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왜 'Say No'에 열광했을까 안녕하세요. 이번 주 큐레이터 김지혜 기자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올해 온·오프라인의 대형 서점을 자주 방문하셨던 독자님이시라면, 이 책을 아실 것 같습니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제목만큼은 익숙한 독자님도 계실 겁니다. 올 상반기 내내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킨 책 <세이노의 가르침>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책을 직접 읽지는 못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는 것쯤은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세이노’라는 단어가 특이해서 ‘저자가 일본인인가?’ 들여다봤다가 ‘Say No’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열풍을 일으킬 줄은 모르고 그저 ‘재밌는 자기계발서인가 보네’ 정도로만 생각했죠.
<세이노의 가르침>이 궁금해진 건, 순전히 오늘 함께 읽어 볼 기사 때문입니다. 기사는 <세이노의 가르침> 열풍의 원인을 분석하며, 현재 우리 사회가 원하는 ‘지식’이란 무엇인지 질문해요.
“현재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Say No)”는 가르침을 설파하는 1000억원대 자산가 세이노. 그의 책이 이렇게까지 인기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사를 읽고 함께 대화해봐요. 약 3분 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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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세이노의 가르침>은 흔히 '라떼' 혹은 '꼰대'로 불리는 자수성가한 60대 남성 이야기임에도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며 2023년 상반기 출판계를 휩쓸었다. ☑️ 사회학자 양승훈은 '젊을 때는 건강 챙길 필요 없이 밤을 새워서라도 업무 지식을 배워야 한다' 등 세이노의 위악적 글쓰기가 '구체적인 길거리 지식' '개개인의 생존술'을 제공한다고 분석한다. ☑️ '세이노 열풍'의 진짜 가르침은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지식 생산이 무엇인지 고민케하는 질문을 던졌다는 데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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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싫지만 ‘길거리 지식’엔 목말라 2023.08.02. 이영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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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반기 출판계를 휩쓴 책은 단연 <세이노의 가르침>(데이원)이다. 지난 3월2일 출간돼 5개월 만에 24쇄 60만부를 발주했으며, 주요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예스24, 교보문고 등의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도 <세이노의 가르침>이었다. 교보문고의 경우 17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돌베개), 방탄소년단의 <비욘드 더 스토리>(빅히트뮤직)에 3주간 자리를 내준 뒤 다시 1위를 수성했다. 독자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교보문고는 <세이노의 가르침>의 독자층이 30대부터 50대 후반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고 밝혔다. 알라딘 구매자 분포도 역시 20~50대에 걸쳐 있다. “자수성가한 60대 흙수저 출신 남성의 이야기가 대체 왜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불티나게 팔리는가?”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쓴 사회학자 양승훈은 ‘서울 리뷰 오브 북스’ 여름호에 “‘라떼’에 대한 혐오와 ‘길거리 지식’에 대한 갈증 사이, 세이노의 자리”란 글을 싣고 서점가에 부는 ‘세이노 열풍’을 분석했다. 양승훈은 “‘라떼’로 온 지면을 도배하고 있는 책 한 권이 서점을 강타하고 있다”며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가 된 가운데, <세이노의 가르침>에 대한 사회적 반향도, 식자층의 진지한 비평도 찾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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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는 누구인가 현재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Say No)라는 뜻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세이노는 1955년생이다. 친부모의 사망으로 고등학생 시절부터 생활고에 시달렸으나 의류업·정보처리·외환투자·부동산 경매·주식으로 자산을 증식해 순자산 1000억원을 만든 자산가다. 데이원 출판사는 조선일보와 공동으로 세이노의 순자산을 검증했다고 한다. 60대 후반의 나이이니 그의 가르침은 젊은 세대에겐 ‘라떼’다. 심지어 ‘새로운’ 책도 아니다. 세이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언론에 기고해왔으며 독자들이 ‘세이노의 가르침’이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그의 글들을 정리해 제본집을 만들었다. 2019년부터 제본판이 6600원에 판매됐다. 