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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요금, 얼마면 되겠니?

오경민 기자
서울 강남역. 이준헌 기자 사진 크게보기

서울 강남역. 이준헌 기자

※뉴스레터 점선면 10월25일자(https://stib.ee/5py9)에 게재된 글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로 접속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뉴스레터 점선면] 버스 요금, 얼마면 되겠니?
[뉴스레터 점선면] 버스 요금, 얼마면 되겠니?
독자님 안녕하세요, 벌써 한 해가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내년을 위해 다이어리를 사려고 했는데, 벌써 인기 있는 다이어리들은 품절이더라고요. 아무래도 내년을 노려야겠습니다😓

얼마 전 부산 여행을 다녀왔어요. ‘짧고 굵은’ 휴가를 다녀오는 만큼 차를 빌릴까 고민도 했는데요, “부산은 대중교통이 잘 돼 있으니까!”라며 모처럼 뚜벅이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직장인이 되기 전엔 렌터카는 생각도 못 했는데, 어느새 돈과 시간 사이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네요. 전엔 무조건 돈을 아끼자는 심정으로, 한 시간 넘게 버스정류장에 앉아있기도 했는데 말이에요.

주변에도 하나둘 자가용 승용차를 사는 친구가 생겨요. 이동이 잦거나, 먼 거리를 주기적으로 이동해야 하는 이들이 주로 필요성을 느끼더라고요. 차를 얻어타 보면 정말 편하긴 편합니다. 사람들과 부대끼거나 춥거나 더운 날씨를 감당하지 않아도 되고요. 무거운 짐을 짊어질 필요도 없습니다.

좀 더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주차가 편리한 곳에 산다면 차를 가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유혹이 듭니다.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는 요즘은 조금 더 억울해지기도 하고요.

오늘 점선면에서는 대중교통 요금을 다룹니다. 사회부, 경제부 기사와 칼럼을 골고루 참고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버스 요금, 얼마면 되겠니?

전가의 보도 ‘만성 적자’

· 지하철 전면파업을 예고했던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지난 11월21일 사측과 협상에 성공했습니다.

· 쟁점은 인력 감축 여부였어요. 노조는 정년퇴직 빈자리를 모두 충원하는 것을 포함해 하반기에 771명을 채용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일자리 외주화도 멈추라고 했고요. 회사는 막대한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 결국 사측이 감원 목표치를 줄이는 등 총파업 예고 전날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으면서 파업이 철회됐어요.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사진 크게보기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 ‘막대한 적자’는 대중교통 부문 인력감축뿐 아니라, 요금 인상의 근거로도 쓰입니다.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등 지방자치단체가 줄줄이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올리면서 이 이유를 댔어요.

· 지자체들은 8년가량 동결했던 대중교통 요금을 150~350원 올렸습니다. 대중교통 요금이 너무 싸서 지하철·버스 회사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요. 요금 인상을 ‘정상화’ 혹은 ‘현실화’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뉴스레터 점선면] 버스 요금, 얼마면 되겠니?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만성 적자를 호소합니다. 막대한 부채는 인력 감축이나 요금 인상 등의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버스 요금, 얼마면 되겠니?

1. 적자, 도대체 얼만데?

적자가 얼마길래 이러는 걸까요. 서울시를 먼저 살펴볼게요. 서울시는 대중교통 운영비용에서 영업수입을 제한 것을 ‘적자’로 계산했습니다.

출처: 서울특별시 대중교통소식.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사진 크게보기

출처: 서울특별시 대중교통소식.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지하철은 2018년 5880억, 2019년 5878억, 2020년 1조1488억, 2021년 9957억, 2022년 1조2600억(잠정) 등 최근 5년간 평균 92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봤어요.

버스에선 2018년 2842억, 2019년 3538억, 2020년 6784억, 2021년 7350억, 2022년 6582억의 적자(잠정)가 발생했어요. 5년간 평균 5400억 수준입니다.

