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가치는 '경험'이다
영상의 시대에도 책의 가치를 역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시청도 독서'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경향신문이 인터뷰한 북튜버들은 '유튜브가 책을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북튜버 공백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제가 가장 핵심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책을 읽는 삶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이라며 "유튜브 콘텐츠와 독서는 분명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지금처럼 '쇼츠'나 '릴스' 같은 쇼트폼들이 대세인 경우 책의 내용을 영상으로 온전히 전달받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독서 인구가 줄어들면서 여러 방면에서 다채로움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워요. 독서는 살면서 결코 닿지 못하는 영역을 헤아리게 해줘요. 타인의 사연과 이야기,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독서 덕분에 스스로 품이 조금 넓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북튜버 김겨울은 "콘텐츠를 제작할 때 직접 책을 읽는 경험으로 연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텍스트에 능동적으로 뛰어들어 타인이 돼 보는 경험이에요. 책은 독자에게 능동성을 요구하지만, 유튜브는 독자를 수동적으로 만들죠. 단순한 정보를 찾는 데는 유튜브가 도움이 되겠지만 완벽하게 책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독서 인구 감소에 따른 문해력과 사고력의 저하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돼왔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2020년 성인 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성인 중에서 중학교 이하 수준의 국어 학습이 필요한 성인은 20.2%(약 890만명)에 달했다. 교육부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면 국어 기초학력에 미달한 고등학교 2학년 비율은 2019년 4.0%, 2020년 6.8%, 2021년 7.1%로 증가했다.
최근 '사흘'을 '4일'로 오해한 누리꾼,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한 대학생의 사례가 언론에 기사화될 만큼 논란이었다. 일각에선 'MZ세대가 책을 읽지 않는다'며 한탄하지만 사실 문해력과 독서율 위기는 '윗세대'가 더 심각하다.
2020년 '성인 문해능력조사' 결과를 보면 중학교 이하 수준 비율이 20대(18세 이상)와 30대는 모두 4.7%였다. 이 비율은 40대 8.5%, 50대 16.2%, 60대 35.6%, 70대 58.9%, 80세 이상 77.1%로 급격하게 올랐다.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독서 인구 비율은 20대 60.3%, 30대 56.3%, 40대 44.4%, 50대 33.9%, 60대 이상 22.7%로 나이가 들수록 줄었다.
민음사 대표 출신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책을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소통 수단이라고 보면 '유튜브 시청도 독서의 일종'이라는 말은 진실에 가깝다"면서도 "지혜와 통찰을 경험하는 독서의 본질적 차원에선 유튜브 시청이 완전한 의미에서의 독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서의 본질은 공부가 아니라 체험입니다. 책은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지혜와 통찰의 매체예요. 어떤 지혜와 통찰은 충분한 시간과 길이 없이는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요약된 영상으로는 독서의 깊은 체험이 불가능합니다.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지 않고 정보만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잖아요."
장 대표는 "긴 글을 읽으며 읽기의 근육을 단련하는 일상적인 훈련이 약해지면 심층적인 문해력까지 약해진다"며 "민주주의도 문해력이 약해지면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글과 말을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시민을 전제하죠. 중세에는 귀족만이 그런 능력을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문해력이 양극화되면 중세 시대로 돌아가는 위기가 올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