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뒤에 도어락 뒤에 도어락으로 지키겠어 독자님은 집에 들어갈 때 몇 개의 도어락을 누르시나요? 저는 두 번이요. 1층 공동현관에서 비밀번호를 한 번, 집 현관에서 비밀번호를 한 번 누르면 집에 도착합니다. 전 이번 주 큐레이터인 오경민 기자입니다. 낯선 생각으로 데려다주는 뉴스를 좋아해요.
요즘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서는 집에 들어가기 위해 서너 번씩 도어락을 눌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놀이터나 주차장뿐 아니라, 단지 자체에 입주민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게 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써 논란을 일으킨 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기억하시나요? 점선면Lite < 400억 아파트 광고가 일깨운 것>을 통해 타자와 분리되고 싶어하는, 구중궁궐 아파트 이야기를 전해드린 적이 있어요. 오늘은 이런 거주지 분리의 역사를 다룬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달동네>부터 <스카이 캐슬>까지 드라마를 통해 소득과 거주지 사이 흐름을 읽어낸 뒤, 소득에 따라 모여 살며 벽을 쌓는 문화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진단합니다. 심윤지 기자가 취재했어요. 5분 정도 기사를 읽고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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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엔 중산층이 되기를 꿈꾸는 달동네 주민이 드라마 주인공이었다. 2020년엔 외부인을 배척하는 고급 아파트 입주민이 주인공이다. ☑️ 드라마와 기사를 살펴본 국토연구원 보고서는 소득에 따라 모여 사는 거주지 분리가 심화했다고 지적한다. ☑️ ‘강남 8학군’ 등 상류층 거주지가 형성되면서 두드러진 이 현상은 모두가 누려야 할 도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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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달'에서 '펜트하우스'까지…거주지 분리의 역사 2023.09.29. 심윤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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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달동네>의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옛날TV:KBS archive'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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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한밤까지 근심 잘 날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라네 우리동네 달동네” -드라마 <달동네>의 주제가 일부 1980년부터 1981년까지 방영된 일일드라마 <달동네>는 제목 그대로 도시 고지대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합니다. 아내와 사별하고 세무서 과장으로 정년퇴직한 ‘김과장댁’을 중심으로 방앗간을 운영하는 이무기댁, 이발소집 염병권댁 등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수 있는 여섯가구의 희노애락을 다룹니다. ‘달동네’는 당시에도 최하층 도시노동자들이 모여사는 주거공간이었지만, 드라마는 이곳을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박한 ‘서울살이’ 속에서도 넉넉한 고향 인심이 남아있는 포근한 공간이자, 머지 않아 ‘중산층’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의 터전으로 묘사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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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서울의 달>의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옛드:MBC 레전드 드라마'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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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인간 쓰레기야. 물론 나는 너보다 더한 쓰레기고.... 우린 결국 쓰레기통에서 만난거야... 난 지금 쓰레기통에서 나가고 싶을 뿐이야.” -드라마 <서울의 달> 중 주인공 흥식의 대사 군사독재정권이 막을 내리고 경제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던 90년대에 들어서자, 달동네에 대한 이미지는 달라집니다. 1994년 방영된 드라마 <서울의 달>은 달동네를 ‘탈출’하지 못하는 도시 빈곤층들의 어긋난 욕망을 그립니다. 한탕을 꿈꾸며 달동네 탈출을 바라는 제비족 홍식(한석규), 홍식에게 속아 서울에서 상경한 고향친구 춘섭(최민식), 대학나온 남자와의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하려는 영숙(채시라) 등 … 이들은 도시화의 낙오자이자, 산 아래의 외부세계와 격리된 하층민들로 묘사되죠. 이는 1980년대 중후반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강남개발과 도시재개발, 대규모 주택 공급에서 달동네 거주민들이 소외되고 분리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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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우리 SKY캐슬이 아이들 교육시키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라 그게 제일 마음에 들어요." -드라마 아파트라는 주거양식이 일반화된 2000년대는 어떨까요. 가난한 주인공이 비좁은 옥탑방에 사는 드라마가 종종 등장하긴 했지만, 80~90년대와 같이 빈곤층 밀집지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점차 자취를 감췄습니다. 대신 이곳에 사는 거주민들은 변호사·의사 등 ‘엘리트 계층’으로, 부동산을 통해 부의 축적을 이루고 계층 세습을 위해 자녀 교육에 집착하는 인물들로 그려집니다. 스스로를 선택받은 특권층으로 여기는 주민들은 오윤희의 딸 배로나(펜트하우스), 강예서의 라이벌 김혜나(SKY캐슬)와 같은 ‘외부인’의 존재를 ‘침입’으로 간주하고, 이들에 대한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습니다. 거주지 분리,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 중심으로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소득불평등과 거주지 분리의 특성 및 변화>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이후 방영된 TV 드라마를 통해 ‘소득수준에 따른 거주지 분리’ 현상을 통시적으로 고찰해냅니다. 그리고 거주지 분리의 주체가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으로 바뀌고 있다는 특징을 발견해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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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재개발) 사업 직전의 아현동 달동네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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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가 당시 신문기사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이촌향도(도시유입인구 급증) 흐름 속에 처음 등장한 ‘판자촌’은 1990년대 초반까지도 다수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신도시 중심의 대규모 택지개발과 주택공급이 이루어지면서, 소득수준에 따른 거주지 분화와 이로 인한 갈등도 표면화되기 시작합니다. 택지 개발 과정에서 달동네 일부는 강압적으로 해체됐고, 신도시와 구도시, 민영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차별이 사회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주택 가격 급상승기였던 2000년대 이후로는 이른바 ‘타워팰리스’ ‘강남 8학군’으로 상징되는 배타적인 상류층 거주지가 본격적으로 형성됐고요. 보고서는 이러한 양상을 실증적인 수치로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적인 소득불평등은 다소 완화됐지만 소득수준에 따른 거주지 분리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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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개포동 구룡마을 너머로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보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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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전국 시군구 평균 소득지니계수는 0.514였는데, 2021년에는 약 0.470으로 다소 감소했습니다. 