이에 서울시는 “자구 노력과 시 재정지원만으로는 더는 심각한 적자 구조를 극복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적자가 발생하는 이유를 지자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난 10월,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주유소 경유 판매 가격이 1700원을 돌파했다. 권도현 기자 사진 크게보기

지난 10월,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주유소 경유 판매 가격이 1700원을 돌파했다. 권도현 기자

먼저 ‘운임 손실’이 있어요. 인건비, 기름값은 올라서 운영 비용은 늘어나는데 교통 운임은 오르지 않아서 ‘수송원가 현실화율’이 떨어졌다는 거예요. 수송원가 현실화율은 1인당 평균운임을 1인당 운송원가로 나눈 값인데요, 100%가 되지 않으면 요금이 원가보다 낮아 손해가 발생하고 100%가 넘으면 요금이 원가보다 높아 수익이 납니다.

2021년 서울시 지하철 기본요금 기준, 수송원가 현실화율은 63%에 머물렀습니다. 시내버스 기본요금 기준으로도 60%선이었고요. 2015년 80%대에서 크게 감소했어요. 서울시는 2021년 기준 지하철이 한 사람당 755원씩, 시내버스는 658원씩 손실을 보며 실어나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승객이 타면 탈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이 표현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승객이 늘어난다고 바로 증차하거나 인력을 늘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운임손실이 줄어들 수 있거든요. 좀 더 엄밀한 계산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유임 승객이 감소한 것도 요금 인상의 근거가 됐습니다. 감염병 우려, 거리두기 정책, 재택근무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대중교통 이용량이 급감했어요.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아직 이전의 이용객 규모를 회복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 3월20일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 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 3월20일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 성동훈 기자

반면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무임 승객 비율은 늘어났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유공자 등은 도시철도를 탈 때 운임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노인 인구 비율이 급증하면서 버스·지하철 회사와 지자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요. 향후 점차 늘어날 예정이기도 하고요.

2. 노인 무임승차가 문제라던데?

노인 무임승차를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65세 이상이라면 전국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어요. 신분당선과 공항철도도요. 노인복지법에 따른 건데요, 서울교통공사는 무임승차자들이 비용을 냈다면 2021년에만 2311억원의 수익을 더 거둘 수 있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요.

노인 지하철 무료이용은 1984년 시작됐어요. 한대광 사회에디터는 2년 전 칼럼에서 “전두환 정권이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시혜를 베푼 것이 시작”이라며 “비용 분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뒷전이었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뒷감당은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도시철도공사가 떠맡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지하철 1호선. 한수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지하철 1호선. 한수빈 기자

지자체들은 이 비용을 지방이 아닌 국가가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매해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공방이 되풀이됩니다. 도시철도가 있는 지자체는 무임승차 운영에 따른 손실을 국가가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정부는 도시철도는 지자체 사업이라며 반대합니다.

부담이 점점 커지다 보니 국회가 노인복지법을 손봐 무임승차를 할 수 있는 나이를 70세 등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한편, 노인 무임수송은 복지 정책이기 때문에 ‘적자’로 보기보다 ‘투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무임수송이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자살률과 우울증을 낮춰 복지예산 절감에 기여한다는 연구도 있거든요.

서울연구원은 한국교통연구원의 무임승차 제도 비용편익분석을 인용해, 노인 무임수송의 효과가 비용보다 60~80% 크다고 봤습니다. 2020년 물가수준으로 환산했을 때 연간 3650억원 규모였어요.

노인들이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개찰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노인들이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개찰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 교통 이용 요금제도 개선방안 연구’에서 노인 10명 중 4명은 지하철 무임승차제도가 축소되면 외부활동을 줄이겠다고 답했어요. 이 때문에 노령 인구 비율이 높은 몇몇 지자체에서는 아예 버스요금을 완전 무료화해 노인의 이동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노인의 이동과 건강을 위한 비용 부담이 지자체에만 전가되고 있다는 겁니다. 중앙정부와 협상에 실패한 지자체는 요금을 인상하면서 다시 이 비용을 시민에게 일부 떠넘겼고요.

3. 비용을 꼭 승객이 내야 해?

노인 무임수송을 복지 정책으로 여기는 건 대중교통을 공공 서비스로 보는 시선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모든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공공재이자 서비스이며, 공공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좋은 시설과 편리한 서비스를 싸게 이용하는 만큼 막대한 재원이 들어갈 텐데요. 이 돈은 어디서 나와야 할까요. 지난주 점선면 예고를 통해 독자님들께 의견을 여쭤봤습니다.

