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론조사의 함정

안홍욱 정치부 기자

정치의 계절이 무르익고 있다. 12월19일 18대 대통령선거가 92일 남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드디어’ 출마를 선언해 대선판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함께 3강 구도로 시작됐다. 유권자들은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하면 현재 누가 앞서고 있는지, 그래서 어느 후보가 과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여론조사이다.

여기 두 개의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결과가 있다.

[기자 칼럼]대선 여론조사의 함정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7, 18일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47.1% 대 44.0%로 앞섰다. 3.1%포인트 격차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15~17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가 문 후보를 47.6% 대 40.7%로 이겼다. 6.9%포인트 차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두 조사 모두 비슷한 시기에, 휴대전화와 유선전화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그런데 두 기관 조사에서 지지도 격차는 10.0%포인트가 났다. 리얼미터 조사는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처음 이긴 것이어서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상반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는 문 후보가 당 경선을 거치면서 지지율 상승 추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박 후보가 다소 앞서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여론조사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여론조사와 실제 지역별 득표 결과 간의 격차가 워낙 커서 불신도 상당했다. 여론조사 기법·방식을 두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도 잇따라 열렸다.

가구 전화만이 아닌 휴대전화 활용, 무작위 전화걸기(RDD) 방식 도입 등이 확산된 것도 지방선거 이후였다. 그럼에도 지난 4월 총선 등에서 보듯 여론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한 현상은 여전했다.

문제는 여론조사 추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은 발표되는 조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다는 데 있다.

특히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후보와 박 후보 간 3.1%포인트 차이는 최대 허용 오차범위 안에 있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문·박 후보 지지도 차이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사실상 지지도가 같다고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지지도 숫자가 제시되면 지지율 격차가 얼마가 됐건 우열로만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 여론조사를 후보 간 지지율 변화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실제 여론 상황과 다른 결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를 보도하는 언론도, 이를 보는 유권자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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