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공정 수능'이라는 환상

2023.06.30

6분

수능 입시 킬러문항 공교육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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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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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6.30. 금요일

안녕하세요. 이번 주 큐레이터 김지혜 기자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국세청이 메가스터디와 종로학원, 시대인재 등 대형 사교육 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할 것을 지시하고, '킬러 문항'을 만든 주축으로 사교육 시장의 '이권 카르텔'을 지목하면서 벌어진 일이죠.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떨어진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나라의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현장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교육부 국장이 경질되고 한국교육평가원장이 사임했어요. 교육부는 부랴부랴 지난 3년 치 수능 '킬러 문항' 26개를 공개하며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즉흥적'이라는 비판에 "지난 3월에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당시에도 공정한 수능을 강조했다"며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킬러 문항' 관련 발언 이후의 조치들이 온통 '부랴부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왜일까요? 이 '부랴부랴' 정책과 조치들이 불러올 후폭풍은 또 무엇일까요?

교육 분야를 꾸준히 취재해온 오창민 논설위원의 칼럼을 함께 읽고 대화해봐요. 약 3분 분량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출제자들과 사교육업자가 결탁해 그동안 '킬러 문항'을 출제했다고 단정하면서,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쑥대밭이 됐다.

☑️ 사교육의 연원은 수능 문항의 난도가 아니라 수능에 걸려 있는 사회의 보상 몫이 너무 크다는 데 있기 때문에 수능 전반의 사교육 수요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 수능 문항이 학교 수업과 괴리돼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는 각기 다른 학교를 다니는 수십수만명의 수험생이 한날한시에 모여 일제히 똑같은 시험지를 푸는 수능의 획일적 방식이 갖는 태생적 한계다.

권력자의 수능 지침

2023.06.29. 오창민 논설위원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인근. 권도현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쑥대밭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는지 수능 출제자들이 사교육업자의 배를 불리기 위해 그동안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을 출제했다고 단정하고 있다. 6개월밖에 안 된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평가원 감사에 돌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로 (교육부 국장) 경질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까지 했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이규민 평가원장은 사퇴했다. 현 정권의 주특기인 검찰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고, 새 평가원장에는 검사가 임명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

평가원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이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수능 관련 사항이 모두 기밀이어서 보안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원의 전직 고위 관계자 A씨는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내고 싶은 출제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제도의 문제인데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관계자 B씨는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 변별력의 양립은 수십년간 나의 가슴을 짓누른 숙제”라며 “후배들이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속이 문드러진다”고 했다. 대학교수 C씨는 “평가원의 수능 출제 참여 요청이 와도 앞으로는 응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 평가원장 D씨는 교육부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공정수능자문위원회에 관해 “출제 작업이 극도의 보안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자문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수능 검토위원 경험이 있는 고교 교사 E씨는 6월 모의평가 결과가 윤 대통령 언급과는 딴판으로 나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킬러 문항으로 국어 비문학 문제를 콕 집어 말했지만 해당 문제의 정답률이 3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킬러 문항의 사교육 유발 폐해를 강조했지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킬러 문항 관련 사교육은 줄지만 수능 전반의 사교육 수요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사교육의 연원은 수능 문항의 난도가 아니라 수능에 걸려 있는 사회의 보상 몫이 너무 크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 합격증은 물론이고 취업과 승진, 결혼 등 남은 생애의 각종 기회가 수능 성적에 좌우되는데 한 문제라도 더 맞히고 더 빨리 풀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한 사교육은 수그러들기 어렵다.

수능 문항이 학교 수업과 괴리돼 있다는 비판도 출제자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수능의 태생적 한계이기 때문이다. 수능은 국어·수학·영어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실기나 논술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학교 교육은 다양하게 이뤄지지만 수능은 수십만명의 수험생이 한날한시에 모여 일제히 똑같은 시험지를 푸는 획일적 방식이다. 교육 주체들과 국가는 수능에 많은 것을 요구한다. 고교 졸업 자격을 평가하고, 동시에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이 되는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에게는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을 위해 비판적 사고와 교과의 융합을 지향하는 문제가 출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킬러 문항이 사교육을 유발하고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능의 변별력 약화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특히나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불쑥 떨어진 윤 대통령의 출제 지침으로 수험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지난 15일 이후 연이어 나온 대통령실과 교육부의 설명 등을 복기하면, 윤 대통령이 과연 자신의 지시와 발언이 불러올 파장을 제대로 가늠했는지 의심스럽다. 교육부의 예시와 설명에도 킬러 문항의 개념과 기준은 여전히 애매하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 입시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사교육업체들은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해 ‘준킬러 문항’ 설명회를 여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정한 입시제도의 핵심은 사전 예측 가능성이다. 아무런 논의도 없이 권력자의 한마디에 입시의 룰이 바뀌었는데 이를 ‘공정 수능’으로 포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중심을 잡아야 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저도 많이 배운다”며 윤 대통령을 치켜세우기 바쁘다. 그리고 이 와중에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체계를 유지하고 학업성취도평가를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사교육 유발 총량으로 보면 자사고는 킬러 문항을 압도한다.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교육업체와 이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세력은 과연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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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 가장 놀란 이들은 5개월 뒤 수능을 보는 수험생과 학부모입니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이 사교육 시장과 이권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당장 누가 수능을 출제할 것이냐는 우려부터 나오니까요.

