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는 처음부터 졸속으로 이루어졌어요. 2017년 4월 26일 자정 즈음, 15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 소성리에 8000명의 경찰이 들이닥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기습'이었죠. 밤새 경찰들은 각 가정에 있던 주민들의 외출을 차단하고 마을회관 등을 에워싸 미군의 사드 장비 반입을 위한 길을 터줬습니다.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 절차가 생략된 '불법 배치'였어요. "분통함을 이기지 못한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소성리를 찾아 주민들을 취재했던 손제민 논설위원은 기사에 이런 문장을 적었습니다. 주민들의 '분통함'과 '곡소리'는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정권이 교체된 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같은 해 7월 문재인 정부가 성주에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하며 '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때에도 주민들은 울분에 차 싸웠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최종 배치 여부는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할 것"이라 변명했습니다. 하지만 '임시 배치'라 하더라도 이미 반입한 장비를 되돌릴 수는 없기에 사실상 '배치 완료'나 다름 없었죠. 이후 이뤄질 환경영향평가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것이 자명했어요. 그렇게 우려했던 '형식적인 절차'의 결과가 이번에 나오게 된 거예요. 정부는 '졸속'과 '기습'으로 얼룩진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뒤늦게 확보하려 하고 있어요. 환경영향평가도 그 일환입니다. 주민들은 이것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민주적 절차'가 아닌 '절차를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에 반발에 나선 거예요. 국방부는 지난 3월 성주와 김천에서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설명회 역시 주민들의 입장을 반영할 생각이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주민·활동가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 정부의 '막무가내 절차' 앞에서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사드 전자파가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다"는 환경영향평가의 결과와 별개로, 삶의 터전을 둘러싼 중요한 결정에서 지속적으로 무시되고 소외된 탓이에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정부에 질려 주민들도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임순분 부녀회장의 말처럼요. 최근 인권위는 소성리 주민들이 불안장애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들의 정신건강 악화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다수의 시민을 보호하겠다는 '안보'의 명분만 있다면, 소수의 힘 없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짓밟아도 되는 걸까요? 설령 사드 기지의 전자파가 '무해하다' 하더라도, 이를 둘러싼 정부의 결정과 절차가 '무해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드 반대론을 무시해도 좋을 '괴담' 취급하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