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나무 공존 넘어 ‘나무의 권리’ 고민하다

김송이 기자

서울 가로수 시민조사단이 ‘1500그루’ 기록하는 까닭

환경적 기능 발휘할 최적 조건 찾기 위해 건강상태 측정
데이터 구축, 대기오염 저감·탄소흡입 등 효과 분석 예정

“둘레가 3m38이네요. 이 나무가 효자로에서 가장 클 것 같은데요.”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이 지난 1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효자로의 플라타너스 나무 둘레를 재고 있는 가로수 시민조사단 10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 사람이 10m 길이 줄자를 나눠 들 만큼 나무 둥치가 컸다. “나무가 큰 만큼 잘 측정해야 해요. 그래야 가로수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어요.” 최 위원이 말했다.

서울환경연합 ‘가로수 시민조사단’은 이날 최 의원의 인솔하에 경복궁 담장을 따라 청와대 앞 효자동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효자로의 가로수 상태를 둘러봤다. 가로수 크기와 건강 상태 데이터 수집을 목표로 오는 6월까지 이어질 조사의 첫 번째 현장실습이었다.

조사단은 효자로에 있는 나무 약 300그루의 수종·높이·수관(가지와 잎이 달린 부분) 폭·수관 손실 정도 등을 측정하는 방법을 배웠다.

“수관 기저고는 바닥에서 나뭇잎이 달려 있지 않은 부분까지 재는 거예요. 이 나무가 환경적 기능을 발휘할 최적의 덩치를 찾기 위해서 재는 겁니다.”

최 위원이 나무 한 그루당 써야 하는 조사 항목을 설명하자 조사단의 고개가 연신 위로 들렸다. 모두 도로 표지판 위로 솟은 나무 꼭대기를 바라봤다.

효자로는 주변에 궁궐·청와대가 있어 가로수가 비교적 잘 가꿔진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비가 내렸다. 종로구에 살며 효자로를 자주 거닐었다는 조영남씨(66)는 어깨에 우산을 받친 채 스마트폰에 깔린 ‘트리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나무 높이를 측정했다. 조씨는 “가로수가 있는 것만 알았지, 이렇게 오래 올려다보긴 처음”이라며 “가로수를 집중적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생기니 좋다”고 했다.

조사단원들은 주변에서 가로수가 훼손되는 것을 보고 조사단 활동에 참여했다. 경기 안양시에서 온 김미화씨(50)는 “동네 가로수가 ‘닭발치기’를 너무 심하게 당해서 나무껍질도 벗겨지고 곰팡이가 슨 모습도 봤다”면서 “이번 활동을 통해 나무 건강 상태를 보는 방법을 배워가면 우리 동네에서도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도심과 나무의 공존을 넘어 나무의 권리를 고민했다.

시민조사단 70명은 앞으로 두 달간 서울 4개 지역에서 가로수 최대 1500그루의 데이터를 만들기로 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이 데이터를 토대로 국립산림과학원의 도움을 받아 가로수 한 그루당 대기오염저감, 탄소흡수, 에너지절감 등 효과를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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