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래서 재선하겠어요? 이번 주 점선면Lite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입니다. 애매한 지점을 톡 건드린 뉴스를 좋아하는데, 오늘은 좀 무거운 소식을 들고 왔어요. 또 다른 전쟁이 중동에서 일어났습니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공격하면서 양측이 정면충돌했고, 이미 사상자가 5000명에 육박한다고 해요. 하마스는 중동의 다른 이슬람계 무장세력의 봉기를 촉구했고, 이미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참전했습니다. 이틀 동안의 참상을 보며, 끝나지 않는 비극에 시달리는 중동의 평범한 삶들을 다시 생각합니다. 오늘 점선면Lite는 미국의 시각에서 이번 중동 전쟁 위기를 분석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중동 못지않은 화약고인 동북아시아, 그곳에 사는 우리에게 이 전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예전 같지 않은 미국 패권의 빈틈, 복잡계로 나아가는 국제 정세라는 맥락이 깔려있으니까요. 국제적인 관점에 촉을 세울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3분 동안 기사를 함께 읽고, 그 속의 키워드(굵은 글씨에 밑줄)를 잡아 중동 분쟁의 현대사를 간략하게 되짚어 보겠습니다 |
|
|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가 사실상 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스라엘 지지를 재확인했다. ☑️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정부와 이슬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이 전쟁으로 발목잡혔다. ☑️ 미국은 이미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어서, 중동 전쟁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 |
|
|
위기 맞닥뜨린 미국의 중동 전략 2023.10.08. 선명수 기자 |
|
|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불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EPA연합뉴스 |
|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와중에 '중동 화약고'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며 세계 안보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에 '올인'해온 조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전략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란과의 긴장 완화를 모색해온 바이든 정부는 더 큰 수세에 몰리게 됐다.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좌초 위기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발생한 7일(현지시간) 긴급 연설을 통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한다. 미국은 75년 전 이스라엘이 건국한 지 11분 만에 이스라엘을 인정한 첫 번째 국가가 되었던 그 순간과 똑같이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며 변함 없는 지원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둔 그가 국내외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CNN은 이번 이스라엘 전쟁이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씨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가장 불안한 지정학적 위기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당장 바이든 정부가 공을 들여온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 및 이란과의 긴장 완화 노력이 위기에 봉착했다. 바이든 정부는 중동지역 안정을 위해 수니파 종주국이자 지역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시아파 맹주이자 사우디의 ‘앙숙’인 이란에 대응하고,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을 차단한다는 구상이 깔려 있었다. 그간 관계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유대인 정착촌 문제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인정을 둘러싼 입장 차였는데, 이번 사태로 이 문제에 대한 양측의 양보를 받아내려던 미국의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충돌이 중동 전쟁으로 확전된다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움직임은 중단되거나 아예 무산될 수 있다. 미 워싱턴 소재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후세인 이비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하마스가 말 그대로 폭탄을 던진 것"이라며 "하마스의 목표는 이스라엘을 자극해 사우디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우디 관리도 WSJ에 "당분간 모든 것이 얼어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
|
|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급으로 건물이 무너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AP연합뉴스 |
|
|
바이든 맹폭···트럼프 "이스라엘 배신해" 바이든 정부가 이란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기울여온 노력도 역풍을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 당국자는 하마스의 배후에 이란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란이 특정한 공격에 연계돼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장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바이든 정부의 '대이란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이란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5명을 석방해주는 대가로 한국이 이란에 지급해야 하는 원유대금 60억달러(약 8조원)에 대한 동결을 해제했는데, 이란이 이 자금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지원했다는 것이 공화당 인사들의 주장이다.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워털루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그들(이란)이 축적한 엄청난 부의 일부가 이번 공격에 흘러 들어갔다고 해도 놀랍지 않은 일”이라며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팀 스콧 상원의원 등 공화당의 다른 대선 후보들도 같은 이유로 바이든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에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란이 돌려받은) 자금은 아직 단 한 푼도 지출되지 않았으며, 오늘의 끔찍한 공격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지금은 거짓 정보를 퍼뜨릴 때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
|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긴급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
|
우크라 전쟁 피로에···'두 개의 전쟁' 부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전쟁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미국이 중동에 얼만큼의 여력을 투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미국 내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점차 높아지는 실정이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신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가 아직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해 미국대사가 공석인 상태에서 이번 전쟁을 치르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이 추진해온 사법 개편 시도로 바이든 행정부와 네타냐후 정권의 관계가 올해 들어 급속히 냉각된 것도 이번 사태의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번 사태로 연정 내 극우 정치인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이 분쟁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개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팔레스타인 내부의 정치적 분열로 신뢰할 만한 팔레스타인 측 협상 파트너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미국의 개입을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번 사태 발발 후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통화했지만, 그는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서는 통치권이 없는 상태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
