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원정 ‘공공산후조리원’이 답인가?

강현석 기자

출산 인프라 열악한 농촌지역서 입소문 타고 수요 급증

고흥 산모, 광주 출산 후 강진 조리원에…저렴한 비용 한몫
작년 전남 출생아 7933명, 수용 인원 연 최대 1300여명 그쳐
수개월 대기 다반사…전남도 “확충 위한 국가적 지원 필요”

지난 14일 둘째 아이를 출산한 A씨(36)는 집에서 100㎞ 넘게 떨어진 전남 강진군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다. 고흥군 고흥읍에 사는 A씨가 광주광역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고 별다른 연고가 없는 강진까지 오게 된 것은 산후조리원 때문이다.

강진의료원에는 2018년 5월 전남도와 강진군이 공동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이 있다. 이 조리원은 14일 이용료가 154만원이다. 둘째 아이부터는 산모 이용료가 70% 감면돼 A씨는 46만2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A씨는 “아이를 낳은 광주 산부인과에도 산후조리원이 있지만 2주 이용료가 300만원이 넘는다. 첫째 아이 때도 1주일에 180만원을 조리원 비용으로 썼다”면서 “저렴하고 시설도 좋은 공공산후조리원이 있다고 해서 강진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이 시설도 좋은 데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산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전남 등에 따르면 지역 대부분의 공공산후조리원에서 ‘입실 대기’가 발생한 상황이다. 총 51개실 규모인 전남 지역의 공공산후조리원은 지난해 1016명이 이용했다. 산모 1명이 14일을 머무는 만큼 하루 39명이 이용해 평균 입실률이 76%에 달했다.

강진 조리원은 2021년 이용자가 90명에서 2022년 147명, 지난해에는 201명으로 급증했다. 10개실이 ‘만실’에 가까운 한 달 18명 이상이 이용한 때도 다섯 차례나 된다.

16개실이 있는 나주 조리원은 한 달 30명 이상 입실한 경우가 지난해 6번이나 있었다. 5명이 입실할 수 있는 순천 조리원도 2023년 내내 한 달 이용자가 10명을 넘었다.쌍둥이를 출산한 뒤 강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 이주송씨(37)는 “수개월 전부터 대기 순서에 이름을 올려두고 여러 번 전화하며 상황을 살펴야 했다”고 말했다.

지역 공공산후조리원이 ‘만실’을 넘어 대기자가 줄을 서는 상황은 농어촌지역의 열악한 출산 인프라 때문이다. 거주지 인근에 마땅한 조리원이 없는 이들 지역의 산모들은 그동안 도시에서 원정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를 해왔다.

이용요금이 낮은 것도 한몫하고 있다. 2주 이용료가 154만원 수준인 전남 공공산후조리원은 2022년부터 조례를 개정해 2자녀 이상, 다문화가정,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이용료의 70%를 감면해주고 있다. 지난해 전남 산후조리원 이용자 10명 중 8명은 46만2000원만 부담하는 감면대상이었다.

지난 1월 기준 전국 지자체에서 19곳의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 중인데 서울과 울산을 제외한 농어촌지역은 이용요금이 2주 기준 154만~180만원이다. 대부분은 취약계층 대상 감면 혜택도 있다.

공공산후조리원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전남에 출생 신고된 신생아는 7933명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조리원에 입실할 수 있는 산모는 최대 연 1300여명(14일 이용 기준)에 불과하다.

조리원 설립비용과 운영비를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모두 부담하는 것도 문제다. 국가가 공공산후조리원의 설립이나 운영 비용 등을 지원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2022년 1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제 공공산후조리원은 출산에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으로 봐야 한다”면서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산후조리원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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