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공깃밥 2000원 시대···고공행진 물가에 식당들 일제히 인상

윤기은 기자    오동욱 기자

쌀 20kg 소매가격 평균 1년 전 보다 20%↑

공깃밥 가격 동결·식자재값 상승 원인 영향

가게 주인들 “주재료인 쌀, 가격 감당 안 돼”

지난 1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 메뉴판에 공깃밥 2000원이 적혀 있다. 오동욱 기자

지난 1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 메뉴판에 공깃밥 2000원이 적혀 있다. 오동욱 기자

최근 2년간 식자재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지난 수년간 1000원대에 묶여있던 공깃밥 가격을 2000원까지 올리는 식당이 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식당의 메뉴판 가격표에는 ‘공기밥 2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식당은 지난 3월 공깃밥 가격을 2000원으로 인상했다. 가게 주인 A씨는 “쌀을 주재료로 써야 하는데 쌀 가격이 감당되지 않았다”며 “지금도 쌀을 유통업자에게 조금 사고, 인터넷에 저렴하게 풀릴 때 대량으로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닭갈비 식당은 밥 한 공기에 1500원이었다. 식당 주인 B씨는 “추석을 기점으로 20kg에 4만원 초반대이던 쌀이 이제 5만7000원 수준이다. 작년까지 양배추 세 알에 1만5000원 하던 게 이제 1만9000원이고, 치즈값도 올랐다”며 “공기밥 2000원으로 올리고, 다른 메뉴도 전체적으로 올리고 싶은데 손님들 반응이 신경 쓰여 못 올리고 있다”고 했다.

공깃밥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식당 주인은 쌀값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까봐 걱정했다. 중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임동훈씨는 “요새 회사 식대가 많아도 8000원, 8500원하는데, 음식값을 다 채우지 못해 나머지를 자비로 부담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깃밥 가격은 못 올린다”고 했다. 이곳 식당의 국밥 가격은 한 그릇에 9000원~1만원 선이었다. 다른 국밥집 주인 C씨도 “(손님이) 회사 식대가 7000원이라면서 음식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한다”고 했다.

18일 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켜자 공깃밥을 1200원에서 2000원으로 책정해 판매하는 식당이 서울 마포구, 서대문구, 중구 등 지역에 있었다.

18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나타난 서울 일대 식당 공깃밥 가격. 배달의민족 갈무리

18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나타난 서울 일대 식당 공깃밥 가격. 배달의민족 갈무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메뉴판에 ‘공깃밥 2000원’이라고 찍힌 인증샷이 속속 올라왔다. 그러자 “공깃밥은 약속이라고 생각했는데. 집 주변에 젤 좋아하는 맛집인데 여기도 2000원이었다니” “오르지 않는 건 월급 뿐인가보네요. 국룰이 깨진 기분” “저도 어제 2000원짜리 공깃밥을 사먹었습니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식당 주인들은 공깃밥 가격이 장기간 동결된 것과 전반적인 식자재값 상승을 공깃밥 인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쌀값도 많이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쌀 20kg 소매가격 평균은 전날 기준 6만1505원으로 1년 전(4만8952원)보다 약 20% 높다. 최근 10년간 쌀 가격 추이를 보면 1월~9월 평균 쌀값은 2021년에 가장 높았지만 10월 쌀값은 올해가 20kg짜리 한 포대에 6만1543원으로 가장 높았다.

박흥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지난해 쌀 가격이 급락해서 정부가 볍씨 90만톤을 수매했고, 올해까지 그 물량을 안 풀어서 쌀 가격이 반등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지난 8월에는 나락(볍씨)이 부족한 현상도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공깃밥뿐 아니라 다른 음식 물가도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7069원으로 전달보다 77원 올랐다. 자장면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음식점 삼겹살 1인분(200g) 가격도 전달보다 103원 오른 1만9253원이었고, 냉면은 1만2000원대에서 1만3000원대로 올랐다. 배추 1포기 소매 가격은 6587원으로 전년 동기(5934원) 대비 약 11%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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