|
🌍가자지구 분쟁 구도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지리를 익혀두면 좋습니다. 지중해 동쪽에 이스라엘이 있고, 이스라엘은 원래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리며 유대인을 비롯한 여러 아랍계 민족이 살던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대인 박해가 극심했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이 땅에 유대인 독립국가를 세우는 계획이 탄력을 받았습니다. 기사에 나오듯 미국은 1948년 이 건국을 11분 만에 '승인'했고요. 이후 유대인 이스라엘과 비-유대인 팔레스타인이 투쟁한 결과가 오늘날 가자지구와 서안(요르단강의 서쪽)지구로 쪼개진 형태입니다. 이 두 곳은 비-유대인 밀집지가 되었고, 특히 지중해에 면한 가자지구는 비-유대인의 피난처 역할을 했습니다. 한동안 이집트가 통제하는 지역이었고요.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가자지구를 점령했습니다. |
|
|
🏘️유대인 정착촌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유대인 정착을 목표로 세운 나라예요. 그 근간이 '시오니즘(유대인이 조상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 건설이 목표인 민족주의 운동)'입니다. 시오니즘에 근거를 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도 유대인 정착촌을 지속해서 늘려나갔고, 이는 안 그래도 땅을 빼앗겼다고 인식하는 아랍계 민족의 반발을 키웠습니다. 1994년 미국의 중재 아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인정합니다. 2005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전격적으로 유대인 정착촌을 철거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오니즘은 여전히 막강합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 정착촌 확장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최근엔 이스라엘 정부 장관이 "팔레스타인 마을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극우 이 같은 발언은 이스라엘의 극우화된 토양에서 나옵니다. 이스라엘 정치인 베냐민 네타냐후는 2009~2021년 총리를 역임했는데, 202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합니다. 이 집권을 뒷받침한 세력이 극단적 시오니즘 집단이었습니다. 원래도 강한 우파 성향을 보였지만, 더욱 강한 우파를 결집한 거예요. 국제사회는 이들의 극우 성향이 꽤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착촌 확장 정책을 비판하거나, 아예 외교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견제했어요. 하지만 네타냐후 정부는 미국의 반대도 거슬러 극우 성향을 드러내는 사법제도 개편을 강행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문제적 행보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
|
|
지난 7월15일(현지시간) 사법개편 반대 시위 중인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민들. AFP연합뉴스 |
|
|
✊하마스 극단주의는 다른 극단주의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6년 이스라엘에 무장투쟁으로 맞서자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면서,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서안지구와는 또 다른 노선을 걷습니다. 이스라엘은 2007년 가자지구를 강력하게 봉쇄하는 것으로 대응했습니다. 서안지구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는데, 가자지구 실업률은 무려 40%가 넘습니다. 2005년 영화 <천국을 향하여>가 좌절이 연속인 일상 끝에 자폭테러로 내몰리는 서안지구 청년들을 담담하게 그려 화제가 됐는데,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온 이후 봉쇄된 가자지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고통에 시달리는 셈이에요. 그럼에도 하마스는 알카에다 같은 아랍계 무장집단에 비해서는 훨씬 유화적인 편이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적대적 공생 관계'라고 보는 시각도 많았어요. 서로를 적절한 수준으로 견제하며 자신의 존립 기반을 강화한다는 거죠.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전략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태로운 균형도 결국 이번에 '5차 중동전쟁'을 내다보게 하는 대규모 충돌로 깨지는 듯합니다. 🗽미국의 개입 이번 전쟁은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 또한 보여줍니다. 이스라엘 역사에 미국의 역할과 책임이 크지만, 사법개편 논란에서 보듯 이스라엘 극우세력에는 미국의 말도 잘 통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그 라이벌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발목이 잡혀 있고, 중국은 새로운 국제 블록을 형성하기 위해 중동을 공략 중입니다. 당분간 미국이 골치 아프게 생겼습니다. 아래 [더 보기] 기사를 통해 국제 정세의 맥락을 좀 더 알아보세요. |
|
|
미국의 걱정거리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만이 아닙니다. 요즘 중국의 유례없는 핵무력 증강 속도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20세기 냉전은 미국-소련 양극 체제로 전개됐지만, 21세기 '신냉전'은 삼극 체제로 갈 기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의 시선은 미·중 정상회담 여부에 쏠립니다. |
"대체 미국은 뭐해?" 요즘 국제 정세를 보면 이런 의문이 떠오릅니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트럼프의 국경 봉쇄 정책을 ' 계승'할 정도로 표에 목말랐습니다. 미국이 세계의 '리더' 내지는 '경찰' 역할을 상실한 틈을 타 일어나는 블록(block)화 추세를 설명한 심층 기사입니다. |
|
|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면 질문과 의견을 남겨주세요! |
|
|
📬 "더 보기 기사를 공유하고 싶은데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네요. 원래 이랬던가요? 안 그래도 뉴스는 주변에서 잘 보려고 하지 않는데 공유해서 한 명이라도 더 봤으면 하는 생각인데 로그인해야 볼 수 있다니 좀 아쉽습니다ㅠ 이번 ' 모든 걸 돈으로 사는 강남' 편은 공유하지 못하게 되어서요ㅠㅠ" 📝 "익명의 독자님께서 지난 10월6일 점선면Lite <한강, 돈으로 사겠어>편을 읽고, 아래 더 보기 기사를 공유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겨 주셨어요. 경향신문을 읽는 분이라면 이제 이런 상황을 종종 만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일부 기사를 로그인한 독자님에게만 제공하기로 했거든요. 독자님께 잠깐의 불편함을 끼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로그인해 주시는 분이 늘어나야 더 나은 뉴스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 경향신문은 로그인-월(Log-In Wall)을 도입했습니다. 그간 네이버 등 포털 환경에서는 단편적이거나 정파적인 뉴스가 주로 유통되고, 기자들이 공들인 심층·기획 기사는 외면받기 일쑤였어요. 그런 현실에서도 굳이 경향신문 홈페이지를 찾아와 깊이 있는 기사를 읽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지금 이 뉴스레터 점선면을 구독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로그인-월은 그런 독자님들께 집중하고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더 나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
|
오늘 레터를 공유하고 싶다면 '여기'를 눌러서 해당 사이트의 링크를 복사해 전달해주세요. |
|
|
경향신문 뉴스레터팀 광고, 기타 문의: letter@khan.kr 서울시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l 02-3701-1114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