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만 보지 말아주세요 독자님은 몰입하고 있는 취미가 있으신가요? 저희 아버지는 최근 ‘물멍(물을 보며 멍때리기)’에 푹 빠지셨답니다. 정성 들여 해수 어항을 가꾸고, 매일 어항 속 물고기 춘배(흰동가리·사진)와 수초들을 바라봅니다. 덕분에 저도 물고기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는데요. 바로 물고기도 피부병에 걸린다는 겁니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어항에 기르려면, 바닷물과 비슷한 온도와 염도로 어항을 유지해야 해요. 바다와 환경이 다르면 물고기들이 피부병에 쉽게 노출되거든요. 저희 집 어항의 춘배도 표피에 흰 점이 생기는 병에 걸려 한동안 약품을 넣은 물에서 '약욕'을 했어요. 바다에 살아야 할 물고기가 어항에 적응하려니 힘들었나 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기사도 물고기 이야기예요. 제가 그동안 춘배의 아픔을 몰랐던 것처럼 그간 동물권 논의에서 소외된 물고기의 고통과 복지에 관해 설명해 드리려고 해요. 강원대 함태성 교수와 박태현 교수의 물고기 복지에 관한 연구를 독자님께 소개합니다. 약 4분 분량의 기사입니다.
오늘 레터는 경향신문의 새 식구인 김경민·박채연·배시은·오동욱·이예슬·정효진·최혜린 수습기자가 작성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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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물고기도 고통을 느끼며 지각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물고기를 동물복지 논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한다. ☑️ 한국 동물보호법은 식용인 어류를 보호 대상에서 배제한다. 물고기들은 대규모 양식과 운송, 도살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고통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 해외에서는 물고기 복지 관련 법을 제정하거나, 헌법에서 자연을 권리주체로 인정하는 등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하는 법을 고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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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에도 복지를 허하라 2023.09.11. 김종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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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동물복지 논의에서 물고기는 빠졌다. 물고기는 “고통이나 괴로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 즉 지각력 또는 쾌고감수능력”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낚시나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퍼덕대는 것도 단순한 반사 반응이라 생각했다. 함태성(강원대 로스쿨 교수)은 “최근에는 물고기도 고통을 느끼고 지각력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나온다”며 동물복지 분야의 주요 사안으로 물고기 복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함태성은 지난달 25일 강원대 환경법센터와 지구와사람·사단법인 선이 주최한 ‘해양동물보호의 법적 쟁점과 과제’ 학술대회 중 ‘물고기복지에 관한 최근 논의 동향과 법적 쟁점’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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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복지는 우선 ‘가두리 양식 형태의 대규모 집약적 물고기 양식 시스템’에 적용해야 한다. 함태성은 양식부터 운송과 도살 과정에서 물고기에 스트레스 같은 고통을 주는 사례를 소개한다. ‘질병 및 기생충 치료를 위한 화학물질이나 살충제 투여’ ‘물고기 사이 공격성을 유발하는 높은 입식 밀도’ ‘많은 수의 물고기 양식 때문에 바닷새, 물개 등 포식자들에게 노출’ ‘운송과정 중 수조의 물고기 밀집도와 물고기 배출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부실 관리’ ‘공기, 얼음, 슬러리(slurry, 현탁액)를 통한 질식사 방식과 의식 소실 없이 소금에 놓아두기’ 등이다. 해외 여러 국제기구와 국가의 구체적인 물고기 복지 관련 법과 규정도 소개했다. EU의 ‘유럽연합 기능에 관한 조약(TFEU)’ 제13조는 “동물은 지각 있는 존재라고 명시하면서 회원국들에게 농업뿐만 아니라 어업에서도 ‘동물복지를 위한 요구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의무’를 부과”한다.
스위스는 동물보호법 시행령 제100조에서 “물고기와 십각류는 조심스럽게 주의해서 잡아야 하고, 식용 목적의 물고기는 잡는 즉시 죽음에 이르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문어 오징어 같은 두족류나 게, 가재 같은 십각류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각력이 있는 동물로 인정한다. 뉴질랜드 동물복지법은 문어, 오징어, 게, 랍스터 등을 보호대상에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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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성은 현행 한국 동물보호법이 어류가 식용 목적일 때 시행령을 통해 보호 범위에서 배제하는 점을 지적한다. “살아있는 해산물을 즐기는 우리의 식문화 등을 감안한 현실 고려적 입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 방식이 오히려 현행 동물보호법의 입법목적과 취지에 반하고, 체계 정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적확한 지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전형적인 인간 중심적 사고가 반영된 규정의 한 예”라고도 했다. 대중의 인식은 법보다 앞서 나간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가 2021년 11월 내놓은 ‘2021 동물복지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어류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은 “어류를 도살할 때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함태성은 사람의 건강, 동물의 건강, 환경을 연결하고 강조하는 개념이자 의제인 ‘One Health, One Welfare(하나의 건강, 하나의 복지)’가 물고기 양식업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순환체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리라 본다고 했다.
박태현(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생태법인의 창설: 법적 쟁점과 과제’에서 “자연의 행위능력(또는 행위주체성)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인정을 바탕으로 자연을 권리를 갖는 주체로, 또는 사람과 같은 법인식을 갖는 것으로 인정하거나 선언”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자연에 법인격을 부여하거나 권리주체를 인정하는 법체계” 마련 사례다. “원주민의 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원주민문화와 생활양식이 살아 있으며 소위 서구법학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남미”에서 자연 안에서 인간을 보고, 자연을 살아 있는 실체 또는 시스템으로 보는 법이 발달했다. 자연을 생명의 원천으로 보지 않고 자원이나 재산 같은 효용성의 대상으로 여기는 시스템을 거부하는 내용의 법이다.
