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뒤 도주 혐의 소방대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이유는?

유선희 기자
경찰이 음주 운전을 단속하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찰이 음주 운전을 단속하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2020년 3월9일 자정을 앞둔 밤 11시52분쯤 경남 창녕군 계성면 봉산리 5번 국도에서 i40 승용차가 도로 옹벽을 들이받고 뒤집혔다. 차량 우측 전면부가 크게 파손되고 타이어가 빠질 정도로 큰 사고였다.

목격자 신고로 구급차가 왔는데 운전자가 돌연 사라졌다. 사고를 수습하려고 경찰관도 뒤이어 현장에 도착했는데 소방대원은 “운전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관은 운전자가 차 밖으로 튕겨 나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장 수색에 나섰지만 찾지 못했다.

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운전자는 없는 의문의 사건이었다. 수사 결과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가 술을 마신 상태였고, 소방대원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문이 풀렸다. 사고를 낸 창녕소방서 소속 소방대원 A씨는 현장에 남아 있으면 음주운전 등으로 수사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사고 현장에 출동한 같은 소방서의 동료 B씨의 묵인 아래 현장을 빠져나갔다. A씨와 B씨 모두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A씨가 이미 현장을 이탈했기 때문에 경찰은 A씨의 음주운전 혐의는 입증하지 못했다. 이에 A씨에 대해 사고 후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도로교통법 위반)와 현장을 이탈하도록 한 혐의(범인도피교사)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A씨 범행을 돕고 운전자가 없다는 취지의 허위진술을 한 B씨도 범인도피 혐의가 적용돼 재판을 받았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A씨는 징역 1년, B씨는 징역 8월을 선고받고 지난해 1월31일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2심에서 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소방관과 경찰관이 사고현장 도로에서 위험방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었기에 A씨가 특별히 해야 할 조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범인도피교사 혐의에 대해선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기 때문에 범인이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도피 행위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범인도피 혐의와 관련해선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해 범인을 발견하거나 체포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가 아니라면 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도 차적조회 등으로 A씨에 대한 인적사항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B씨의 허위진술이 범인은닉 행위에 비견될 정도로 수사를 곤란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수사기관이 A씨 주거지를 수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는 지난달 12일 2심을 수긍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 선고를 확정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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