소득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으로, 4년전보다 수치가 감소했다는 것은 소득 불평등이 일부 완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국토연이 개인소득빅데이터(KCB·Korea Credit Bureau)를 활용하여 시군구 단위에서의 거주지 분리 정도를 측정한 결과, 거주지 분리 지수는 2017년 0.013에서 2021년 0.015로 4년 전보다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는 광역시의 거주지 분리지수가 0.019(2021년 기준)로 가장 높았고, 수도권은 0.018, 비수도권은 0.013이었습니다. 소득에 따른 ‘끼리끼리’ 현상이 광역시·수도권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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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2009년 이후 소득불평등 수준이 개선됐는데도 불구하고 소득 수준에 따른 공간 분리 정도는 오히려 높아졌다”며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 거주지의 분리가 이런 변화를 주도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2017년~2021년 사이 신규 주택 공급이 소득 수준에 따른 공간분리를 다소 완화하는 효과를 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게이티드 커뮤니티'의 등장, 어떻게 봐야할까 최근 고소득층 중심으로 나타난 공간적 분리를 정책적으로 막는 것이 가능한지, 규범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계층 혼합은 보이지 않는 차별과 낙인효과 심화, 사회 갈등의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요.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게이티드 커뮤니티’(단지에 보안장치나 물리적 장벽을 설치해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막는 것)의 확산은 “시민 모두가 공통적으로 누려야 하는 도시 경관에 대한 접근을 직간접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합니다. 예를 들어 ‘한강 경관’을 공공재로 인식할 것인가, 사유재로 인식할 것인가에 따라 재건축 층수 규제 이슈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교통이나 교육 등 사회서비스가 구매력이 높은 고소득계층의 거주지 중심으로 집중되면 될수록, 저소득층의 이동비용 부담도 증가할 수 있고요.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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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경관을 공공재로 인식할 것인가, 사유재로 인식할 것인가. 기사 속 질문이 제겐 낯설게 느껴졌어요. ‘한강 뷰는 고소득층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한강은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지 않나. 그렇다면 이것을 볼 권리는 어떻게 나눠 가져야 하는가. '한강 뷰 아파트'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었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아파트 층수를 높여 주변 조망권을 제한하는 한편 담장을 높여 입주민만의 성을 만듭니다. 아파트 안에는 산책로, 노인정, 놀이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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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 보고서는 고소득층 거주공간이 우수한 경관, 최적의 교통 및 교육 서비스를 독점하는 현상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다양한 서비스 시설이 고소득층 거주지를 중심으로 공급되면서, 부자는 이동에 돈을 덜 쓰고 빈자는 돈을 더 쓰는 ‘역설적인 도시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통한 통근이라는 비용을 감당하면서 고소득계층이 이탈하는 형태”로 거주지 분리가 이뤄졌다면, 우리나라 대도시는 “대중교통 여건이 양호한 지역이나 혹은 아예 고소득계층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역으로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비교합니다.
거주 분리 심화가 안 그래도 무너지고 있는 ‘기회의 균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보고서는 거주지 분리가 “낮은 수준의 교육 서비스 제공, 일자리 관련 정보의 제한”을 가져와 결국 “태어나 자라나는 장소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수준이 결정되는 정도의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해요.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면, 이 불평등 심화가 가속할 수 있다고도 진단하지요.
끼리끼리 모여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강제로 제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누려야 하는 도시’가 존재하며 이런 공간에 대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말합니다.
이 도시에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공간은 무엇이 있을까요? 독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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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5일부터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링크한 기사는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공공 서비스는 취약한 강남의 뒷면을 비춥니다. 임대료가 비싸다 보니 공공시설은 밀려났고 살기 힘든 동네가 됐어요. |
쏟아지는 뉴스, 그런데 뭘 봤는지는 모르시겠다고요? 퀴즈를 풀며 뉴스 내공을 차곡차곡 쌓아보면 "오뉴완(오늘 뉴스 완독🙂)"을 외칠 수 있지 않을까요? 경향신문이 만든 새로운 뉴스 경험, '칸업' 서비스로 보다 똑똑해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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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도 플랫폼에 종속될까? 독자님, 혹시 ‘로톡’ 써보신 적 있나요? 로톡은 소비자가 검색을 통해 알맞은 변호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법률서비스 플랫폼입니다. 광고비를 낸 변호사를 검색결과 상단에 띄우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요. “변호사가 배달음식입니까?”
2021년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협회장 선거에서 나온 홍보물 문구인데요. 로톡을 겨냥한 말입니다. 변협은 오랫동안 로톡에 반대해 왔어요. 로톡이 단순한 광고 플랫폼이 아니라 불법인 ‘중개·알선 브로커’에 가깝다고 주장하면서요. 지난해에는 내부 규정을 새로 만들어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대거 징계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난 9월26일 법무부가 로톡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123명을 징계한 변협의 처분을 취소하며 로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8년간 이어진 로톡vs변협 분쟁에 드디어 마침표가 찍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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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마침표 이후예요. 플랫폼이 사업자를 종속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배달의민족과 배달 기사, 카카오택시와 택시 기사의 관계가 로톡과 변호사 사이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에요. 궁금해집니다. 변호사도 플랫폼에 종속될까요? 플랫폼의 이점은 누리고 문제는 최소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런저런 궁금증을 안고 다음 주 점선면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래 버튼을 눌러 독자님의 의견을 남겨주시면, 점선면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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