를 증권사기,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와 시세조작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상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싱가포르 당국 역시 권 대표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이날 몬테네그로 법정에서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관련 심리가 진행되며 권 대표가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권 대표 등을 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인터폴에 가장 먼저 적색수배를 요청한 만큼 ‘송환 우선권’이 주어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법무부 관계자는 “범죄인 인도가 중복될 경우 절차상 해당국의 법령과 조약에 따라 진행된다”고 답했다. 권 대표와 한 대표가 붙잡힘에 따라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전 총괄대표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남부지검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차이코퍼레이션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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