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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2심서도 ‘노조탈퇴 종용’ 인정, ‘인사고과 차별’은 기각…다툼 계속

유선희 기자

‘금속노조 탈퇴 유도, 인사 평가시 하위 고과 부여’

문건에 따라 하위 인사고과 영향, 1·2심 다른 판단

노조 상고…“객관적 유의미한 격차 부당노동행위”

2016년 3월 사측에서 작성한 ‘차기 교섭대표노조지위 유지방안’ 내용 중 일부 발췌. 사진 크게보기

2016년 3월 사측에서 작성한 ‘차기 교섭대표노조지위 유지방안’ 내용 중 일부 발췌.

노동조합 무력화 시도로 회사 임원 등이 형사 처벌을 받은 한화그룹 방위산업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삼성테크원)가 노조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과 항소심에서 연달아 패소했다. 하지만 해당 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회사 측의 ‘인사고과 차별’에 대해선 항소심이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각해 대법원 판단을 구하게 됐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법 제10-3민사부(재판장 이상아)는 금속노조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1심에서 인정한 사측의 노조 탈퇴 종용은 받아들이면서 ‘인사고과 차별’은 기각했다. 이에 따라 사측이 금속노조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3000만원으로 줄었다.

1심은 회사가 기업노조 및 비노조 직원들과 비교해 금속노조 소속 직원들에게 낮은 인사고과 평가를 준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하고 금속노조에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1심 ‘인사고과 불이익 있다고 봐야’
2심 ‘인사고과 격차 판단 어려워’

앞서 2019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원 3명은 노조를 와해하려고 금속노조 탈퇴 계획을 세우고 탈퇴를 종용한 혐의(노동조합법 위반)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 3월 회사는 ‘금속노조 탈퇴 유도’ 문건 등에서 금속노조 조합원에 대해 2년 연속(2015~2016년) ‘하위 고과’를 부여하게 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타격 제공과 심리적 압박, 비 금속노조 동기들과의 확연한 격차 유도(평가·급여·승진 등) 등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조 측은 이 방안이 실제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2015년 이 회사의 금속노조 노조원 954명 중 30%에 해당하는 286명이 하위 인사고과를 받았다. 반면 비 금속노조 노조원 3202명 중에는 하위 고과를 받은 사람이 15%에 해당하는 483명에 그쳤기 때문에 차별이 명백하다고 금속노조 측은 밝혔다. 금속노조는 2016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고 했다. 하위 인사고과는 승격률에도 영향을 미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금속노조 측은 주장했다.

금속노조와 기업노조 및 비조합원 간 하위 인사고과 비율 차이. 사진 크게보기

금속노조와 기업노조 및 비조합원 간 하위 인사고과 비율 차이.

1심은 “사측이 2015~2016년 부여한 하위 인사고과 부여 비율 및 승격 비율에서 원고 노조(금속노조) 집단과 기업노조원 및 비 조합원 집단 사이에 유의미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원고 노조 집단을 기업노조원 및 비 조합원 집단에 비해 불이익하게 하위 인사고과를 부여해 승급과 승격에 불이익한 영향을 주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은 사측의 노조 탈퇴 종용 문건은 인정하면서도 금속노조와 비 금속노조 집단에 대해 “서로 동질의 균등한 근로자 집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2015년 이후 인사고과 부여 결과만으로는 위 두 집단의 인사고과 결과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발생하게 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조합원들 모두가 2013~2014년에 받은 인사고과보다 2015~2016년 받은 인사고과가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고, 승격반영 점수의 등락이나 그 변동비율도 서로 다르다”며 “원고 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리한 인사고과를 부여 받았다거나, 그러한 인사고과 부여 결과가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측이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만 하위 고과를 줬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노조 “노조파괴 문서 있는데 고과 차별 불인정 납득 안돼”

대법원은 관련 판례에서 비교 대상인 집단과의 차이가 분명한 경우 인사고과에서 양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있었는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었는지 등을 심리해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해왔다. 2018년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가 사내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낮은 성과등급을 부여해 특별 성과상여금을 차별 지급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확정판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노조 측은 즉각 상고했다. 권기강 금속노조 경남지부 삼성테크원지회 사무장은 “이번 소송은 통계적 편차가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노조 확대간부들(37명)만을 대상으로 제기했는데도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 측 변호인인 김두현 변호사는 “노조파괴 공작 문서 등 증거가 명확한데도 인사고과 차별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지 않은 건 납득할 수 없고 대법원 판례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며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이들을 동일 비교집단으로 보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경향신문에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대응 방안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인사고과 차별은 최근 ‘SPC 노조 파괴’ 사건 재판에서도 재현될 수 있어 향후 대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지난달 22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황재복 SPC 대표이사의 공소장을 보면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에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정황이 담겼고 노조활동을 하는 파리바게뜨지회 소속 노동자들에게 정성평가 등급 평점을 낮게 주고 승진에서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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