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이 뭐가 문제냐는 분들께 안녕하세요, 독자님. 이번 주 큐레이터 김지혜 기자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경향신문은 현재 검찰과 법원을 취재하며 기사를 쓰는 법조팀 기자 전원이 여성입니다. 굉장히 드문 경우인데, '법조 기자'는 오랫동안 남성의 몫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검찰·법원이 대표적인 '남초' 집단이기 때문이죠. 사회의 온갖 논쟁과 갈등이 '최종 판단'을 받는 곳, 대법원 역시 그렇습니다. 1948년 제헌 이후 현재까지 임명된 여성 대법관은 156명 중 8명에 그쳤어요. 지금도 13명의 대법관 중 단 3명만 여성입니다. 그중 한 명인 민유숙 대법관의 임기는 석달도 채 남지 않았고요. 만약 후임 대법관으로 남성이 임명된다면, 대법원의 성비불균형은 더욱 심각해지겠죠. 그런데 법관이 재판만 잘하면 되지 성별이 무슨 상관일까요? 경향신문 법조팀이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 기획 시리즈 ' 이토록 XY한 대법원'을 준비했어요. 오경미 대법관의 경험과 통찰을 담은 기사 먼저 소개할게요. 읽는 데 4분이면 충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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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대법관 3명 중 1명인 오경미 대법관은 여성 대법관, 나아가 대법관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대법원에는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사건들이 올라오므로,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들이 역동적 논쟁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 여성 대법관들은 여성으로서의 삶과 경험, 시각에 입각해 법원의 판결을 살피고 이의를 제기하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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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법관이 말하는 여성 대법관 2023.10.17. 이혜리·김희진·김혜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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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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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미 대법관(55세)은 지난 8월20일 법원 내부에서 '특별한 강연'을 했다. 법원 내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가 주최한 법관 연수 강연이다. 오 대법관은 현재 3명인 여성 대법관 중 1명이다. 대법관 13명 중 권영준 대법관(53세) 다음으로 젊고, 사법연수원 기수(25기)는 권 대법관과 함께 가장 낮다. 2021년 9월 취임해 대법관 3년차인 오 대법관이 본 대법원은 어땠을까. 강연에서 그는 여성 대법관, 나아가 대법관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대법관은 대법원을 '용광로'라고 표현했다.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은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여기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판결 내용이 달라진다. 대법관 13명이 모두 같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다퉈볼 필요도 없다. 반면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대법관들이 서로의 생각을 두고 논쟁하고 시대의 흐름을 판결로 녹여낼 때 대법원은 용광로와 같아진다는 것이다. 오 대법관의 말이다. "정의는 획일적으로 규정될 수 없는 것이잖아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 다르기 때문에 굉장히 역동적인 개념이죠. 그 역동성을 구현하는 것이 결국 다양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치의 다양화를 통해서 그 안에서 치고받고 싸워서 결론을 내면 그게 어느 한 시점의 결론이 되겠죠. 하지만 그게 또 영원한 것은 아니죠. 계속 바뀌어가는 것일 수 있고, 그렇게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수평적으로나 수직적으로 어떤 가치의 역동성을 구현하려고 다양성이 이야기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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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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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법관은 여성의 삶과 경험은 법관으로서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주로 여성이 피해자인 성범죄 같은 젠더 사건에서 더욱 그렇다. 대법원에 여성 대법관이 없다면 여성적 가치의 다양화와 그에 기반한 최소한의 토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재판을 하면 할수록, 특히 성폭력 사건 같은 재판을 하면 평소 무척 존경하는 재판부 동료가 뜻밖의 입장을 보여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화들짝 놀라면서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닐 때는 '그래, 역시 경험의 차이가 이런 것을 가져오는구나'라고 하는 거죠. 30년, 40년, 50년 동안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각각의 개별적 경험을 통해서 느끼는 공포와 분노가 있거든요. (그런 경험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반영해야 될지, 그들의 권익을 법률의 해석에서 어떻게, 왜 실현해야 할지, 그런 절실함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법리가 절대적으로 더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여성적 가치에 대한 절실함이 있는지가 (남성과 여성이) 다른 것이죠."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이 지난 7월 퇴임하면서 낸 퇴임사는 대법원 안의 다양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조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대법원이 내리는 판결은 실정법률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행동 규범과 지침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박 대법관은 "대법원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이 올라온다. 