가장 유명한 게 에콰도르가 2008년 근대 국민국가로는 최초로 어머니 지구로 지칭한 자연을 권리주체로 규정한 헌법이다. ‘좋은 삶’을 뜻하는 ‘부엔 비비르(Buen Vivir)’로도 알려졌다. 2010년 볼리비아도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중남미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2022년 스페인은 유럽 국가로는 최초로 법(‘석호 및 그 유역의 법인격에 관한 법률’)을 통해 마르 메노르 석호가 법인격을 지닌 법적 공식 주체로 인정했다. 2023년 파나마는 특정 생물종인 바다거북의 권리주체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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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은 “자연인이 아니면서 권리능력을 갖는 법 실체를 총칭하여 법률에 따른 사람이라는 뜻”의 법인(法人, legal person)을 사단과 재단에 한정한다. 함태성은 “특정 생물종이나 생태계 등 이른바 자연물에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생태법인(eco legal person) 제정 필요성도 검토한다. 함태성은 “특정 자연물에 생태법인으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제안은 인류세 시대에 우리의 인식은 지역공동체 세계공동체에서 지구공동체로 확장되어야 하고, 그 속에서 우리 인간은 지구공동체의 책임 있는 한 성원으로서 다른 다양한 생명존재와 공동존재하고 공동번영해야 한다는 인식과 윤리에 바탕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윤익준(대구대 법학연구소 교수)은 ‘해양동물보호 관련 국내 법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강금실(사단법인 선, 지구와 사람 이사장)이 ‘지구법학과 동물의 권리’를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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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은 ‘물고기’라는 단어에 의문을 가져보신 적 있나요? ‘물고기’라는 단어는 ‘물’이라는 환경에 ‘고기’를 합친 말인데요. 사전을 찾아보면 고기는 ‘식용하는 동물의 살’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어류는 식용이라는 관점이 스며든 단어인 거죠. ‘물고기’라는 단어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이 지난해 경남어류양식협회가 방어 6마리와 참돔 5마리를 길바닥에 패대기쳐 죽인 사건을 두고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식용이라고 생각하는 방어나 참돔에게도 이유 없는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봤어요. 동물해방물결은 이런 관점으로 ‘물고기’를 물에 사는 존재라는 뜻인 ‘물살이’로 부르자고 제안합니다. 어류를 식용의 관점이 아닌, ‘물에 사는 존재' 그대로 부르자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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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업계 집회에 동원된 어류 학대에 항의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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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이’가 조금 어색하게 들리시나요? 사실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어요. 현행 민법상 동물은 물건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인식이 낡았다며 법을 바꾸자는 이야기입니다. 정부는 2021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쓰인 민법 개정안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어류도 엄연히 고통 등 감각을 느끼는 동물인데, 물건이 아닌 권리주체로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미 많은 시민이 물살이(물고기)가 생명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어류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9명은 “어류를 도살할 때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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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같은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어류가 산 채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동물복지 문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었습니다. 법적인 한계도 여전히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에서는 식용 어류가 동물로 분류되지 않아 의도적인 학대조차 금지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고민 없이 사용해 온 단어에 대한 성찰이 변화의 첫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살아있을 때는 ‘물고기’, 죽으면 ‘생선’이 되는 어류에 대한 명칭은 지극히 인간의 관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물에 사는 무수한 생명체를 식용 대상으로 한정 짓지 않는 시도는 ‘물고기’라는 이름을 ‘물살이’라고 바꿔 부르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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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시에서도 동물을 만지고 볼 수 있는 곳이 많아졌죠. 그렇지만 체험의 대상인 동물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한국동물복지연구소는 전시체험형 동물 시설에 있는 동물의 60%는 필요한 식수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
인간과 동물 관계를 다르게 상상해 보려는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문학·사회학·자연과학 학자들이 한데 모여 지배와 ‘착취’가 아닌 ‘공생’의 관점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연구합니다. 김종목 기자가 이들의 연구를 엮은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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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밥상토크용 점선면을 드려요 점선면팀은 매주 수요일 하나의 이슈를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어요. 지난 2월8일부터 9월20일까지 독자님과 함께 우리 사회를 달군 28개 이슈의 요모조모를 살펴보고, 관점을 다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는 9월27일도 수요일 점선면을 보내드리는 날인데요! 다만, 이날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그동안 다룬 이슈를 되짚어 보는 💌스페셜 점선면💌을 보내드려요. 추석 밥상에 오랜만에 둘러앉은 가족과 이야깃거리 삼아, 먼거리 이동하시는 틈틈이, 혹은 집에만 머무르신다면 시간 보낼 겸 열어보실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점선면팀은 9월28일~10월3일 연휴에 더해 10월4일까지 쉬고요, 10월5일 점선면Lite부터 알찬 내용으로 다시 찾아뵐게요! 아래 정리한 일정 참고 부탁드려요. 🗓️ 추석 전후 점선면 발행 일정 ✔️ 9월26일 점선면Lite ✔️ 9월27일 스페셜 점선면 ✔️ 9월28일~10월4일 휴재 ✔️ 10월5일 점선면Lite 발행 재개 ✔️ 10월11일 수요일 점선면 발행 재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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