여기에 세이노가 새로운 글을 보태고 손봐서 정식 출간한 것이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데이원 출판사는 “자사에서 출판한 <내가 주식을 사는 이유>의 오정훈 작가와 <부의 수레바퀴>의 작가 ‘낯선 곳에서의 아침’ 모두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배움을 얻었다며 인용했다. 제본서를 구해 읽어본 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데이원은 “애당초 3000부 정도 제작해 오래 걸려도 다 팔게 되기를 바랐을 뿐, 이 정도의 호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저렴한 가격과 매우 솔직한 내용이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이노의 가르침>의 정가는 7200원이며, 전자책은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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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이노를 읽는가 양승훈은 세이노가 경험에서 우러나는 ‘구체적인 길거리 지식’을 제공한다고 분석한다. 세이노의 글은 위악적이고 욕설을 쓰기도 한다. 젊을 때는 건강 같은 건 챙길 필요가 없다면서 “건강하고 비전 없고 무능한 가난뱅이가 되기를 원하느냐”고 질타한다.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기 위해 ‘근무시간 외’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으며, 젊을 때 밤을 새워서라도 업무 지식을 습득하고 ‘노가다 지식’이라도 쌓아야 하는데 건강을 우선시할 새가 어디 있냐는 식이다. 양승훈은 “경매, 사업상 법정 분쟁 실무에 닳고 닳은 ‘빠꾸미’만 아는 길거리 지식으로 체화되고 자산 축적으로 증명된 그의 해석은 각종 전문적 지식이 제공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제공해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세이노는 책에서 공무원 만나는 법, 좋은 변호사 만나는 법 등을 소개한다. 양승훈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주체의 탄생을 짚어내거나, 절망적 현실에 놓인 개인들을 달달 볶아대며 채근하는 태도를 폭력적이라 말해봐야 ‘세이노의 가르침’을 찾는 이들에게 아무런 가르침도, 반대로 위안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가난의 구조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하는 사회과학자”의 이야기는 개인에게 생존술을 알려주지 못한다. 반면 세이노는 “낡고 투박한 잔소리 같아 보이지만 확실한 메시지”로 “선망 직장에 들어간 이들이 아닌 나머지 개개인의 생존술을 길거리 지식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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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구멍, 지식의 구멍 양승훈은 ‘부자가 되기 위한 법’이라는 실용적 관점에서 <세이노의 가르침>에 누락된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종잣돈을 준비하는 노하우는 전달하면서도 종잣돈이 큰 자산을 형성하는 과정엔 별다른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학습 능력 자체가 타고난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뺄 수 없다. “학습 능력은 부모의 학력, 소득, 주변 환경 등 사회적 맥락 때문이 아니더라도, 개별적인 편차가 크고 그 편차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이노가 동의하지 않는 건강 문제도 학습 능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진입 장벽’이 낮은 점을 인기 이유로 꼽는다. 장 대표는 “매우 구체적인 재테크 팁을 알려주기보다는 오랫동안 멘토링을 해온 사람이 건네는 인생 가르침 같은 내용이라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것 같다”며 “세이노의 오래된 팬덤이 작동하는 것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승훈은 “인간이 꼭 부자여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 지식을 습득한다 한들, 대단한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개인 생존술을 넘어 삶의 질의 평균을 높이고 편차를 줄이는 노력을 많은 지식인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지식인을 위한 변명’을 펼친다. ‘세이노 열풍’의 진짜 가르침은 “세이노의 길거리 지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지식 생산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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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고 무료로 공개돼 있는 <세이노의 가르침> 전자책을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이렇게 누구나 쉽게 공짜로 볼 수 있는 책이 여전히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그 정도로 책의 파급력이 크다는 뜻이겠지요. 아직 책을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목차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인기 요인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솔깃했던 소제목들은 이렇습니다.
