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AI 타기팅'은 믿을 만한가
영국 가디언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복음(the Gospel)'이라는 이름의 AI 표적 생성 플랫폼을 가자지구 지상 작전에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어떤 형태의 데이터가 복음에 입력돼 어떤 결과물이 생성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지만, 현역 시절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복수의 퇴역 군인들은 가디언에 드론 영상과 감청한 통신 내용, 개인 또는 대규모 집단 움직임을 감시하며 얻은 정보가 복음에 입력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복음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타격할 목표물을 생성해 이스라엘군에 제공한다.
아비브 코차비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번 전쟁이 발발하기 훨씬 전인 지난 6월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과 인터뷰하며 "과거엔 연간 50개 정도의 목표물을 식별했다면, AI를 도입한 지금은 하루 100개의 목표물을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별된 목표물 가운데 절반을 선정해 공격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AI 기술과 복음 시스템을 관리할 부대도 따로 만들었다. LA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017년 "현대 전쟁에서 AI는 생존의 열쇠"라며 관련 부대 필요성을 강조했고, 2년 뒤 '표적 관리국'이라는 부대를 창설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모든 카메라, 모든 탱크, 모든 군인에게 AI가 생성한 정보가 24시간 제공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이후 AI 기술을 실제 전장에서 활용한 첫 사례는 2021년 5월 하마스와의 충돌 때로 알려져 있다.
효과는 확실했다. AI 연구원과 데이터 과학자 등 200여명으로 구성된 '책임 있는 AI 커뮤니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말까지 35일간 AI가 '적의 건물'로 식별한 목표물 가운데 1만1000곳 이상을 실제로 타격했다. 이는 2014년 하마스 전쟁에서 51일 동안 약 5000곳의 목표물을 공격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스라엘 관료들은 표적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에서 이를 '공장'이라 부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AI 기술 도입으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하마스 관련 인프라를 겨냥한 정밀 공격이 가능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이번 사태와 관련 없는 무고한 가자지구 주민들은 AI '타기팅' 기술로 앞선 전쟁보다 피해를 훨씬 적게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가디언은 익명의 소식통 말을 인용해 "AI가 제공한 정보엔 각 목표물 공격으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사망할지, 부수적인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등의 내용까지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표적이 많아질수록 공습이 늘어나고, 이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더욱 커진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 1명을 사살할 때 민간인이 최소 2명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하급 대원들의 집은 폭격 대상으로 삼지 않았지만 복음 시스템을 통해 표적을 찾아낼 수 있게 되자 이제는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대원의 집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2021년까지 군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가디언에 "결국 공격 결정은 사령관이 내린다"며 "방아쇠를 당길 때 기뻐하는 모습을 봤다"고 토로했다.
실전에 도입하기엔 아직 AI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 싱크탱크 뉴아메리칸시큐리티센터 관계자는 LAT에 "AI 시스템은 훈련 데이터와 다른 상황에 놓일 때 여전히 불안정하고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며 "이는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킬 수도 있고, 나아가 아군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다. 양측 모두 상대 얼굴을 인식하고 병참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 관련 전문 매체 러시아매터스는 "끊임없이 변하는 전투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AI는 최고의 해결책이 아닌 조력자라는 점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