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오늘은 정치 이야기 좀 해볼까요? 저는 이번 주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이고요, 애매한 지점을 톡 건드린 뉴스를 좋아합니다. 오늘 소개할 기사는 김민하 정치평론가가 '자유'라는 키워드로 '미국보다 (훨씬) 더한' 한국의 정치 현실을 지적한 칼럼이에요. 어제(10월11일) 보궐선거가 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한바탕 선거를 치른 후 여당이 기껏 꺼내놓는다는 게 '반성'이 아니라 '반격'일까봐 솔직히 두렵습니다. 최근 '가짜뉴스' 운운하며 언론 탓을 자주 했으니까요.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조준한 것도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이벤트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정치가 1년 내내 이런 식의 승부로만 가득하다는 거죠. 김민하 평론가의 칼럼은 이 점을 꼬집습니다. 정치 현실을 냉소하는 칼럼을 2분 동안 읽고, [대화하기]에서 이두리 기자의 기사까지 만나보세요. 우리는 다시 정치를 뜨겁게 대할 수 있을까요? |
|
|
☑️ 미국 공화당 강경파 '프리덤(자유) 코커스'는 하원의장을 '배신자'로 찍어 해임을 주도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인다. ☑️ '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나의 자유'에만 관심있는 프리덤 코커스는 미국 의회에서 소수인데, 한국 정치에선 이런 부류가 다수다. ☑️ 설득은 고사하고 '우리 편'을 최대한 많이 동원해 상대를 누르는 게 표준이 된 세계에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정치는 왜 하는가? |
|
|
칼싸움만 할 거면 정치는 왜 하나 2023.10.09. 김민하 정치평론가 |
|
|
케빈 매카시 미국 연방의회 전 하원의장. 연합뉴스 |
|
|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가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에서 하원의장이 해임되었다는 데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국 언론은 '개딸(개혁의 딸)'과 '태극기'에 견주고 있는데, 우리는 일부가 아닌 정치 전반의 문제란 점을 짚어야 한다. 매끄럽게 되지는 않았지만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프리덤 코커스'라는 공화당 강경파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임시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고,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지시도 했다. 그런데도 강경파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선 따로 합의한 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 한마디를 했다는 이유로 매카시 전 의장을 배신자로 몰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궁금한 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게 그렇게까지 싫은 이유가 뭐냐는 거다. 국민적 피로감을 대변하는 거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자기들 이름에 '프리덤'까지 붙여 놓을 정도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프리덤'을 위해 오히려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은 독재자 푸틴에게만 좋은 일을 하는 셈이다. 의문은 이들이 이전의 '티파티'와 정치적 맥락을 같이한다는 걸 알면 해소된다. 이들의 '자유'는 세금과 정부로부터의 자유, 즉 '나'의 자유이다. 남의 자유는 안중에 없다. 이들은 민주당 정권을 '사회주의'라고 규탄하면서 푸틴·시진핑·김정은 등의 독재자들과 묘한 친분을 과시하는 트럼프와 정치적 동맹 관계인데, 당연한 귀결이다. 다른 나라 사정이야 어찌됐든 미국 정부가 돈을 걷지도 쓰지도 않으면 목표 달성인데, 정확히 트럼프식 정치가 그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유'는 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이익! 실제 강경파들은 단기적으로 궐기(?)에 나선 덕을 꽤 볼 것이다. |
|
|
지난 9월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구속영장 기각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연합뉴스 |
|
|
'자유'라고 하면, 우리 정치도 꽤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공정과 상식에 좀 묻히긴 했지만 지난 대선은 마치 자유의 향연이었다.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가짜뉴스'가 만능열쇠가 된 현실이 그렇다. 무슨 의혹을 제기하면 답은 안 하고 무조건 '가짜뉴스'라며 언론을 혼내려 하고 정권만 잡으면 포털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언론 자유 보장에 힘쓰는 게 자유민주주의적 통치자 혹은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보여야 할 모습일 텐데, 관심이 없다. 체면을 구기고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버티고 우기는 게 먼저다. 최근의 인사청문회를 떠올려보라. 면전에 영상을 틀어줘도 왜곡이라 하고 '가짜뉴스'만 얘기하다 줄행랑을 친다. 왜 이럴까? 정치가 게임이라면 이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신사적으로 도리를 다 하면 지지하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지지하겠는가? 그 사람들은 어차피 뭘 해도 반대한다. 무리이더라도, 말이 되든 안 되든 우리 편에 방어 논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이다. 협치? 