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복지 한다면서 약자 때리기만”…실업급여 전문가들 ‘작심 비판’

조해람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센터 실업급여 관련 상담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센터 실업급여 관련 상담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문재원 기자

“정부는 항상 약자 복지를 말하면서, 약자 때리기만 하는 맥락이 무엇입니까?(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고용보험 전문가들이 정부·여당의 실업급여 개편을 두고 ‘약자 때리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정부·여당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폐지하거나 낮추고, 수급 요건을 까다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노총·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개최한 ‘정부의 고용보험 개편 문제점 및 개선방향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정부 개편이 실업 전 임금이 낮을수록, 취업기간이 짧을수록, 실업이 잦을수록 불리하게 작용할 것임은 자명하다”며 “현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말하지만 (정부·여당의 실업급여 개편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취약 노동자를 겨냥한 삭감”이라고 했다.

남 교수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노동시장을 경험했고 이는 당연히 실업, 반복실업, 취업정체 효과를 가졌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며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이 낮고 수급자 수와 반복수급자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로 연결될 근거로는 불충분하다”고 했다.

남 교수는 “중요한 것은 고용상 위기에 처한 노동시장 약자들에게 빠짐없이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실업부조·고용서비스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용보험 재정 강화를 위해서는 “고용보험료 자체를 인상하거나 일반회계의 고용보험기금 전입 등 재정구조 재편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왼쪽 3번째)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부의 고용보험 개편 문제점 및 개선 방향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조해람 기자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왼쪽 3번째)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부의 고용보험 개편 문제점 및 개선 방향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조해람 기자

고용보험 제도 설계에 참여했던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업급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안정적인 구직활동 지원”이라며 “(실업급여 개편으로) 어떤 일자리라도 빨리 취업하라고 내몰면 ‘신속한 재취업’이 ‘신속한 재실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달콤함)시럽급여’ ‘실업급여로 샤넬 선글라스 구매’ 등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시럽급여와 샤넬 선글라스 이야기는 개인의 일탈이나 돌출발언, 해프닝이 아니라 조직과 개인의 오래된 배태성(뿌리내린 성질)의 발언과 낙인·혐오적 행태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보험 사각지대로 수급률이 낮은데, 국세청 소득정보 등 소득기반 고용보험을 확대해나갈 여건들은 이미 마련돼 있다”고 했다. 김종진 이사장은 “현재 고용보험은 정규직을 주 대상으로 설계됐기에 미취업 청년, 자발적 퇴사자, 예술인,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이 배제된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적용제외 및 미가입 문제와 적용 대상 보장성 강화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원주 고용노동부 고용지원실업급여과장은 “하한액을 폐지한다고 약자복지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환위기 때 만들어진 지급체제가 현재 적절하지 않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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