그러기에 다양한 성장환경과 경험,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들이 서로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사람과 삶을 향한 깊은 애정과 통찰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 사건에 맞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남성인 조 대법관은 법적 안정성을, 여성인 박 대법관은 대법관 다양화를 마지막 메시지로 남긴 것이다. "여성의 경험, 법관으로서의 판단에 영향" 대법원 소부에 여성 최소 1명은 확보돼야 오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여성 대법관들이 여성적 시각에 입각한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2016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의 여성 살해 사건, 2018년 미투(#MeToo·나는 고발한다) 운동,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젠더가 주요 사회이슈로 떠오를 때 법원이 제대로 판결하고 있는지 곱씹고 잘못된 판례에 이의제기한 게 주로 여성 대법관들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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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오경미 대법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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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법관은 "설령 (성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무죄가 맞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그게 정말 맞는지, 요즘 하급심에는 어떤 경향이 있는지 한 번쯤 스크린하는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소부에 1명씩 있어야 된다"며 "소부에 여성 대법관이 1명씩 생긴 이후 그런 스크린 역할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여성 대법관이 3명이라 소부 3개에 1명씩 배치돼있다. 하지만 오는 12월 퇴임하는 민유숙 대법관 후임으로 여성이 임명되지 않으면 여성이 1명도 없는 소부가 생기게 된다. 여성 대법관들의 시선은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반영된다.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는 기존 판례를 40년 만에 폐기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대표적인 예다. 남성 대법관 5명은 강제추행죄 성립요건 완화에 동의하면서도 보충의견을 통해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여성인 오 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 남성인 김선수 대법관은 "(판례 변경은) 처벌범위를 부당하게 넓히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 주심이자 여성인 노정희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성범죄를 규율하는 세계 주요 국가의 법률과 판례가 피해자의 저항을 요구하던 데서 '동의 부재'를 기준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명수 대법원의 마지막 전원합의체 판결이었다. 오 대법관은 말했다. "대법관들이 취임할 때 진보건 보수건 20~30년간 소수자와 약자 보호를 말하지 않는 분이 없어요. '진정한 소수자와 약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됩니다. 피해자가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의 소수자·약자이고, 소수자·약자는 구조적으로 피해자의 위치에 처한 경우가 많죠. 그런 점에서 피해자론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론이기도 해요. 바꾸지 않고 그냥 끝낼 수도 있지만 (여성 대법관은) 여성적 가치에 대한 절실함의 태도가 다른 것이고요. 기존 법리 안에서 또는 판례의 변경을 통해서 그것을 관철시키려는 의지가 결국 대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인 것 같아요. 대법원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도 우리 사회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가치가 존재하고, 그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급적 유사하게 대법관 배치에 반영하려는 목적 아닐까요?"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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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으로서 법원에 바라는 건 하나뿐입니다. 재판을 잘했으면 좋겠어요. 재판을 '잘한다'는 건 뭘까요? 오 대법관은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고루 고려해, 시대에 맞는 정의를 짚어내는 것이 대법원의 역할이라고 말씀했죠.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법관들이 논쟁을 통해 이 역할을 수행한다면서요. 법원이 재판을 잘하려면, 법관의 다양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거예요. 더 많은 여성 대법관, 나아가 다양한 정체성·계급·경험을 지닌 법관들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법원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았던 여성 대법관의 자리가 도리어 줄고 있어요. 방향키를 돌린 건 대통령입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새 대법관 후보로 거론된 여성 판사 2명을 콕 집어 '임명 보류'를 시사했던 일, 기억하실 거예요. 지난 점선면 < 어떤 대법관이 필요한가>에서 상세히 다루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4명이었던 여성 대법관이 3명으로 줄었습니다. 여기에 민유숙 대법관의 퇴임까지 다가오니, 종전의 '퇴보'가 반복될까 염려하는 판사들이 적지 않다고 해요. 사실은 퇴보를 걱정할 때가 아닌데 말입니다. 지금도 법원은 'XY' 일색입니다. 