😕 대중교통 등 사회 인프라 사업에서 적자 운영이 문제 되는 것 자체가 이상합니다. 1000원 안팎의 금액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익명의 독자님)
🤔 교통비는 치킨값보다는 학교 급식비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해요. 추석이나 설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안 받는 것처럼,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시설의 요금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서 임의로 가격이 설정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운영비가 올라가니 요금을 올려야겠다는 시장 논리를 펼치는 걸 곧이곧대로 이해해 줘야 하나요? (찰보리빵님)
😐 무상급식처럼 교통도 무료이용 쪽으로 방향을 잡고 적자 부분은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골무님)

대중교통은 모두를 위한 국가 사업이며, 대중교통 이용을 시민의 권리로 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대중교통 요금은 공공요금이기 때문에 단순한 시장가격과는 다르게 책정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현행법도 대중교통을 육성하고 활성화할 주체로 국가를 명시하고 있어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다음 각호의 사항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정부는 서비스 공급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차원뿐 아니라 환경보전 차원에서도 대중교통 활성화 책무를 가집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서도 “정부는 철도가 국가기간교통망의 근간이 되도록 철도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버스·지하철·경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확대하며, 철도수송분담률·대중교통수송분담률 등에 대한 중장기 및 단계별 목표를 설정·관리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추석 마지막 날,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문재원 기자 사진 크게보기

지난해 추석 마지막 날,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문재원 기자

하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교통시설특별회계의 대부분은 도로를 건설하고 정비하는 데 치중돼 있어 대중교통 손실 보전에는 도움이 안 되고 있어요. 지자체들은 매년 이 재원 배분을 조정해 대중교통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거부하고요. “대중교통은 지자체 사무”라는 입장이에요.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 연구 등을 인용해 도시의 공공교통 시스템은 운임에만 의지해서는 운영비 충당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정부 일반예산에서 직접 지원을 받거나 탄소세와 같은 목적세를 신설해 충당하는 등 추가 운영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서울시 등은 현재의 대중교통 요금이 원가를 보전하지 못해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도시들은 대중교통 비용을 요금으로 회수하고 있을까요?

위키피디아 ‘Farebox recovery ratio(운임회수율)’ 페이지에서 승객의 운임이 대중교통 운영 비용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찾아볼 수 있었어요. 홍콩 MTR처럼 100%를 상회하기도, 파리 대중교통처럼 29%에 불과하기도 해요. 꼭 원가를 요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건 아닌 거죠.

미국 뉴욕의 원가회수율 목표는 30% 정도라고 합니다. 2020년 기준 서울시의 지하철과 버스의 원가회수율은 60%가 안 되는데, 시는 이 비율을 70~7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뉴욕 지하철. 사진=언스플래쉬 사진 크게보기

뉴욕 지하철. 사진=언스플래쉬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뉴욕시 교통기관인 MTA는 수요 변화에 따른 요금 수입 변동을 상수로 놓고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재원구조를 어떻게 동원할 것인지 계획하고 있다. 유료 터널의 통행료를 인상한다던가 신설된 교통수단으로 인상된 토지 가격의 일부를 조세로 환원하는 식”이라며 “해외 주요 도시들에게 원가보전율은 요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라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결국 대중교통이라는 공공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승객 요금으로 충당할 것인가, 지자체가 감당할 것인가, 국가가 지원할 것인가의 줄다리기인 셈입니다.

4. ‘○○ 패스’의 시대

한국의 대중교통 요금이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낮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시사하면서 “서울 대중교통 요금은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 20~50% 수준으로 낮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9호선 열차. 조태형 기자 사진 크게보기

서울 9호선 열차. 조태형 기자

자세히 뜯어볼까요. 이상훈 서울시의원이 주최한 ‘서울시 교통현안 연속토론회’에서 시민단체들은 “서울시는 외국의 대중교통 요금을 단순히 원화로 바꾸어 비교했고 물가가 적절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서울은 1회권 중심의 요금 구조고, 런던과 뉴욕 등은 정기권이 있어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할수록 할인이 많아지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기권과 할인권. 한국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후동행카드’ 제도를 신설했어요. 내년부터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대중교통을 월 6만5000원에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입니다.

