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 보셨나요? 안녕하세요, 독자님. 이번 주 큐레이터 김지혜 기자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돌고래들은 종말 직전의 지구를 떠나며 인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구가 곧 파괴된다는 최후의 경고 메시지였지만, 이를 알아듣지 못한 인간들은 그대로 절멸을 맞이하죠. 돌고래의 경고는 뒤로 두 번 공중제비를 돌아 고리를 통과하며 휘파람을 부는 "놀라울 만큼 정교한 묘기"로 오인됐을 뿐입니다. 웃기고도 슬픈 불통이죠. 현실이라고 다르진 않습니다. 몸짓으로 말하는 소설 속 돌고래와 달리 실제 고래는 소리로 소통합니다. 고래는 종별, 개체별로 고유의 발성법을 갖고 있어요. 정교한 발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펼치죠. 그런데도 인간은 여전히 고래의 말을 몰라요. 고래들이 아무리 지구 멸망을 경고한대도, 그걸 알아들을 수 있는 인간은 아직 없을 겁니다. 오늘은 고래의 언어에 관한 기사를 준비했어요. 오늘도 최선을 다해 고래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고래와 대화할 수 있다면 우주 너머의 다른 행성, 다른 존재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건지기 위해서예요. 2분 분량의 기사를 읽고 더 얘기해봐요. 💠 뉴스레터 점선면은 다음 주부터 약 한 달간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며 휴재합니다. 내년 2월 초, 더 새롭고 알찬 점선면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독자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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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외계지적생명체 탐색계획(SETI)'을 비롯한 공동 연구진이 혹등고래의 언어를 연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 혹등고래는 언어를 통해 복잡한 사회시스템을 유지할 만큼 지능이 뛰어나, 언젠가 접촉할지 모를 외계생명체로 가정해 인간과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 연구진은 고래 언어 연구를 통해 향후 인간 아닌 다른 종, 다른 행성의 존재와도 소통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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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와의 소통, 시작은 고래 2023.12.17. 이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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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는 거대 괴비행체가 지구 곳곳에 동시에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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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개봉한 미국 공상과학(SF) 영화 <컨택트>에서는 미래 어느 날, 외계생명체들이 우주선에 나눠 타고 지구 곳곳에 도착한 상황이 묘사된다. 그런데 외계생명체들은 장기간 우주선에 머무르기만 할 뿐 인류를 향해 적의도, 호의도 표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의 의뢰를 받은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아담스 분)가 외계생명체와 소통하려 나선다. 언어학자인 뱅크스 박사는 영어를 외계생명체에게 알려주고, 자신도 외계생명체의 언어를 배우려고 애쓴다. 통역사가 되려 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외계생명체는 뱅크스 박사에게 지구 방문 목적을 말한다. '무기를 주다'라는 한마디였다. 인류는 패닉에 빠진다. 이 메시지를 지구 침공 의지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해였다. 외계생명체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갖게 한 자신들의 언어 체계를 '무기'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즉, 인간도 자신들의 언어를 배워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지기를 원한다는 '호의'를 보인 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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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가 물 밖으로 몸을 내밀어 점프하듯 뛰어오르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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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진짜 일어날지 모르는 이런 일에 대비하기 위해 현실 속 과학계가 나섰다.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 등은 16일(현지시간) '외계지적생명체 탐색계획(SETI)' 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알래스카 고래재단 소속 과학자들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이 '혹등고래' 언어를 연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외계생명체와 소통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연구진이 혹등고래에 주목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연구진은 SETI 공식 자료를 통해 "혹등고래는 복잡한 사회시스템을 유지한다"며 "물속에서 그물 기능을 하는 거품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가 하면 노래를 하고 개체 간에 대화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능이 뛰어난 혹등고래를 언젠가 접촉할지 모를 외계생명체로 가정해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지 알아보려 한 것이다. 연구진은 알래스카 인근 바다에서 사전에 녹음한 다른 혹등고래 음성을 20여분간 바닷속에 수중 스피커로 방출하는 실험을 했다. 음성이 물속으로 나가자 스피커 주변 100m 이내로 연구진이 '트웨인'으로 이름 붙인 38살의 암컷 성체 혹등고래가 접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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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에서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에이미 아담스)가 알아낸 외계인의 언어.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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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실험 결과, 트웨인이 스피커에서 방출된 음성을 듣고 '대화'를 했다고 결론 냈다. 트웨인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주고 받듯이 소리 내는 모습이 포착돼서다. 