당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 보면 또 어떨까요?

사실 학교 수업만으로는 풀 수 없는 수능의 킬러 문항이 사교육 성행의 원인이라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2021년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킬러문항 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어요.

이런 와중에 대통령이 나서서 '킬러 문항'을 없애라고 하니, 무척 갑작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좋은 정책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적절한 내용의 정책을, 이렇게 부적절한 방식으로 내놓다니!” 하지만 이범 교육평론가의 평처럼, 내용이 적절하다고 해서 좋은 정책이 되는 건 아닙니다.

윤 대통령이 킬러 문항으로 지목한 비문학 문제나, 교육부가 공개한 26개 킬러 문항을 보면 곧바로 의문이 들어요. 모호하고 자의적인 선정 기준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까지 일관되게 "수능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던 교육부의 달라진 태도에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킬러 문항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검토 없이 갑작스레 시행된 정책이라는 게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실효성에 의문이 듭니다. 칼럼에서 오 논설위원은 "킬러 문항 관련 사교육은 줄지만 수능 전반의 사교육 수요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고 썼죠. 수능이 너무 많은 것을 결정하는 '학벌 사회' 해체를 위한 논의 없이는 사교육에 대한 열기를 잠재울 수 없습니다.

정부 정책은 앞뒤도 맞지 않아요. 지난 점선면 <'명문고' 만들면 '지방'이 살아날까?>에서 다뤘듯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유지하고 지역 '명문고'를 더 많이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초·중등 사교육 과열을 조장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말입니다. 소위 '명문고'가 끌어올린 사교육비는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공정 수능'이란 결코 이룰 수 없는 환상처럼 보입니다. 대학부터 취업, 승진, 결혼까지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한 번의 시험을 완벽히 '공정하게' 만들 수 방법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국민을 공정하게 '줄 세우기' 위해 태어난 수능의 태생적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킬러 대신 준킬러" "어삼쉬사"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빠지면 학원에선 뭘 가르칠까요? 김송이·김세훈 기자가 학원가 입시설명회를 찾았습니다. "대신 준킬러가 늘어날 것" "어려운 3점, 쉬운 4점" 등 학원가에서 분석한 새로운 수능의 출제 경향들이 불안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붙듭니다.

"차라리 용산에서 출제를"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의 뉴스 해설 콘텐츠 '경향시소'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과 함께 이번 입시 혼란을 이야기합니다. 강 의원은 앞서 다뤘듯 '킬러문항 금지법'을 발의했던 주인공인데요, 그는 "교육의 사법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엑스포 개최는 남는 장사인가?

구독자님은 ‘엑스포’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어릴적 대전에서 엑스포가 열린다고 전국이 떠들썩했던 게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납니다. 그에 비하면 2012년에 열린 여수엑스포에 대해서는 별 기억이 없고요.

대전·여수 엑스포보다 훨씬 큰 규모의 세계박람회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해 정부가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세계박람회’ 경쟁 PT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연설을 했고, 연예인과 기업인들도 줄줄이 나가서 “부산은 준비됐다”를 외쳤어요.

경쟁국(도시)은 이탈리아(로마)와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입니다. 우리나라에게 승산이 있는 걸까요? 그보다 먼저, 각국은 왜 엑스포를 열고자하는 걸까요? 다음주 점선면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엑스포에 대한 구독자님의 경험 또는 의견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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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원래는 참사의 책임을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가 아닌 고위 공직자에게 묻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레터를 읽고 생각을 좀 바꾸게 됐어요. 고위 공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참사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또 일어나더라도 고위 공직자들이 먼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려는 '예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년고등어조봉학님)

"사실 저는 10.29 참사에 대해 단순히 한 개인이 이태원에 놀러갔다가 사고가 난 것을 왜 유족들이 저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오늘 점선면을 읽고 그런 제 생각에 대해 반성하게 됐습니다. 또 참사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국가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하고 요구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게끔 해준 점선면에게 감사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이상민 탄핵소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 과정에서 유가족 측의 의사진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고 발언 기회조차 이번에 처음, 그리고 10분 남짓 주어진 점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피해자인 유가족 위주로 진행되어야 할 사안이 이렇게 잔인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워집니다. 관심을 가졌어야 했지만 타 언론에서 잘 다뤄주지 않았던 부분을 보도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안산의 한 시민님)

📝 "점선면 Lite <이태원 참사 유족의 10분>에 대해 독자님들께서 보내주신 의견입니다. 앞으로 더 나은 점선면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