최민호 세종시장도 월 2만원짜리 대중교통 정액권인 ‘이응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어요. 박형준 부산시장은 ‘동백패스’를 만들어 대중교통 요금이 월 4만5000원을 넘어가면 지역화폐인 동백전으로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더 경기패스’ 카드를 꺼내 들었고요.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홍보물. 출처: 서울시 사진 크게보기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홍보물. 출처: 서울시

모두 지자체 시범사업으로 지자체 예산을 씁니다. 앞서 대중교통 요금을 올린 이유가 시 재정으로 보조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였는데 다시 시 재정으로 교통비를 지원해준다고 하니 ‘조삼모사’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정책 중복이라는 지적도 있어요. 국토교통부는 월21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동거리에 상관없이 교통비를 환급해주는 ‘K패스(가칭)’을 내년 7월부터 도입할 예정입니다. 대상자와 할인·환급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시민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어 통합된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게다가 서울 기후동행카드에서는 경기도를 오가는 노선이 제외됐는데요,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시민이 많은 만큼 관계부처간 자존심 싸움 탓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 나온 게 아니냐는 회의론도 제기됩니다.

국회에서도 ‘3만원 청년패스’ ‘모두의 티켓법’ 등 관련 정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버스 요금, 얼마면 되겠니?

시민들은 대중교통 운영 비용보다 싼 값을 치르고 지하철과 버스를 탑니다. 무임승차가 대표적인데요, 지자체는 정부 지원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대중교통을 지자체 일로 여깁니다. 결국 지자체가 요금을 올려 시민들이 생계 부담을 호소하자 지자체와 국회는 앞다투어 각종 정기권·할인 정책 등을 내놓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버스 요금, 얼마면 되겠니?

1. 기후위기라 대중교통 육성한다면서요?

대중교통은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교통으로 여겨집니다. 세계 각국은 유류세를 높이고 혼잡세를 걷는 등 자가용 자동차 이용에 페널티를 주고, 대중교통 이용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있어요. 여러 연구가 휘발유 가격과 대중교통 요금의 조화가 대중교통 이용수요에 효과적인 영향을 준다고 분석합니다.

자가용 승용차의 탄소배출량은 버스의 3배, 지하철의 5배에 달한다. 승객이 늘어나면 버스와 지하철의 1인 탄소배출량은 더 줄어든다.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사진 크게보기

자가용 승용차의 탄소배출량은 버스의 3배, 지하철의 5배에 달한다. 승객이 늘어나면 버스와 지하철의 1인 탄소배출량은 더 줄어든다.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유류세를 15% 일괄 인하했습니다. 2021년 윤석열 정부도 유가가 폭등하자 다시 유류세를 인하했고요. OECD 23개 회원국 중 가장 큰 폭입니다.

이 때문에 국제 석유가격이 가파르게 올랐음에도 지난해 국내 석유 소비량은 늘었습니다. OECD는 ‘2022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유류세 인하 혜택은 에너지 과소비를 유발하여 기후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 정책 축소를 권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각 지자체가 너도나도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했습니다.

😏 이상적으로는 대중교통 요금을 무상에 가깝게 유지해 자동차 이용을 흡수해야 합니다. 환경 영향과 안전, 자동차가 갖는 편익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영주차장 요금은 한참 낮은 수준으로 동결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익명의 독자님)

한 익명의 독자님은 이런 의견을 남겨주셨습니다. 주차장 요금 동결, 유류세 인하 모두 자가용 자동차를 몰기 편하게 해줍니다. 그래서일까요? 인구는 줄어드는데 자동차는 늘어났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한국 자동차 등록 대수는 2437만대예요. 2019년과 비교하면 69만대나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인구는 통계청 기준으로 2만838명 줄었는데도요.

교통수단분담률 통계를 봐도 코로나19 유행 이후 승용차 비중이 급증하고 대중교통 이용은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 공통의 현상으로, 미국·독일 등은 대중교통 수요를 회복하기 위해 ‘한 달 9유로 티켓’ 같은 유인책을 내놨습니다.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사진 크게보기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지난 3월 윤석열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대중교통 활성화’도 언급은 됐지만,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확대 등을 언급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정부는 ‘수송’ 부문 정책 과제에서 그보다 ‘전기·수소차 보급 확산’을 앞세웠습니다. 무공해차 등록 비중을 2030년 450만대까지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대중교통 활성화의 내용으로는 ‘수요응답형 교통(DRT)’를 거론하는 데 그쳐 정부의 시선이 자가용 승용차에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2. 대중교통, 불평등 해소에도 기여한다

윤형중 LAB2050대표는 “유류세 인하의 장점이 물가 부담 완화라면 단점은 탄소 배출량 증대와 불평등의 악화”라며 “유류세 인하로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훨씬 큰 혜택을 누린다”고 지적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년 유류세를 낮췄을 때 소득 하위 10% 가구는 연평균 1만5000원 세금을 덜 냈고 상위 10% 가구는 15만8000원 세금을 덜 냈다고 분석했습니다.