어차피 뒤로 협잡질 할 것을 국민들도 다 아는데 뭐 하러 하는가? 그냥 밀어붙이는 게 답이다. 설득보다 권한행사이고, 토론보다 표 대결이며, 협상보다 고소고발이다. 정치는 아름다움을 겨루는 경연이 아니라 힘의 대결이다. 그러니 우리 편을 최대한 많이 동원해 힘으로 싸워 이기는 것이 왕도이다. 이러한 정치관이 표준이 된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오직 어떤 진검승부만이 본질이라고 믿는다는 점에서, 나는 이런 정치관을 '진검승부주의'라고 부르기로 했다. 검술가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정치는 왜 하느냐는 것이다. 오직 권력을 쥐기 위해서라면 진검승부만으로 족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를 위한 정의를 찾고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해야 할 때도 있고 뜻을 바꾸도록 설득해야 할 때도 있다. 칼싸움만으로 될까? 한 번 생각해 보시라. 그래도 미국은 435명 중 8명만 문제라는 것 아닌가.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
|
그래도 정치의 효용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두리 기자가 쓴 기사 <국회가 '민의의 전당'인 이유>를 보면, 타투 노동자들은 내년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타투 합법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꾸준히 국회를 찾고 있어요. 아직 불투명하지만, 조금씩 진전 중입니다. 이두리 기자는 추석 연휴 전 1주일 동안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이크를 잡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학생들,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는 노동자들…. 사실 유력한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는 이런 자리에서는 기자들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기자회견은 취재하는 기자가 단 한 명뿐이었다고 해요. 국회에서는 모두 이슈가 '빨리빨리' 지나갑니다. 양평고속도로에 편 여야의 전선이 며칠 후엔 전세사기로 옮겨가고, 어느 날 보면 이번엔 또 김행이라는 장관 후보자 앞에 가있죠. 반면 어떤 사람들은 겨우 5분쯤 허락되는 기자회견장에 와서 몇 달째, 몇 년째 묵은 이슈로 절박한 목소리를 냅니다. 기업이 파업 노동자를 옥죄려고 무분별하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일을 막자는 취지를 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처음 공론화됐습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47억원 손해배상 '폭탄'을 안은 뒤 9년 동안 국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번 국회에서 처음으로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의결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두리 기자는 위 기사를 통해 "국회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장면도 빠르게 바뀌는데, 어떤 당사자들의 시간은 그냥 멈춰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해요. 이제 진검승부 중의 진검승부라고 할 선거는 끝났고, 여의도에선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회가 12월9일까지 열립니다. 정기회가 끝나면, 내년 4월 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앞두고 다시 진을 치고 칼을 가는 풍경을 볼 수 있겠죠. 그때 가서 또 양극단으로 치닫는 정치를 지독하게 냉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약 두 달 남짓 남은 시간에는 누군가의 멈춘 시계를 다시 풀어주는 정치에 뜨거운 박수 한번 보내는 일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
|
하마스와 이스라엘 무력 충돌에서 분단 국가인 한반도의 오늘날을 떠올린 논설 한 편을 전합니다. 중동의 화약고가 팔레스타인이라면, 한반도는 명실공히 동북아의 화약고라고 할 수 있겠죠. 이번 충돌 구도에서 생각해 볼만한 지점이 있습니다. |
중동에 인접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또 다른 비극이 진행 중입니다. 지난 7일 규모 6.3 강진 발생 이후 사망자가 2500명에 이르는데, 탈레반 정부에 대한 거부감에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영향까지 겹쳐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
|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면 질문과 의견을 남겨주세요! |
|
|
📬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슬펐습니다. 세계적으로 평화적 협상은 줄어들고 무력 충돌이 늘어가는 추세를 보니 걱정되네요." 📬 "중동'아시아'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으로 보입니다." 📝 "지난 10월10일 점선면Lite <중동에서 커지는 미국의 한숨>편에 독자님들이 보내주신 의견이에요. '중동아시아'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고, '중동' 혹은 '서(남)아시아'라는 표현이 쓰입니다. 덧붙이면, 중동은 유럽 등 서구가 아시아를 거리에 따라 근동, 중동, 극동으로 분류하면서 나온 말입니다.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
|
|
오늘 레터를 공유하고 싶다면 '여기'를 눌러서 해당 사이트의 링크를 복사해 전달해주세요. |
|
|
경향신문 뉴스레터팀 광고, 기타 문의: letter@khan.kr 서울시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l 02-3701-1114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