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통화로 업무 지장”…외국인보호소 112·119 끊은 법무부

강한들 기자

질병 등 긴급상황 때 쓰는 공중전화…외부와 소통 제한

‘인권친화적 보호소’ 약속 역행…“장기구금 유발 우려”

법무부가 운영하는 외국인보호소에 설치된 공중전화에서 112·119 등 긴급전화를 걸지 못하도록 차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3년 전 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가혹행위가 드러나자 외국인보호소를 인권친화적으로 전환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지만 유명무실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가 운영 중인 화성·청주 외국인보호소, 여수·울산 출입국·외국인보호사무소, 인천 출입국·외국인청 등의 공중전화는 112·119 등 긴급전화를 걸지 못하도록 차단됐다. 계기는 공중전화를 운영해오던 KT가 ‘원포유’라는 업체로 변경된 것이었다.

법무부는 이주인권단체 ‘마중’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과거 보호 외국인의 빈번한 긴급전화 사용으로 보호소 업무 수행뿐만 아니라 경찰과 소방의 업무 수행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사실이 있어 긴급전화를 제한하게 됐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어 “외국인 보호시설에서는 출입국관리공무원이 24시간 동안 보호 근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긴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시설이다. 이곳에 수용된 외국인은 일주일에 30분 정도 인터넷·휴대폰 사용이 허용된다. 공중전화는 외부와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이 같은 조치가 외국인보호소의 인권침해를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백홍석 마중 활동가는 “112·119는 위급 상황에서 인명의 안전을 위해 필수”라며 “긴급전화 접근 박탈은 보호소 직원으로부터의 폭행 사건과 같은 위법행위로부터 보호 외국인들이 자신을 지킬 최소한의 권리도 빼앗는다”고 말했다. 2021년 경기 화성시 외국인보호소에서는 손·발목을 포박해 손발이 모두 꺾인 자세로 배를 바닥에 댄 채 있게 하는 일명 ‘새우꺾기’ 방식의 가혹 행위가 발생해 큰 논란이 일었다. 2007년에는 여수 출입국·외국인보호사무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외국인 보호시설의 112·119 긴급 출동 필요성을 지적한 연구 결과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내놓은 ‘2022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는 각 보호소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의무과장이 1차 진료를 하나 야간 등 응급상황에서는 119 응급구조대에 연락하여 필요한 응급처치를 하고 필요하면 외부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인터넷과 개인 휴대폰 사용이 막혀 있고 허용된 발신 전용 공중전화와 우편만으로 외부와 소통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법률적 절차 수행, 귀국 준비 시기를 놓쳐 장기 구금을 유발하므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익변호사단체 사단법인 ‘두루’의 최초록 변호사는 “외국인보호소는 관리 인력이 부족하고 진료 관련 인력이 없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질병은 전문가가 보지 않고서는 판단하기 어려워 본인이 응급 상황이라고 판단해도 보호소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보면 긴급신고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보호 외국인들의 통화 요금 부담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백 활동가는 “지금은 원포유 전용 전화카드를 사용해야만 전화를 걸 수 있고, 이후 각 지역 특화된 전화카드도 추가로 사용해야 해 이중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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