버스 손잡이. 사진=언스플래쉬 사진 크게보기

버스 손잡이. 사진=언스플래쉬

대중교통 요금 인하와 통제는 그 대척점에 있습니다. 요금을 낮추면 고소득층보다 대중교통 의존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받습니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교통 요금을 인하하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소득이 적을수록 도시 외곽에 거주하며 생업을 위해 긴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행 거리비례 요금제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더 돈을 많이 쓰는 ‘소득역진’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김 위원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단일요금제를 제안합니다.

3. 모두를 위한 ‘시민의 발’

대중교통의 강점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데 있어요. 택시를 탈 돈이 없어도, 자가용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아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지요. ‘시민의 발’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이동은 사회·경제적 활동을 위한 필수적 행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학교나 직장에 가기 위해, 장을 보기 위해, 병원에 가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이동이 필요합니다. ‘의식주’에 더해 ‘교통’을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로 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겐 대중교통이 닿는 곳이 곧 삶의 반경입니다.

전북 완주군의 수요응답형 버스(DRT)를 이용하기 위해 한 시민이 서 있다. 송윤경 기자 사진 크게보기

전북 완주군의 수요응답형 버스(DRT)를 이용하기 위해 한 시민이 서 있다. 송윤경 기자

이 때문에 농어촌에서는 버스 완전공영제를 도입해 주민들의 ‘교통 복지’를 도모하기도 합니다. 민간 사업자는 수요가 없는 벽지 노선 운영을 꺼리는데, 벽지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니까요.

‘콜버스’ 등으로 불리는 수요응답형 버스(DRT), 공공형 택시를 도입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열악한 교통망을 가진 지역일수록 이런 대안교통이 필요한데, 이 역시 지자체 재원에 의지하는 실정이에요.

국가 재원으로 모든 국민에게 최저교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교통기본법’, ‘농어촌 주민 등의 이동권 보장에 관한 법률’ 등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서울의 한 버스 공영차고지. 연합뉴스

서울의 한 버스 공영차고지. 연합뉴스

완전공영제, 무료화, 할인·정기권, 단일요금제…수많은 아이디어가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어느 정도의 요금 인상은 필요할지도 모르고요. 몇몇 독자님들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해 ‘양보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 인상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양보를 한다 해도 인상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저임금이 2.5% 오르는데 전철요금이 12% 올라버린다면 (두 요금을 결정하는) 정부가 전철을 타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잖아요? (찰보리빵님)

😡 우리나라 대중교통 요금은 비싸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최근처럼 임금은 오르지 않고 요금만 오른다면 비싸다고 체감할 수밖에 없지요. 정치인들 보면 대중교통 요금도 모른 채 정책 결정하잖아요. 본인들은 고임금에 자가용 타고 다녀 모르겠지요. 100원 오르면 그만큼 덜 다녀야 하는 월급쟁이 현실을요. 지하철파인데, 임금인상 전제로 1700원까지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사리님)


다만 지자체가 그 필요성을 충분히 잘 설득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대중교통 요금을 결정할 땐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현재의 교통요금 인상 과정에는 그 과정이 부재하다고 말합니다.

“시민들은 이용자로서 이용 요금을 부담하고, 납세자로서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그렇지만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 합의에 대한 기회나 권한 등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입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버스 요금, 얼마면 되겠니?

탄소 저감을 위해 세계 각국은 유류세를 인상하고 대중교통 요금을 인하하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한국은 정반대였어요.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기후위기 대응, 소득재분배를 위한 대중교통 정책 논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 줄 점선면

▶ 각 지자체는 대중교통 요금이 너무 저렴해 지하철·버스 회사가 만성 적자를 겪고 있다며 올해 차례차례 요금을 인상했습니다.

▶ 지자체는 대중교통 운영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해 줄 것을 매년 요구해 왔지만 올해도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기후위기 대응과 소득재분배, 교통 복지 보장을 위해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재원 마련이 필요하며 이용자이자 납세자인 시민들이 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버스 요금, 얼마면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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