법조팀의 취재 결과 전국 고등법원 118개 재판부 중 절반은 여성 법관이 1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어요.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사법 정책을 움직이는 주요 보직에서도 남성 비율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여성' 법조팀의 문제의식과 집요한 취재가 건져낸 팩트들이죠. 다른 언론사 법조팀에도 여성 기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하니, 이처럼 새로운 '법조 기사'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 같습니다. 구성원의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대법원에서도 머지않아 볼 수 있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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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추행죄 판단 기준을 바꾸는 판결을 내렸어요.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했는지' 대신 '가해자가 폭행과 협박을 했는지'를 살펴 유무죄를 정하기로 했죠. 대법관들은 치열한 논박 끝에 결정을 내렸는데, 그 과정을 상세히 담은 기사예요. 여성 대법관들의 관점과 판단이 어땠는지 직접 확인해보세요. |
쏟아져 나온 전쟁 기사들,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혼란스럽다면 권해드려요. 10월7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열흘간의 시간을 정리한 기사입니다. 양측의 사망자는 4000명을 넘어선 지 오래고, 가자지구는 이제 '감옥' 아닌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그간의 현장 소식과 깊이 있는 분석을 망라해 전쟁의 참상과 전망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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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동계 올림픽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은 취미 차원에서 참가한 걸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엔 양궁의 주재훈 선수가 그랬었죠. 이제는 생활 체육으로 스포츠 분야가 확장 되기 시작하면 병역 문제에 대한 해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 "여성 선수들도 똑같이 메달을 땄지만 특례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제 주변에서도 여성 선수들은 뭘 받는지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형평성과 공평함을 얘기한다면 여성 선수들의 특례도 같이 얘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익명의 독자님)
📝 "10월18일 점선면 < 금메달 따면 군대 안 가도 될까?>에 보내주신 의견이에요. 이번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단체전 등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주재훈 선수는 비선수 출신이라고 해요.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일하는 청원경찰이고, 동호회에서 양궁을 하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통과했다고 합니다 😮 독자님 말씀대로 이렇게 엘리트 체육 교육을 받지 않은 선수가 많아지는 것도 체육요원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실제로 다른 국가에서는 전업선수가 아닌 실업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합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은 남녀구분 없이 순위에 따라 포상금과 연금 혜택을 받아요. 남성 선수들은 추가로 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얻고요. 병역 의무가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만큼 여성 선수에게 굳이 추가 혜택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그렇게 생각할 일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KBO는 병역 특례를 받지 않은 남성 선수에게 ‘아시안게임 참가 시 10일, 우승 시 15일의 자유계약선수(FA) 등록 일수 포인트’를 준다고 해요. 꼭 정부에서가 아니더라도 협회 차원에서 다양한 포상을 마련한다면 선수들에게 더 큰 의욕을 북돋을 수 있겠습니다.”
📬 "조병영 교수님의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의 마지막 문단 공유해봐요. 「글을 읽고 쓰는 것,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읽기와 쓰기는 우리의 사회를 바꾸는 영원히 녹슬지 않는 도구입니다. 회의감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오늘 텍스트를 읽는 방식이, 텍스트를 쓰는 방식이, 의미를 디자인하는 방식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밀려 와도 좌절하지 마십시오. 질문과 회의는 우리를 각성하게 하는 기제입니다. 변화는 바로 이 순간에 시작됩니다. 그때부터 여러분의 읽기와 쓰기는 세상을 바꾸는 리터러시가 됩니다.」 같이 함께 읽기를 추천해요." (익명의 독자님) 📬 "실제로 기사의 내용처럼 텍스트에 기반한 지식이나 경험 전달이 이전보다 약해지고 있음을 주변에서도, 그리고 내면을 바라볼 때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부적인 묘사를 한 장의 사진으로 압축하고, 더 나아가 음성과 각종 효과를 통해 강약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장식하는 기교는 각 작가의 문체처럼 영상 미디어에서도 여실히 발현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멀티미디어 사회에서 더 많은 정보를 선별하고 이해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다양한 감각기관을 활용하는 일종의 전략일지도 모르겠네요." (고구마님) 📝 "지난 10월13일 점선면Lite <오늘 잠깐 짬이 난다면>을 읽고 의견을 보낸 독자님이 몇 분 더 계셨어요. 이렇게 여러 독자님의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다 보니 짧은 한 편의 기사와 레터로 시작된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아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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