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의 진짜 얼굴 안녕하세요. 이번 주 큐레이터 김지혜 기자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책도 활기를 내뿜는다는 걸, 저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 배웠습니다. 전 분야의 다양한 책들이 아우성치듯 독자를 매혹하는 그 신기한 축제에 한 번 다녀온 이후로, 매년 도서전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어요. 올해도 물론 그랬습니다. 개막식 개최와 함께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알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에요.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여느 때처럼 책과 활기가 아닌, 작가들이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나간 괴상한 축제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출판을 담당하는 이영경 기자가 이 사건에 얽힌 내막과 의미를 짚은 칼럼을 썼습니다. 작가들은 왜 끌려나가야만 했던 걸까요. 이 괴상한 사태 앞에서 우리가 다시금 주목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기사는 약 3분 분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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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시행에 일조한 소설가 오정희가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것에 반발한 예술인들이 도서전 개막식에서 강제 퇴거당했다. ☑️ 박근혜 정부 당시 시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국가가 예술인들을 검열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범죄였고, 도서전이 오정희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은 이러한 과거에 대한 손쉬운 망각으로 보인다. ☑️ 송경동 시인을 비롯한 예술인들의 강제 퇴거는 블랙리스트라는 망각된 기억의 분출을 막기 위한 공권력의 횡포로 해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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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억과 망각의 투쟁이다 2023.06.20. 이영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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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14일 개막한 2023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 송경동 시인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시행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오정희 소설가의 도서전 홍보대사 위촉에 항의하다 행사 관계자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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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은 대한민국 시인이다. 2001년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신동엽창작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도서전에 초청되어야 할 그가 추방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도서전으로 기억될 것이다. 도서전 개막일, 한국의 시인이 양팔이 붙잡힌 채 쫓겨났다. 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압축해 보여주는 장면이 또 어디 있을까.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졌던 검열 행위인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서 블랙리스트 시행에 일조했던 소설가 오정희의 홍보대사 위촉, 은근슬쩍 넘어가려 한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안일한 태도, 작가들의 목소리를 ‘시위꾼의 잡음’으로 치부한 대통령경호처의 과잉 대응이 빚어낸 장면이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은 다름 아닌 송경동 시인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국가가 예술인들을 ‘검열’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범죄였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직권남용으로 구속됐다. 과거 독재정권의 혹독한 검열과 통제를 기억하고 있는 한국 사회이기에 충격은 더했다. 하지만 이후 정권이 두 차례 교체되는 동안 블랙리스트도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그사이 김기춘과 조윤선은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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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억과 망각의 투쟁이다.” 기억과 망각의 관계를 탐구한 <호모 메모리스>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소설가 오정희를 ‘얼굴’로 선정한 것은 ‘블랙리스트’로 예술을 검열한 과거를 손쉽게 ‘망각’하기로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소설가 오정희는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었지만 문학계의 비판으로 사퇴한 바 있다. 그런데도 충실한 검증 없이 그를 홍보대사로 앞세운 것은 검열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망각의 역사를 쓰기로 선택한 것이다. 문화계가 이에 반발하자, 출협은 도서전 관련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언론 보도 때 공들여 찍은 홍보대사 사진 대신 공식 포스터를 써달라고 요청하는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을 시도했다. 개막식 이후엔 홍보대사 선정에 출협과 문체부는 개입·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억눌린 기억은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기억이 분출한 순간, 분출을 막기 위해 공권력이 작동한 순간이 바로 도서전 개막식에서 송경동 시인이 끌려나가던 순간이었다. 그 장면으로 인해 우리가 ‘블랙리스트’를 망각했음을 깨달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서울국제도서전의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소설가 황정은은 “도서전 당사자이기도 한 작가들이 대통령경호법을 이유로 쫓겨난 자리에서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라는 주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제게는 없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소설가 오정희는 이후 홍보대사를 자진 사퇴했다. 요란했던 시작에도 불구하고 서울국제도서전은 13만명이 찾아 흥행했다. 도서전 개최를 위해 출판노동자들은 닷새 동안 땀을 흘렸고, 시민들은 도서전을 찾아 좋아하는 책과 작가를 만났다. 도서전의 얼굴이라면 아마 이들 모두일 것이다. <호모 메모리스>에 따르면 예술은 과거에 벌어진 일들을 작품화하면서 스스로 하나의 기억이 되는 과정이다. 문학과 출판은 세월호 참사 등 과거의 비극적 사건들을 작품으로 써내고, 관련 담론을 형성하면서 ‘기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고 나쁜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다짐이었다. 정부와 문학·출판계는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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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10여 명의 출판·문학인들이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장 앞에서 오정희 작가의 홍보대사 해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후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이들을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들이 강제로 끌어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대통령경호법을 위반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도서전엔 김건희 여사가 참석해 있었습니다. '팩트'만 보면 경호처의 과잉대응이 부른 황당한 해프닝 정도로 읽힐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영경 기자는 여기서 "역사는 기억의 기억과 망각의 투쟁"이라는 문장을 떠올렸어요. '오정희 작가가 일조했던 블랙리스트가 불러온 파문'과 '검열의 잘못은 지우고 집회·시위의 자유는 축소하려는 현 정권의 태도' 등 여러 맥락을 '팩트'와 함께 읽어낸 까닭입니다. 역사에서 유독 잘 잊히는 존재와 목소리가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거나 의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다수에 속하지 않거나 권력을 갖지 못한 경우 대체로 그렇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역사가 '승자의 기록'으로 남지 않도록 싸우는 사람들은 늘 있었습니다. 문학가와 예술가들이 대표적이죠. 세월호 참사처럼 약자에게 일어난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해, 약자의 목소리를 글로 쓰고 책으로 엮고 영화로 만든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검열'한 것이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였고요. 그 검열의 주체가 도서전의 얼굴이 될 수는 없습니다. 도서전이 만들어내던 특유의 활기는, 하마터면 잊힐 뻔했던 존재와 목소리도 책을 통해 신나게 아우성칠 수 있는 자유와 환대 속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정희 작가는 홍보대사를 사퇴했지만, '검열'의 편을 들었던 서울국제도서전의 선택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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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법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들의 피해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블랙리스트 사건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적 있는데요. 기사를 통해 당시 판결을 되짚어 보실 수 있습니다. |
경향신문은 2030세대의 법·부동산·금융 지식과 관련 교육에 대한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인적사항에 답한 후 분야별 10문제 총 30문제를 풀어주시면 됩니다. 더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시간이 되실 때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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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기사들을 볼 때마다 언론의 가치를 새삼 느낍니다. 근래 최고의 기사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외면하면 안되지만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아서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사회문제를 예리하고 사실 그대로 파고드는 기사,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정치와 행정은 바로 반응해야 합니다. 분명 그러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후속조치도 기사로 다뤄줬으면 합니다." 📝 "점선면 Lite < 무엇을 입고 일하시나요?>를 읽고 익명의 독자님께서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기사에 대한 독자님의 평, 기획취재팀에도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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