사람이 자동응답기(ARS)에서 나오는 물음을 듣고 답하듯 트웨인도 그렇게 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혹등고래와 인간이 소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실험에 등장한 '트웨인'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심지어 연구진은 자신들이 트웨인에게 수중 스피커로 들려준 혹등고래의 음성이 무슨 내용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방출한 음성에 혹등고래가 반응한 상황만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은 화성을 연구하기 위해 환경이 유사한 남극 대륙을 사전 탐사하는 일과 유사하다"며 "향후 외계 신호에 적용할 수 있는 '언어 필터'를 개발하는 데 활용될 연구"라고 설명했다. 행성 간 서로 다른 언어를 통역할 기술을 고안하겠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인간이 아닌 종과 연계된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수학적인 이론을 동원한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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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다큐멘터리 감독 톰 머스틸은 카약 투어 중 무게 30t의 혹등고래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난 뒤 책 <고래와 대화하는 방법>을 쓰게 됐다고 합니다. 고래는 별안간 바다 위로 솟아올라 공중제비를 돈 후, 카약이 뜬 수면 위로 곧장 떨어졌지만 그 누구의 목숨도 앗아가지 않았어요. 누군가 말합니다. "고래가 사람을 치지 않으려 마지막 순간에 몸을 틀어 다른 방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요. 머스틸은 그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고래에게 직접 묻고 싶었죠. 나를 정말 '배려'한 거냐고. 물어도 답을 들을 수 없는 존재에게 인간은 끊임없이 말을 걸고 싶어 합니다. 아기나 고래는 물론이고, 그 존재 여부조차 분명하게 확인된 적 없는 외계의 생명체에게도 그렇죠. 지구에서 약 203억㎞ 떨어진 우주로 나아간 보이저 2호에는 지름 30㎝의 레코드판이 실려 있습니다. 음악 27곡, 사진 115장, 55개국의 인사말 등이 실린 이 ' 골든 레코드'는 인간이 외계 생명체에 건넬 첫 마디로 준비된 것입니다. 영국 노팅엄대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 행성 간 통신이 가능한 기술을 가진 문명이 최소 36개라고 하니, 골든 레코드가 쓸모를 입증할 날이 언젠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관건은 시간이에요. 소통이 가능한 외계문명까지 통신이 닿으려면, 빛의 속도로도 1만7000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와요.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릴 만큼 문명의 수명이 길어야만, 서로 간의 통신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지금처럼 우주에 '적막'이 깊게 흐르는 건 인간에게 좋은 징조가 아닌 것이다. 지구를 포함해 우주에 생기는 기술 문명의 일반적인 수명이 짧다는 얘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대처 등 지금 우리가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크리스토퍼 콘슬라이스 노팅엄대 교수의 말이에요. 서로 소통할 새도 없이 빠르게 융성하고 허물어지는, 기술 문명의 한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고래의 말을 듣고 싶습니다. 고래의 언어를 배운다는 건 고래가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는 일이기도 할 테니까요. 혹등고래의 '배려'가 지구를 구할 새로운 언어가 될 수도 있어요. 이 막막한 연구 끝에 고래는 우리에게 어떤 말과 세상을 전해줄까요?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같은 묵시록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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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1020세대의 정신건강 문제를 ' 국가 어젠다'로 삼고 적극적으로 해결해가겠다고 밝힌 바 있죠. '상처난 젊음'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기사가 3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아픔을 경험한 당사자이자 전문가인 1020들은 자신이 지나온 '회복의 여정'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
여성 서사 아카이브 채널 플랫이 ' 엄마 성 빛내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엄마 준영씨는 아이에게 자신의 성을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느냐'는 반문들 속에서 "나부터 엄마 성으로 바꿔볼게" 나선 것은 준영씨의 엄마 선경씨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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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버랜드의 시설이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개선이 된다면 장애인들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에버랜드를 방문하는 일반 고객들, 특히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Helen님) 📝 "지난 점선면Lite <🚗 내년엔 범퍼카 타야지>편에 보내주신 독자님 이야기예요. Helen님 말씀대로 놀이기구 탑승을 막는 등의 제약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애인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 그 자체로 비-장애인들이 경험하는 세상은 아주 달라질 듯해요. 정말 교육적 의미가 클 것 같아요." 📬 "AI의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한국 사회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기술성장주의를 지향해온 한국에서는 AI의 신기함·편리함에만 주로 주목합니다. 유럽연합이 지난 9일 (규제적) 인공지능법을 합의했는데, 한국의 (산업진흥적) 인공지능법과 무엇이 다른지 분석하는 언론도 적습니다. 국회에서는 과기부가 '한국의 인공지능법과 유럽의 인공지능법이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통과를 요구한다고 하는데 걱정입니다." 📝 "한 독자님께서 지난 점선면Lite <🎯 타깃 설정 완료. 폭격할까요?>편을 읽고 의견을 보내주셨어요. 유럽연합(EU)의 이른바 'AI 규제법'과 관련해서는 내용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외신에서는 시행 시기를 두고 그 효과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나오더라고요. AI의 발전이 앞으로 1~2년 안에 변곡점을 맞을 텐데, EU의 합의안은 2026년에야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AI 후발주자로서 규제를 따라잡아야 할까요, 일단 발전부터 따라잡아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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