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 일색’ 엑스포 PT, 어땠길래…“다양성, 비전, 그리고 ‘부산’ 안 보였다”

이유진 기자    오동욱 기자

연사 나선 4명이 60대 이상 남성들

여성은 나승연 홍보대사 단 1명뿐

또 ‘한강의 기적’ 과거 키워드 소환

부산 외치며 ‘강남스타일’ 배경 음악

조수미·정명훈·싸이·이정재·몬엑 등

영상 속 유명 메신저, 공허한 메시지

한국 정부가 준비한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영상에 가수 싸이가 등장했다. 영상 배경음악으로는도 2012년 발매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깔렸다. S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한국 정부가 준비한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영상에 가수 싸이가 등장했다. 영상 배경음악으로는도 2012년 발매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깔렸다. S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한국 정부가 준비한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영상 일부. S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한국 정부가 준비한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영상 일부. S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큰 차이로 패하자 한국 대표단이 준비한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 대한 혹평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다양성과 비전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지적, 개최지인 부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9일 SNS와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은 연사 선택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각)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가 열린 프랑스 파리 외곽 이시레몰리노 팔레 데 콩그레 회의장에서 가장 먼저 PT를 시작한 한국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시 캐릭터 부기, 글로벌 서포터즈 5명과 함께 무대에 올라 부산을 소개했다. 이어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50),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63), 한덕수 국무총리(74),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9)이 차례로 연사로 나서 한 표를 호소했다.

SNS에선 60대 이상 남성이 연사의 대다수인 한국과 여성을 앞세우며 다양성을 강조한 이탈리아, 사우디가 대비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국 연사 중 여성은 나 홍보대사(50) 한 명인 반면 이탈리아는 연사 4명 모두를 여성으로 배치했다. 이탈리아 패럴림픽 펜싱 선수인 베아트리체 비오(26)는 “이탈리아는 나에게 사회의 일부, 장애인이자 여성으로서의 내 꿈의 일부를 도와줬다”고 연설했다. 하마스 알 모그린 공주는 “리야드 엑스포를 기대하는 당신에게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나이가 적든 많든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든 사람들은 당신의 협력과 우정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PT의 ‘키워드’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과 “폐허에서의 성장” 등 과거를 주 키워드로 잡아 홍보영상을 만들었는데, ‘세계 공통의 미래 지향’과 ‘포용성’을 각각 앞세운 사우디와 이탈리아와 비교해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대표단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콜린 새커리(93)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손녀 라헬 솔로몬이 한국의 암울한 과거를 소개하고 빠른 번영을 놀라워하는 내용의 영상을 선보였다. 사우디는 하이파 알 모그린 사우디 공주의 연설을 통해 “모두를 위한 번영, 색다른 내일, 기후위기 대응을 중점으로 하는 ‘엑스포 C3’를 2025년부터 인큐베이팅해서 확대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이탈리아는 로마라는 도시의 ‘포용성’에 초점을 두고 유치 경쟁을 벌였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엑스포의 기본은 모든 참가자에 대한 존중”이라며 포용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은 것은 ‘부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33초 분량의 최종 PT 영상이다.

2012년 발매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온 영상에는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 가수 김준수, 아이돌 몬스타엑스, 태민, 드림캐쳐, 싸이 등 8명이 줄줄이 등장해 “유어 초이스” “온리 원 초이스” “부산” 등을 외쳤다. 이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가 “온리 원 초이스 부산”이라고 말하며 불꽃놀이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이 영상에서 부산과 관련한 장면이 등장하는 건 9초 남짓이다. 광안대교 전경이 두 차례 나오고, 부산을 배경으로 한 불꽃놀이 장면이 등장한다. 한복을 입은 소녀들과 ‘부산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시민들 모습이 잠깐 스쳐 지나갈 뿐이다. 한 누리꾼은 “10년도 더 지난 ‘강남스타일’을 배경음악으로 깔면서 무슨 미래 엑스포를 열겠다고 홍보를 하는 것이냐”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부산 엑스포라고 하더니 ‘강남 엑스포’인 줄 착각하겠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최종 PT 전략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주호 한국PR협회 회장은 “다섯 번째로 이뤄진 마지막 PT 하나만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최종 PT 영상의 경우 연예인을 중심으로 구성하기보다는 핵심 메시지를 담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은 “전쟁 폐허에서 성장한 한국의 경험을 살리면 표를 많이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어필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강남스타일’과 K팝 스타 중심으로 꾸민 영상은 투표 실무자들에게는 유효하게 작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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