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사원’ 건립 첩첩산중…이번엔 건축주·시공업체 소송전

백경열 기자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공사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공사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주와 시공업체가 소송전에 들어가면서다.

9일 이슬람사원 건축주에 따르면 건축주 측은 최근 시공사를 상대로 일부 공사 금액 반환을 요구하는 취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대구지법에 제기했다. 현재 이슬람사원은 설계상과 다르게 지어 관할 지자체로부터 공사중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사원 건축을 추진 중인 무아즈 라작은 “현장 관리자 잘못으로 공사가 잘못됐고 재시공을 거듭 요청했지만 협조하지 않았다”면서 “우리(건축주)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많은 돈을 요구하면서 작업을 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피해를 주기 위해 이러한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건축주 측은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비용 반환과 재시공 비용 지급을 요구하기 위해 소를 제기했다. 시공업체는 추가 공사비 등을 요구하며 이슬람 사원 예정지의 유치권 행사로 맞서는 상황이다. 시공업체는 계약 당시보다 2년이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자재값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 만큼 건축주측이 추가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구 북구는 지난해 9월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 현장에서 위법 사항을 발견했다. 당시 공사 감리자가 사원 공사현장 2층 바닥을 지지하는 철골보 상부에 스터드 볼트를 상당 부분 설치하지 않고 콘크리트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설계와 다른 부분이다.

이에 북구가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또 지난해 12월 설계와 다르게 건물을 지은 혐의(건축법 위반)로 사원 시공업체를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공사중지 행정 명령도 내렸다.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이 이뤄지는 북구 대현동 한 골목에 2022년 12월15일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내건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이 이뤄지는 북구 대현동 한 골목에 2022년 12월15일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내건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백경열 기자

무슬림을 포함한 건축주 7명은 2020년 9월 자신들이 소유한 대현동 4개 필지를 ‘종교집회장’으로 용도변경 및 증축 신고를 내 북구청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2021년 초부터 소음과 악취,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발했고 그 해 2월 북구청은 공사중단 조치를 내렸다. 건축주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은 2022년 9월 이슬람 사원 예정지 공사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도 주민 등이 반발하면서 크고 작은 마찰이 계속돼 공사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했다. 공사장 출입구 옆에 위치한 주택 앞 등에는 2022년 10월부터 돼지머리와 족발·돼지꼬리 등이 놓였다. 사원 건립 반대 주민 등은 그 해 12월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잔치를 열기도 했다. 이슬람 문명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행위를 죄악으로 여긴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해 8월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를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공식서한을 보냈다. 이사회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을 근거로 이슬람 사원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언행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월 이슬람 사원 공사현장 부근에 돼지머리를 방치한 혐의로(업무방해 등) 송치된 주민 2명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관련 행위가 공사 진행에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았고 예정된 공사가 완료된 점 등을 토대로 업무방해죄에서 요구하는 ‘위력의 행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지난해 2월2일 사원 공사장 앞에서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배식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지난해 2월2일 사원 공사장 앞에서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배식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지금까지 대구시나 북구는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다만 종교 문제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만을 제한적으로 밝혔을 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목소리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믿는 종교가 존중을 받으려면 폄훼하거나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6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주민들을 선동하는 사람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특정 사이비 기독교 세력들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종교계가 주로 반대 목소리를 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슬람 사원은 공사가 중단되기 전까지만 해도 공정률이 80%를 넘어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해 6월 당시 건물 1층 바닥과 2층 외벽공사 등 2~3주간 콘크리트 타설 작업만 마치면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고 이후 위법 사항까지 발견되면서 중단되기에 이른 것이다.

건축주와 시공업체 간 소송전이 시작되면서 사원 완공까지는 최소 1~2년 가량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근 주민들이 “위법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원 예정지 앞에 돼지머리를 두는 등의 방식으로 반발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무아즈 라작은 “소송을 진행하면서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면서 “사원을 평화적으로 건설할 수 있도록 법적 선택지를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인권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해 1월18일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을 찾아 돼지머리가 놓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독자 제공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인권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해 1월18일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을 찾아 돼지머리가 놓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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