- 전공은 실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 좋아하는 일이라고 섣불리 하지 마라
-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법
- 목돈 빌려줄 땐 친구라도 냉철하게
저자 세이노는 ‘(나처럼) 흙수저에서 부자 되는 법’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실제 맞닥뜨리는 현실적 어려움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글쓰기를 지속해왔습니다. 삶은 처음 맞는 어려움과 질문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를 함께 고민해줄 ‘멘토’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냉혹한 경쟁 사회는 그런 개인의 사정까지 일일이 봐줄 생각이 없죠. 그 속에서 어렵게 버텨온 사람들에게 <세이노의 가르침>이 무료로 개방된 공공 와이파이처럼 접근성 좋은 공유 멘토의 역할을 해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세이노가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멘토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지점도 적지 않아요. 예컨대 아래 소제목과 관련된 내용들엔 ‘부자 되기’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건강과 자유, 평등 등 다른 가치들은 얼마든지 희생해도 좋다는 세이노의 개인적인 관점이 진하게 묻어나옵니다. -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 주 5일제 근무 좋아하지 마라
- 돈 갖고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 나는 평등주의가 싫다
스스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이기는 법을 알려준다” 소개하는 세이노의 세계에는 ‘부자가 되기 위해 투쟁에서 이기는 길’ 외의 다른 삶의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단순히 ‘멘토의 부재’에 목말라 책을 펼친 이들에게는 원치 않는 삶의 방식을 강요당하는 불쾌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죠. ‘세이노의 길거리 지식’은 ‘부자가 되기 위해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데 집중합니다. 사회학자 양승훈의 표현대로 생각만큼 실용적이진 않지만, 어쨌든 멘토 없이 홀로 삶의 현장에서 분투하던 이들의 ‘가려운 데’를 확실히 긁어줍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의 길거리 지식’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까요? 꼭 부자가 되는 게 꿈은 아니어도, 커리어를 위해 건강까지 해칠 각오가 없어도 삶의 어려움을 믿을 만한 멘토와 나누고 싶은 사람이 분명 적지 않을 거예요. 그 수요를 채워주는 것이 양승훈이 말하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지식”일 테지요. 더 시원하고, 더 구체적이고, 더 현실적인 ’지식‘이 지금보다 더 많이 쏟아져나오길 바라요. 책 속의 문장을 딛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독자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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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들이 '시럽급여' '샤넬'을 위해 고의로 실업을 반복한다는 정부·여당의 비난이 지나간 자리, 정작 실업급여 수급이 늘어난 이유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조해람 기자가 살펴본 관련 통계와 연구자료들은 하나의 답을 가리킵니다. '불안정 노동'의 늪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
올여름, 폭염과 수해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책인 탄소배출 저감 관련 법안 가운데 3분의2는 국회에서 아직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어요. 특히 정부·여당은 수해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언급하면서도 그 근본대책인 탄소저감 노력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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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200만원 ‘동남아 가사도우미’ 써볼까" 한 언론사가 지난 5월 초 정부·서울시의 외국인 가사도우미(가사노동자) 시범사업 추진 계획에 관해 쓴 기사의 제목이에요. 지금보다 인건비를 적게 들여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 계획에 관한 독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지난 7월31일 정부가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계획을 두고 연 공청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어요. 다음주 점선면은 이 논쟁을 다룹니다. 잠깐 5분만 시간 내셔서 아래 버튼을 눌러 독자님 의견을 보내주시면, 8월9일 수요일 레터에 반영해서 찾아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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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적 부실과 부패가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비단 건설 쪽만 이럴지... 곳곳이 사상누각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봄가을님) "건설 부실이 총체적인 문제라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환기되어야 합니다. 특정 부분, 특정 회사, 특정 시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비용으로 귀결됩니다. 그 비싸다는 서울 아파트에서도 비용을 후려치지 않으면 이익을 보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제대된 절차와 시스템을 가지고 만들수록 비용이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전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익명의 독자님) 📝 "점선면Lite < 아파트 철근 빼먹은 까닭>을 읽고 보내주신 독자님들의 의견입니다. 건설 분야의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부실에 대해 이제 온 사회가 관심을 갖고 함께 문제 해결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두 분의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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